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톡톡] 당국-은행권, 관치논란 속 금리 '밀당'···결국엔 '암묵적 담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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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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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은행 예대금리차 월별 공시 제도를 둘러싸고 '관치금융'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당국이 은행의 금리결정에 직접 개입하는 것은 아닌 만큼 '관치'가 아니란 시각과 은행권의 금리 자율성을 훼손한다는 점에서 사실상 '관치'라는 시각이 팽팽하다.

이런 가운데 금융당국이 은행 가산금리 결정 구조에도 간여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이에 금융당국과 은행권의 금리를 둘러싼 '밀고 당기기(밀당)'가 일반의 예상과 달리 은행간 금리 경쟁을 촉진하기보다는 '암묵적 금리담합'을 초래하는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우려섞인 관측도 제기된다. 은행별로 비슷한 수준의 금리를 책정함으로써 손쉽게 적정 수익을 추구하는 선택을 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 경우 담합 논란이 불거질 것이 불보듯 뻔하기 때문에 금융당국이 확인할 수 없는 방식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게 제기된다.

그렇다고 '관치금융'이라는 비판을 감수하면서까지 은행의 금리결정에 노골적으로 개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은행의 금리 결정에 어설프게 간여하면 할수록 고금리 대출 쏠림이나 리스크 증대 등과 같은 부작용만 양산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에 금융당국의 은행 '이자 장사'에 대한 제동은 보다 유연한 방식의 접근이 오히려 효과적일 수 있다는 일각의 지적에 귀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가 이달 은행들이 신규 취급한 대출·예금에 대한 금리 정보부터 공시하겠다고 밝히면서 은행들도 여수신 금리 조정을 검토하고 있다.

앞서 연 5% 초과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연 5%로 일괄 감면하는 등의 대출지원 프로그램을 발표했던 신한은행은 이날 예·적금 상품 25종의 기본금리를 최대 0.7%p(포인트) 인상한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하나은행도 오는 11일부터 금융취약계층이 보유한 고금리대출에 대해 최대 1%p의 금리를 감면하기로 했다. Sh수협은행은 이달 주요 수신상품의 기본금리를 최대 0.3%p 인상했으며 다른 시중은행들도 대출금리 인하 및 예·적금금리 인상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은행들이 앞다퉈 여수신 금리 조정에 나선 것을 두고 이번 금리정보 공시제도 개선방안이 '관치 효과'를 냈다는 지적이다. 글로벌 긴축, 인플레이션 등으로 시장금리가 오르는 상황에서 오히려 대출금리가 떨어진 것을 두고 당국의 개입 말고는 설명할 길이 없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매월 은행별 예금금리, 대출금리, 예대금리차가 통합 공시되고, 소비자는 해당 금리정보를 한눈에 비교할 수 있게 된 만큼 은행들로선 금리 산정 과정의 자율성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반면, 당국은 은행의 금리결정 과정과 금리수준에 직접 개입하는 것이 아닌 만큼 관치와는 거리가 멀다고 주장한다. 지난 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금리정보 공시제도 개선방안 브리핑에서 이형주 금융위 금융산업국장도 "금리수준에 직접 개입하려는 게 아니라 금리산정에 관한 은행의 자율성을 보장하되, 합리적인 절차와 근거에 따라 산출되도록 금리산정 원칙의 미비점을 보완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이 같은 해명에도 관치논란이 계속되는 것은 당국이 은행 영업전략과 직결되는 '가산금리'에도 손을 대려는 움직임이 감지되면서다. 대출금리는 '기준금리+가산금리-우대금리' 체계를 통해 산정된다. 이 중 가산금리는 인건비, 물건비 등 은행별 업무원가와 리스크프리미엄, 목표이익률, 자본비용, 신용프리미엄 등을 계산해 나온 금리로, 은행은 통상 가산금리 조정을 통해 수익을 낸다.

가산금리 산정체계를 정비한다는 것은 당국에서 은행의 업무원가 등을 들여다볼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실제 금융당국은 이번 제도 개선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은행별 가산금리 산정내역을 들여다보기도 했다. 금융당국은 또 은행별 대출 가산금리 산정 적정성 등을 은행 자체적으로 점검하도록 한 후 그 결과를 금감원 정기검사에 참고자료로 활용할 예정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금리산정 체계 개선을 위해 각 은행들이 기존에 해오던 가산금리 산정내역을 당국에 제출했었다"며 "앞으로는 가산금리 산정 적정성만 보기로 했기 때문에 세부 산정내역까지 또 직접적으로 들여다보진 않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금리담합 가능성이 거론된다. 은행권이 과거 CD금리 담합 의혹으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를 받은 전력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리 경쟁력을 떨어트리지 않으면서 수익을 추구하려면 은행별로 금리에 큰 차이를 두진 못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당국도 이 같은 부작용에 대해서는 뚜렷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상태다. 이번 제도개선 브리핑에서 관련 우려에 대해 금융위 측은 "은행별로 공시하게 되면 경쟁 압력 때문에 대출금리의 금융기관별 차이가 조금 줄어들 가능성은 있을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지금 업계에서 거론되는 문제들은 결국 정부가 시장에 직접 개입했을 때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들"이라며 "직접적으로 금리결정에 개입하지 않더라도 시장에 압력을 준다는 것 자체가 관치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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