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C-국산SW업체, 소스공개 놓고 대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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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MC, 토피도 소스 공개 압박에 강력 반발
국산업체, “커스터마이징 약한 EMC의 변명”

[서울파이낸스 이상균 기자] <philip1681@seoulfn.com> EMC와 국산SW(소프트웨어) 업체 간에 공인전자문서보관소의 소스 공개를 놓고 첨예한 대립이 이뤄지고 있다. 국산 개발업체인 토피도가 공전소 사업에 참여하면서 자사 제품의 소스를 공개하는 것에 대해 EMC가 문제를 제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EMC 관계자는 “토피도가 자사 제품의 소스를 공개할 뿐만 아니라, 공전소 사업에 참여하는 타 업체에게까지도 소스 공개를 압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EMC는 LG CNS에 자사의 스토리지 HW(하드웨어)와 SW를 공급한 이후 좀처럼 활로를 찾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KTNET, 코스콤, 스타뱅크 등에 스토리지 공급업체로 선정됐지만 HW 공급만 이뤄졌을 뿐, SW공급은 국산업체에 자리를 내줬다. 하드웨어 가격이 급격히 하락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울며 겨자먹기’식 장사를 한 셈이다. 자연히 국산 업체에 공격의 화살을 날리고 있다.

EMC의 또 다른 관계자는 “공전소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국산SW 업체들이 눈앞의 이익만을 쫓아 사업의 본래 의미를 퇴색시키고 있다”고 성토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국산SW 업체들의 입장은 강경하다. 이들은 EMC의 이러한 태도가 커스터마이징 약점을 감추려는 시도에 불과하다고 일축하고 있다.

국산SW업체의 관계자는 “토피도로부터 소스 공개와 관련된 어떠한 요구도 들어본 적이 없다”며 “EMC의 태도는 이제까지 외산업체가 일관되게 취해온 행동의 연장선상일 뿐”이라고 평가 절하했다.

EMC와 국내SW업체 간 불화의 원인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우선 임치제도다. 임치제도란 공공기관에서 SW업체에 제안을 할 경우, SW의 소스 코드를 제3의 기관에 보관하는 제도를 말한다. 이는 국내에 영세한 SW업체가 많아 갑작스런 부도를 맞을 위험이 있기 때문에 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다.

EMC와 같은 외산 업체들은 임치제도를 통해 자사의 소스코드가 유출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극구 반대하는 입장이다. 반대로 국내 SW업체들은 사업의 수주가 우선시되기 때문에 임치제도를 크게 문제 삼지 않는다.

두 번째는 커스터마이징이다. 공전소 사업은 구축 범위가 넓고, 사업자 환경에 맞는 추가 개발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패키지 SW보다는 해당 업체의 커스터마이징 능력이 가장 중요시된다. 이로 인해 외산업체보다는 사업자의 요구에 발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국내 업체들이 우위를 보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대해 EMC는 공전소 사업의 본래 취지와 어긋난다고 반발하고 있다. 공전소 사업자들의 시스템 구축이 모두 제 각각이다 보니 패키지SW를 만들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근본적으로는 향후 공전소 특화 패키지SW의 수출에 나서겠다는 산업자원부의 당초 취지가 퇴색했다는 지적이다.
 
또한 국산SW 업체의 제품이 외부요건에 의해 변화될 여지가 많은데 반해, 자사 제품은 그러한 여지가 적기 때문에 공전소 사업에 더 적합하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EMC와 국산SW 업체간 대립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이번 대립은 외산과 국산업체간 해묵은 논쟁이 다시 재점화된 것”이라며 “공전소 사업을 주관하는 한국거래진흥원과 산업자원부가 쟁점사항을 확실히 정리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상균 기자 <빠르고 깊이 있는 금융경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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