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톡톡] 통 크게 베팅한 '천보 CB'···기관, 이젠 회수 걱정?
[뉴스톡톡] 통 크게 베팅한 '천보 CB'···기관, 이젠 회수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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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증권가.(사진=박조아 기자)
여의도 증권가.(사진=박조아 기자)

[서울파이낸스 김호성 기자] 주가보다 10% 이상 높은 전환가액에 천보전환사채(CB)를 인수한 기관투자자들이 천보 주가가 급락하며 엑시트(투자금 회수) 계획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우려된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그간 국내 2차전지 관련 업체 투자가 지나치게 과열돼 있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시각도 있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코스닥에서 천보는 전 거래일 대비 1.25% 하락한 20만5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종가는 지난 2월 천보가 CB를 발행하며 설정한 전환가액 31만8150원보다 35% 낮다. 천보 CB를 보유한 기관은 현재가 대비 54% 이상 주가가 올라야 주식 전환에 따른 이익을 얻을 수 있게 된다.

당시 천보가 발행한 CB에는 '표면이자율·만기이자율 0%'라는 조건이 달려 있었다. 하지만 2차전지 산업 성장에 투자하려는 기관투자자들의 수요가 몰리며 2500억원 발행에 성공했다. 이와함께 천보는 신주인수권부사채(BW) 500억원의 발행자금도 납입받았다.

사채 발행대상자는 안다, 타임폴리오, 아우름, 르네상스 등 국내 자산운용사 또는 벤처캐피탈(VC)이 운용하는 펀드였다. 증권사들은 이들 펀드를 통해 간접적으로 투자에 참여했다. 일부 증권사는 신기술조합으로 참여해 메자닌 증권을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천보는 2차전지 핵심 소재 기업으로서 펀더멘탈만큼은 우수하다는 평가지만, 낙관적 전망이 우후죽순으로 제기됐던 성장 기업들의 메자닌에 셀다운 방식으로 대거 참여했다가 자금 회수 스케줄에 차질이 생겼던 과거 사례와 비교하는 시각도 없지 않다. 

천보가 CB를 발행할 무렵 몇몇 증권사 리서치센터는 독점적 공급구조, 외형성장 등을 호평하며 올해 연평균 성장률이 최고치를 기록할 것이라는 긍정적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모 증권사 리서치센터는 보고서를 통해 "천보는 2차전지 전해질 독과점 업체로 전방업계 증설 수혜, 외형 성장이 기대된다"며 "원재료 가격 상승을 판매가격에 전가하는 모습이 실적으로 확연히 나타나고 있어 2차전지 소재 업종 중 가장 높은 연평균 성장률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천보의 CB발행 납입일인 2월 22일 종가 28만3600원 대비 현재 주가는 마이너스 27% 수준까지 떨어졌다.

이자율뿐 아니라 할증 발행과 콜옵션 조항도 천보 CB 투자에 대한 기관투자자들의 자금 회수를 어렵게 할 것으로 보인다. 

당시 천보의 CB 발행 조건은 통상적으로 적용하는 할인이 아닌 되레 할증이 붙었다. 당시 업황과 실적에 대한 낙관적 전망이 이어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천보의 공시에 따르면 1개월·1주일·최근일 가중산술평균주가를 산술평균한 가액과 청약일 전 3거래일 가중산술평균주가 중 높은 가액에서 10%를 할증한 금액인 31만8150원을 전환가액으로 정했다. 이는 납입일이었던 2월 22일 종가 28만3600원과 비교해서는 12% 이상 높은 수준이다.

보통 CB를 발행할 때 전환가액을 재조정(리픽싱)하는 조건도 천보의 CB발행에서는 제시하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기업들은 CB를 발행할 때 투자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주가가 CB 발행때보다 하락하면 주가 수준에 맞춰 전환가액도 낮춰 주는 리픽싱을 한다. CB 투자자들이 전환권을 행사해 이익을 볼 수 있도록 유도하는 장치다.

천보는 2023년 2월부터 CB의 최대 50%를 다시 사올 수 있는 콜옵션도 확보했다. 최초 행사가액의 130%를 넘으면 30%, 150%를 초과하면 50%에 대해 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 이에 따라 투자자는 주가가 크게 오르더라도 절반가량은 일정 수익밖에 취할 수 없는 구조다.

당시 증권가에서는 이같은 발행조건에 대해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시각이 제기됐었다. 기관투자자 입장에서는 사실상 주가가 크게 오르는 것 이외 별다른 이익 실현 방법이 있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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