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재테크] 바닥 뚫린 주식·가상자산 대신 자산가들은 여기에 주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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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은행 PB가 꼽은 투자처 1순위는 '채권·예금·ELS'
안전자산 '달러·금' 투자 신중···주식은 '고점vs저점'
하반기 투자전략, 현금 보유량 늘리고 분할·분산투자
KB국민은행 딜링룸 (사진=KB국민은행)
KB국민은행 딜링룸 (사진=KB국민은행)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이진희 기자] '유동성 파티'를 누리며 수많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빚투(빚내서 투자)족'을 만들어냈던 자산시장이 올해 들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3대 주요 투자처인 부동산·주식·가상자산 시장은 끝을 모르고 급락하며 '바닥 밑 지하실'이란 우스갯소리를 현실로 만들고 있다. 글로벌 인플레이션 우려로 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투자자본이 대거 빠져나가고 있는 것이다.

자산시장 침체 분위기에선 높은 투자수익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진단이다. 문제는 침체기가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이란 점이다. 재테크 호황기 때 대출받아 투자에 나섰던 영끌·빚투족들은 '낮은 투자수익률'과 금리상승에 따른 '이자부담'이란 이중고를 겪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상대적으로 안전자산이면서 이자를 기대할 수 있는 채권, 예금 등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왼쪽부터) 정성진 KB국민은행 강남스타PB센터 부센터장, 김경미 신한PWM압구정센터 PB팀장, 권성정 하나은행 영업1부 PB센터지점 Gold PB부장, 여대영 우리은행 TCE시그니처센터 부지점장 (사진=각 사)
(왼쪽부터) 정성진 KB국민은행 강남스타PB센터 부센터장, 김경미 신한PWM압구정센터 PB팀장, 권성정 하나은행 영업1부 PB센터지점 Gold PB부장, 여대영 우리은행 TCE시그니처센터 부지점장 (사진=각 사)

◇하반기엔 '채권·예금' 뜬다···고수익 ELS도 노려볼만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 프라이빗뱅커(PB)들은 현 시점에서 가장 적절한 투자처로 '채권'과 '예금'을 꼽았다. 상대적으로 안전자산이기도 하고, 금리가 올라갈수록 받을 수 있는 이자혜택이 커지기 때문이다.

다만, 채권의 경우 시장 불확실성이 큰 만큼 신용도가 높은 국가나 우량 기업을 대상으로 분할·분산투자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다. 만기를 두고는 시장 변동성이 큰 만큼 단기채에 투자해야 한다는 의견과 향후 경기회복으로 금리조정이 이뤄질 것을 고려해 장기채에 투자할 때란 의견이 동시에 나왔다. 

정성진 KB국민은행 강남스타PB센터 부센터장은 "하반기는 기본적으로 금리인상이 계속될 예정이어서 이자를 받을 수 있는 채권이나 예금의 매력도가 커질 것"이라며 "시장 변동성이 커지고 있어서 등급이 좋은 우량 채권 중에서도 3개월 정도로 기간이 짧은 단기채에 투자하는 자산가들이 많아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여대영 우리은행 TCE시그니처센터 부지점장은 "미국에서 인플레이션 피크아웃(고점 통과) 증거들이 구체적으로 나오면 금리도 조정을 받을 수 있는데, 그 시점에 금리가 가장 높았던 장기채권에 들어가면 상당히 유리한 국면이 펼쳐질 수 있다"며 "금리폭이 4~5%짜리인 5년만기 후순위채에 들어가도 괜찮을 것 같고, 전체 자산 중 10~20% 정도를 장기채에 묶어두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경미 신한PWM압구정센터 PB팀장은 "채권은 단기적으로 변동성이 클 수 있지만 6개월 이상 관점에서 담아나가는 전략이 유효할 것"이라며 "4분기 정도 시장금리 변동추이를 보면서 우량한 회사채, 신종자본증권 등 장기물에도 관심을 갖길 권유한다"고 했다.

ELS(주가연계증권)도 투자 대안으로 거론된다. ELS는 기업들의 실적이 낮은 글로벌 저성장 국면에서 손실위험을 줄이면서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투자처로 평가되기도 한다.

권성정 하나은행 영업1부 PB센터지점 Gold PB부장은 "높은 변동성으로 만기 베리어가 50, 55% 수준 이상이면 원금손실이 없는 ELS 상품도 쿠폰(수익률)이 5~6%대, 매월 이자지급을 받는 상품도 7~8% 정도로 수익률이 좋아진 상황이어서 지금 진입하기에 괜찮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경미 팀장은 "최근 자산가들 사이에서 과도하게 하락한 기술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서 관련 주식을 분할매수하거나 주가지수에 연계된 저베리어형 ELS 등에 투자하는 사례가 많아졌다"고 귀띔했다.

◇안전자산 '달러·금', 투자매력도는 낮아

시장 불확실성이 큰 시기엔 통상 가장 큰 안전자산인 달러와 금에 수요가 몰릴 것으로 예상되지만 실제 투자 매력도는 크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금리 상승의 혜택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원·달러 환율이 1300원을 넘나드는 현 시점이 고점일 수 있어 달러 투자에 따른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도 경고한다. 그런 점에서 금은 비추천 항목으로, 달러는 오히려 매도해야 할 항목으로 제시됐다.

권성정 부장은 "환율이 많이 오른 상황이어서 지금 달러를 보유하고 있다면 점차 매도를 하는 게 맞을 것 같다"고 조언했다.

정성진 부센터장은 "금은 안전자산이지만 주식처럼 배당금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채권처럼 이자가 나오는 것도 아니어서 보통 금보다는 차라리 우량한 미국 기업주식에 투자할 것을 추천한다"고 했다. 여대영 부지점장도 "지금 금값이 횡보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금 투자를 했던 분들이 많이 실망하고 있다"며 "금에 대한 수요도 많이 분산되고 있어서 금 투자는 지금 별로 추천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불안한 주식, 살까 말까?···PB 의견 엇갈려

주식에 대한 의견은 다소 엇갈렸다. 금리 인상으로 유동성이 축소되며 조정 국면이 지속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있는 반면, 향후 시장 반등에 앞서 분할 매수를 추천하는 의견으로 양분된 모양새다.

정성진 부센터장은 "주식은 상당히 많이 조정받고 있는 상황인데, 금리를 인상한다는 얘기는 결국 증시 주변에 있는 유동성이 축소된다는 의미"라며 "기업 실적도 좋지 않을 것으로 보여 주식은 상대적으로 더 떨어지거나 옆으로 기는 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량한 기업인데, 현재 상당히 저평가돼 있는 종목이라면 하반기에 분할 매수하는 것을 추천하지만, 지금 주식은 정말 수익을 내기 어려운 종목"이라고 평가했다.

주식시장 변동성에 대해 공감하면서도 주식 투자의 비중을 차츰 늘려가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경기 침체 우려로 향후 가파른 금리 인상에 한계가 있는 데다 오는 11월 미국 중간 선거에 앞서 인플레 완화 조짐이 나올 경우 증시가 반등할 수 있다는 분석에서다.

권성정 부장은 "인플레이션 완화 부분, 그리고 금리가 어느 정도 안정화가 된다고 본다면 주식시장은 다시 상승할 수 있을 것"이라며 "향후에 주가가 한 번 더 크게 빠진다고 하더라도 지금 정도가 무릎 정도는 된다고 보고 있기 때문에 분할해서 차츰 투자의 비중을 확대하는 것을 추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대영 부지점장은 "주식의 경우 진짜 바닥이 어디인지가 관건인데, 그 시점이 8~10월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미국 중간 선거 전에 인플레이션 압력을 낮춰야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승리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인플레이션 압력을 낮추려는 전략들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인 정황이 나오는 그때부터 주식 비중을 늘리는 것도 괜찮다"고 했다.

◇대출 비중 줄이고, 유동성 확보···"분산투자는 필수"

이외에도 요즘처럼 시장이 급변하는 상황일수록 대출 비중을 줄이고, 유동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조언들도 쏟아졌다.

정성진 부센터장은 "금리상승으로 대출을 끼고 투자했던 이들은 투자 수익을 내기 힘든 상황이라 대출을 본인이 핸들링할 수 있는 범위로 줄이는 게 맞다"면서 "다만 대출 규제가 변수로 작용할 수 있어서 본인의 장기적인 자금 수요 스케줄에 따라 대출 전략을 잘 세우는 게 하반기 투자자들이 고려해야 할 포인트"라고 전했다.

권성정 부장은 "금융시장 변동성이 큰 만큼 유동성을 조금 가지고 있는 것을 추천한다"면서 "자산 포트폴리오를 100으로 따진다면 유동성의 경우 10~20% 정도는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PB들은 분산투자를 통해 포트폴리오를 관리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국제 정세 불안정, 금리인상 등 각종 리스크를 뛰어넘으려면 안전자산과 위험자산의 비중을 조절해야 하는데, 특정 섹터에 집중 투자하기보다는 투자 시점, 자원배분 등 분산투자가 중요한 시기라는 얘기다.

김경미 팀장은 "자산시장 변동폭이 커진 시장에서 어느 특정자산으로 편중하기보다는 자산을 배분하는 것이 좋다"며 "채권 등 수익률이 괜찮은 투자처도 시장금리 변동 추이를 본 후 분산해 나눠 담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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