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채 발행금리 부담에 기업들, 은행 대출로 발길 돌린다
회사채 발행금리 부담에 기업들, 은행 대출로 발길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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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은행 기업대출, 올해에만 38조원 불어나
금리 상승으로 수요 늘어···목표치 상회 전망
일각서 건전성 우려 커져···리스크 관리 숙제
은행 영업점 (사진=서울파이낸스DB)
은행 영업점 (사진=서울파이낸스DB)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올해 들어 5대 은행의 기업대출이 38조원가량 불어났다. 회사채 시장이 어려워지면서 기업들이 은행 대출로 자금조달 방식을 전환한 영향이다. 금리 인상 등으로 가계대출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던 은행들은 기업대출을 통해 한숨을 돌리게 됐지만, 리스크 관리가 숙제로 꼽힌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기업대출(대기업·중소기업·개인사업자) 잔액은 673조7551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과 비교해 37조8672억원 증가한 수준이다.

같은 기간 가계대출이 709조529억원에서 699조6521억원으로 9조4008억원 줄어든 것과 대조적이다.

기업대출 증가세가 빠른 것은 시장금리 상승으로 회사채 발행 금리에 부담을 느낀 기업들이 은행문을 강하게 두드리고 있어서다. 통상 기업은 시장에서 직접 회사채 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하지만, 지금은 은행 대출 금리가 회사채 발행 금리보다 낮은 상황이라 수요가 몰렸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은행권의 대기업 대출금리는 지난 5월 기준 연 3.35%로 집계됐는데, 최근 회사채 AA-(무보증 3년) 금리의 경우 4% 초반대로 올랐다. 금리 부담에 회사채 대신 은행으로 발길을 돌리는 곳이 늘고 있는 이유다.

금리 인상,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강화조치로 가계대출 확대가 어려워진 은행들이 기업대출 영업에 활발히 나서는 것도 기업대출 증가세의 요인이다.

앞서 5대 은행은 기업 금융에서 영업 활로를 찾아야 한다고 보고, 기업대출 목표치를 전년 대비 평균 6.5%가량 높게 설정했다. 올해 들어 기업대출이 늘어나는 속도를 고려했을 때 연말에는 목표치를 크게 상회할 수 있을 것으로 은행권은 보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회사채 발행 금리보다 대출 금리가 낮은 수준이기 때문에 기업들이 자금조달 방법으로 대출을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커진 이자부담으로 가계대출이 부진한 것과 달리 기업대출은 연말까지 꾸준한 수요가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기업대출로 은행들은 숨통을 트는 분위기지만, 문제는 리스크 우려도 한층 커졌다는 점이다. 경기 침체와 금리상승 부담 등이 맞물리고 있다는 점에서 부실화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커지는 상황이다.

금융감독원이 집계한 지난 3월 말 기준 국내은행의 부실채권 규모는 10조8000억원으로, 기업여신(9조2000억원)이 전체의 84.9%의 비중을 차지했다.

국내은행의 부실화를 가늠할 수 있는 수치인 부실채권비율은 0.45%로, 전분기 말(0.5%)보다 0.05%p 하락했으나, 코로나19 금융지원 조치로 실제 부실채권 규모가 아직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았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연체율 데이터는 비교적 안정적인 상태라 걱정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라면서도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 대출의 비중이 큰데, 특히 개인사업자 대출이 늘어나는 부분은 부담요소다. 부실이 드러날 때를 대비해 충당금을 충분히 쌓는 등 방안을 병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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