[기자수첩] 집의 그림자 영역이 늘어간다
[기자수첩] 집의 그림자 영역이 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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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이서영 기자] 1993년 금융 실명제가 시행되고 거래의 투명성이 보장됐다는 우리나라에도 자산이 명확히 드러나지 않는 곳이 일부 존재한다. 바로 집이다. 

지난해 6월부터 시작된 전월세 신고제의 계도시간이 약 1년정도 유예됐다. 월세 30만원 혹은 보증금 6000만원 이상 임대차 거래를 신고가 의무지만, 정부는 대다수 국민이 계약 시기 미도래 등으로 신고제를 경험해보지 못했다는 이유로 계도기간을 늘렸다. 

그러나 늘어난 계도기간은 오용되고 있다. 집주인들은 신고제 기준에서 벗어나기 위해 월세를 낮추고, 월세보다 약 2배 가량 많은 관리비를 요구하는 꼼수를 부린다. 이로 인해 피해를 보게 될 사람들은 결국 세입자다. 실제 월세 세입자가 집에 거주하기 위해 더 많은 비용을 지불했지만, 국가는 보증금과 월세 비용만 알아가기에 총 비용은 알지 못한다.  

또한 집이 자산으로 가치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는 순간은 '공시가격'이다. 이전 정부에서 공시가격을 2030년까지 시세의 90% 수준까지 끌어올리기 했다. 그러나 현 정부는 집값 급등으로 인해 보유세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올해 1세대 1주택자의 부동산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 공시가격을 2021년 기준으로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세금을 매기기 위해, 지난해 기준을 가져다쓰는 것은 논리에도 맞지 않는 포퓰리즘적 기준에 불과하다. 

공시가격은 보유세, 건강보험료, 기초연금,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등 수많은 제도의 기준이 된다. 이에 공시가격 현실화는 자본주의 내에서 '집'이라는 자산의 가치를 투명하게 드러내주는 기본적인 장치인 셈이다. 하지만 세금을 줄이겠다는 이유만으로 공시가격 현실화라는 정책은 사실상 무산됐다. 

결국 정부의 부동산 안정화 정책이 오히려 집의 그림자 영역을 늘리는 꼴이 되고 있다. 전월세신고제와 공시가격 현실화는 지속가능한 자본주의를 위해 지켜져야 할 사회의 투명성을 담보하는 것이지 부동산 시장 가격을 잡기 위해서, 세금을 줄이기 위해 사용하는 수단이 아니다. 현 정부는 전 정부의 그림자 지우기를 핑계로 사회의 투명성을 매몰시키는 일은 멈춰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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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영 2022-07-12 14:21:35
생각하지 못했던 인사이트네요~ 좋은 기사 잘 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