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연일 보험권에 건전성 강화 주문···"미흡하면 검사"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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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장-보험사 CEO 간담회서 자본확충 주문
"자본확충시 '유상 증자' 우선적으로 고려할 것"

[서울파이낸스 유은실 기자] 금융 당국이 '복합 경제위기' 상황을 염두에 두고 보험업계에 자본확충 등 재무 건전성 관리를 연일 주문하고 있다. 시중은행엔 서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해 과도한 '이자장사'를 경고한 것과 달리 보험업계의 경우 최근 금리 급등과 환율 상승 등의 여파로 재무 건전성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에 업계의 선제 조치를 연일 강조하고 있는 것.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30일 보험사 최고경영자들과의 간담회에서도 이런 의지를 피력했다. 이 원장은 이 자리에서 우리 경제에 '그레이 스완'(예측·인식하는 악재지만 해결책이 없는 탓에 위태로움이 존재하는 경우) 조짐과 '블랙스완'(예측할 수 없지만 충격이 큰 위기) 우려가 공존한다며 보험사에 철저한 재무 건전성 관리와 자본확충 노력을 주문했다.

특히 자본 건전성을 선제적으로 확보하지 못하고 흔들린다면, 정해진 법과 기준에 맞는 엄격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이는 금감원이 보험업계의 요청에 따라 최근 자본 건전성 규제를 완화해준 만큼, 보험사의 재무 건전성을 나타내는 지급여력(RBC)비율 등을 개선하지 못한다면 이에 대한 후속 조치가 있을 수 있다는 시그널로 읽힌다. 이에 따라 보험사들도 '건전성 개선'과 '자본 확충'에 모든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첫째줄 왼쪽 여섯번째)이 30일 보험사 최고경영자들과 만나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첫째줄 왼쪽부터) 저우궈단 동양생명 대표, 김용범 메리츠화재 대표, 김기환 KB손보 대표, 조용일 현대해상 대표, 김정남 DB손보 김정남 대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김인태 농협생명 대표, 홍원학 삼성화재 대표, 유광열 서울보증보험 유광열 대표, 김영만 DB생명 김영만 대표, 임형준 흥국생명 임형준 대표. (두번째줄 왼쪽부터) 김성한 DGB생명 김성한 대표, 편정범 교보생명 대표, 전영묵 삼성생명 전영묵 대표, 강성주 한화손보 강성수 대표, 송영록 메트라이프생명 송영록 대표, 여승주 한화생명 여승주 대표, 김재식 미래에셋생명 김재식 대표, 이은호 롯데손보 이은호 대표, 최문섭 농협손보 최문섭 대표, 임규준 흥국화재 임규준 대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첫째줄 왼쪽 여섯번째)이 30일 보험사 최고경영자들과 만나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첫째줄 왼쪽부터) 저우궈단 동양생명 대표, 김용범 메리츠화재 대표, 김기환 KB손보 대표, 조용일 현대해상 대표, 김정남 DB손보 김정남 대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김인태 농협생명 대표, 홍원학 삼성화재 대표, 유광열 서울보증보험 유광열 대표, 김영만 DB생명 김영만 대표, 임형준 흥국생명 임형준 대표. (두번째줄 왼쪽부터) 김성한 DGB생명 김성한 대표, 편정범 교보생명 대표, 전영묵 삼성생명 전영묵 대표, 강성주 한화손보 강성수 대표, 송영록 메트라이프생명 송영록 대표, 여승주 한화생명 여승주 대표, 김재식 미래에셋생명 김재식 대표, 이은호 롯데손보 이은호 대표, 최문섭 농협손보 최문섭 대표, 임규준 흥국화재 임규준 대표. (사진=금융감독원)

실제로 이 원장은 이날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오늘 간담회의 핵심은 건전성에 대한 인식과 상황에 대한 공유였다"며 "최근 업계 요구에 따라 RBC비율 간련 회계처리 기준이 바뀌었고 내년에 새로운 제도들이 도입되는 상황이 있어, 보험업계에 이에 대한 준비를 당부했다"고 말했다.

이어 "6월 수치(자본건전성 완화안 적용)가 곧 나올 거라서 그 부분을 점검할 예정"이라며 "협조할 부분들은 하겠지만 정해진 기준에 따라 엄격히 요건을 검토해서 여러 조치가 필요하다면 금융위원회장께 건의드리고, 금융위원 한 명으로서 그 의견을 강력하게 피력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태풍이 불기 전 이미 부러지거나 흔들린 나뭇가지를 정리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태풍'과 '부러진 나뭇가지'라는 표현을 두차례 언급했다.

이는 우리나라 경제상황에 대한 진단과 건전성 차원에서 보험사들의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경기침체 우려와 공급부족 등 해결책을 찾기 어려운 '그레이 스완'과 우리경제에 치명타가 될 수 있는 '블랙스완' 상황에 대한 우려가 겹친 가운데, 금감원이 보험사 건전성 지원 방안을 발표한 만큼 자본확충 등 건전성 관리에 철저해야 한다는 것.   

금융당국은 이달 9일 '보험업권 리스크 점검 간담회'를 열고 금리상승으로 자본건전성 관리 부담을 겪고 있는 보험사들을 위해 LAT 잉여액의 40%까지를 RBC의 가용자본으로 인정하기로 했다. RBC비율 계산식에서 분자에 해당하는 가용자본에 LAT 잉여액의 일부를 가산하고 RBC비율이 개선될 수 있도록 회계기준을 바꿨다. 이번 완화안은 올해 2분기부터 적용된다. 

아울러 보험업계에 대한 검사 강화 계획은 따로 없다는 입장도 밝혔다. 금융업계 중 보험업계가 경기 및 금리 민감도가 큰 편이지만 건전성 상황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고 제도 개선도 이미 한 차례 이뤄졌기 때문에 당장 검사를 강화할 필요는 없다는 의중으로 읽힌다. 그러나 제도 완화에도 보험업계의 건전성 지표가 기준을 미달할 경우 언제든 검사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열어놨다.

이 원장은 "검사 시스템 자체는 미리 짜여진 틀에서 들어가는데 건전성 상황에 대해서는 보험업계와 충분히 공유했고 제도 개선도 병행된 만큼, 보험사가 자체적으로 유동성 확보 노력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면서도 "그렇지만 실제로 건전성 지표 성과가 미흡한 점이 있다면, 필요한 조치를 위해 검사는 불가피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MG손해보험에 대한 언급은 조심스럽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이 원장은 MG손보에 건전성 관련한 추가적인 조치가 내려질 수 있냐는 질문에 대해 "특정 금융기관에 대해서 말한 것은 아니고 업계 전반적으로 건전성 관리가 필요하다는 의미"라며 "MG손보 관련해서는 행정재판부의 절차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어 그 내용을 한번 살펴봐줬으면 한다"고 했다.

앞서 보험업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건전성 평가 비율 기준인 100%를 충족하지 못한 MG손보는 금융위원회로부터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된 바 있다. 현재 금융위와 MG손보는 부실금융기관 지정 관련 적정성 여부를 두고 2심 법원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29일 발표한 '보험사 RBC비율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3월 MG손보의 RBC비율은 69.3%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보험사를 통틀어 가장 낮은 수치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이전보다 자본확충 방향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들이 나왔다. 후순위 투자보다는 '유상증자'를 통한 자본확충을 우선적으로 고려해 달라고 주문한 것. 글로벌 경기침체로 금리·환율이 상승할 가능성이 큰 데다 해외 대체투자가 부실화될 경우 후순위 투자 비중이 높은 회사를 중심으로 재무건전성이 악화될 우려가 있다고 진단했다. 이와 더불어 부동산 PF대출 등 고위험자산에 대한 리스크 관리 강화도 함께 당부했다. 

자본력 확충 방안 중 하나인 '배당 자제'에 대한 주문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금융감독원이 개별 회사의 주주 환원 정책에 대해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며 "은행과 보험은 업계 특성이 다르다. 특히 보험은 이자율 변동이 보유하고 있는 장기 듀레이션 등 상품 자산과 부채 특성이 재무제표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그 관점에서 건전성 관리를 당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오전 10시 서울 종로 생명보험교육문화센터에서 열린 '보험업계 최고경영자 간담회'에는 이 원장을 비롯해 전영묵 삼성생명 대표, 여승주 한화생명 대표, 편정범 교보생명 대표, 김재식 미래에셋생명 대표, 홍원학 삼성화재 대표, 조용일 현대해상 대표, 김정남 DB손해보험 대표, 김용범 메리츠화재 대표 등 주요 생명보험사·손해보험사 대표 20명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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