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두창 진단키트 개발 열풍···상용화 '물음표'
원숭이두창 진단키트 개발 열풍···상용화 '물음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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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 검체 확보 어려워 문제···긴급사용승인·품목허가 필요성도 적어
사진=픽사베이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유럽을 중심으로 원숭이두창 바이러스 감염자가 확산하는 가운데 국내 진단 전문 기업들의 키트 개발 경쟁이 치열하다. 다만 국내에서 해당 바이러스가 크게 유행하지 않는 만큼 검체 확보가 어려워 상용화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국내에선 녹십자홀딩스(GC) 자회사 진스랩과 씨젠, 바디텍메드, 시선바이오머티리얼스, 바이오니아가 원숭이두창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진단키트 개발을 완료했다. 진스랩은 자체 생산 효소와 다중중합효소연쇄반응 기술의 개발 비법을 바탕으로 원숭이두창 바이러스만을 특이적으로 검출하는 제품을 만들었다. 해당 바이러스가 속해있는 오소폭스바이러스를 폭넓게 검출하는 동시에 이 바이러스에 원숭이두창 바이러스가 포함돼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결과는 70분 내에 나온다.

바디텍메드는 자회사 유진셀을 통해 연구용 원숭이두창 분자 진단키트를 개발했다. 전용 추출기기와 증폭기기를 사용하면 1시간 내로 결과를확인할 수 있다. 바디텍메드는 간단한 채혈을 통해 얻은 피 한방울로 체내 원숭이두창 항체 보유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래피드 방식의 신속항체 진단키트 개발에도 착수했다. 해당 키트가 개발되면 별도의 진단기기없이 현장에서 육안으로 15분 안에 감염 여부를 알수 있다. 바디텍메드는 이달 중 개발을 마치고 임상과 수출 허가 절차를 밟는다는 계획이다.

시선바이오도 실시간 유전자증폭(PCR) 검사법으로 검체 채취 후 1시간 이내에 원숭이두창 감염 여부를 판별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해 지난 10일 유럽통합인증규격(CE) 체외진단(IVD) 인증을 받았다. 현재 수출용 및 국내 시판용 허가 절차를 밟고 있다. 씨젠과 바이오니아, 웰스바이오 역시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1시간30분 이내에 확인할 수 있는 진단키트를 개발해 원숭이두창이 확산 중인 국가를 중심으로 키트를 공급할 계획이다.

한국로슈진단의 경우 이달부터 원숭이두창 바이러스 진단 제품 세가지를 국내에 선보인다. 환자 진료용을 위한 정식 출시가 아닌 연구 목적으로 수입되는 만큼 질병관리청이나 병원과 연구소에서 검체를 체취해 사용될 예정이다.

이처럼 진단 전문 기업들이 앞다퉈 원숭이두창 키트 개발에 뛰어들었지만, 상용화가 쉽지 않을 거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국내에서 원숭이두창 유행이 대규모로 벌어질 가능성이 작아 긴급사용승인과 품목허가 필요성이 크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검체 확보도 어려워 진단키트 성능을 평가하는 것도 쉽지 않다. 임상시험을 위해서는 검체가 필요하지만, 국내에선 지난달 21일 입국한 내국인 1명이 첫 원숭이두창 확진자로 판정된 이후 추가 전파 사례가 확인되지 않았다.

한편, 원숭이두창 바이러스는 당초 아프리카 중부와 서부의 희귀 풍토병이었지만, 지난 5월7일 영국에서 첫 발병 보고된 후 세계 각국에서 빠르게 확산 중이다. 최근에는 미국과 유럽, 중동처럼 아프리카 이외의 비풍토병 지역으로 번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국내 확진자 발생에 따라 현재 위기경보단계를 관심에서 주의로 격상한 상태다. 지난달 원숭이두창을 2급감염병으로 지정하고 감시를 강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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