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이후 첫 6% 물가 전망에···한은, 내달 '빅스텝' 꺼내드나
'외환위기' 이후 첫 6% 물가 전망에···한은, 내달 '빅스텝' 꺼내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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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정점' 아닌 '현재진행형'···기대인플레 10년來 '최고'
6월 소비자물가 6% 전망···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처음
국채 3년물 3.56%대···채권시장, 연말 기준금리 3.25% 전망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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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치솟는 인플레이션(물가상승) 등을 대응하기 위해 내달 14일 사상 첫 '빅스텝'(0.5%p 금리인상)에 나설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국내 기대인플레이션율(향후 1년의 예상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최근 10년여 만에 가장 높은 데다 '8%대' 고(高)물가에 직면한 미국과의 금리역전도 목전에 둔 상황이다. 더구나 글로벌 물가 충격에 정부가 꺼내들 카드가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한은이 과감한 금리인상 결정으로 인플레이션을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29일 한은에 따르면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전월(3.3%)보다 0.6%p 상승한 3.9%로 집계됐다. 이는 역대 최대폭 증가이자 지난 2012년 4월(3.9%) 이후 10년2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통상 소비자물가는 시장을 신속히 반영해 등락률이 빠르게 움직이는 반면, 기대인플레이션 추이는 비교적 천천히 움직인다. 하지만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 전년동월대비 5.4%)가 14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상승폭이 워낙 높았던 탓에 소비자들의 공포 심리도 크게 확대됐고, 기대인플레이션도 가파르게 치솟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향후 물가에 대한 전망은 밝지 않다.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국제유가는 연초 예상보다 높은 배럴당 120달러선을 오르내리고 있다. 세계식량가격지수(FAO)도 역대 최고 수준인 150대 후반을 유지하고 있다.

국내 기업 10곳 중 7곳은 이미 원자재 가격 급등세를 최종 판매 가격에 반영했고, 아직 인상하지 않은 기업 중 절반도 올해 안에 가격인상을 예고했다고 한은은 설명했다.

이에 정부는 이달 또는 7~8월 중으로 6%대 물가상승률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에선 당장 이달부터 6%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만약 물가가 6%대로 올라설 경우 이는 과거 1998년 11월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이후 처음이다.

황희진 한은 통계조사팀장은 "소비 관련 지표 및 이동량은 여전히 늘고 있지만, 체감 물가가 너무 높다"면서 "고물가가 쉽게 잡히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생활물가 및 경기 전망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소비심리가 언제 회복세로 돌아설지 예상하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문제는 정부 입장에서 물가 급등세를 잠재울 만한 마땅한 카드가 없다는 점이다. 현재 정부는 유류세 인하를 상한폭인 30%까지 시행하고 있지만, 유가 오름세가 더욱 두드러지면서 효과를 체감하기도 어렵다. 실제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오전 휘발유 가격(전국 평균)은 전날보다 약 2원 오른 리터당 2139원을 기록했다. 연초(1622원) 대비 31.9% 뛴 값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JP모건, 씨티은행 등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내달 한은이 사상 처음으로 '빅스텝'을 단행할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이미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개월 연속 '자이언트 스텝'(0.75%p 금리인상)에 나설 것임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과의 금리차(0~0.25%), 물가 급등세 등을 감안할 때 한은도 빅스텝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통신도 지난 28일 "머니마켓펀드(MMF) 등 단기 금융시장 금리를 바탕으로 추산한 결과, 시장 참가자들은 한은 기준금리가 6개월 후 3.00%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빅스텝은) 13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원화 가치를 받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물가 안정 목표 운영상황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물가 안정 목표 운영상황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내에서도 내달 빅스텝 가능성에 더욱 무게가 실리고 있다. 현재 시장의 대표 금리인 국고채 3년물 금리(29일 기준)는 3.56%대로 현 기준금리(1.75%)와 1.81%p 차이를 보이고 있다. 통상 국고채 3년물이 기준금리와 0.2~0.3%p 차이가 나는 것을 감안할 때 현재 시장에서는 연말 금리 상단이 3.25%까지도 올라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다만, 이는 통상적이지 않은 물가·금리 급등기인 만큼, 시장 내 투심이 많이 훼손돼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남은 금통위는 총 4번(7·8·10·11월)이며, 만약 한은이 내달 빅스텝 이후로도 금리를 줄곧 인상할 경우 연말 금리 상단은 3%에 도달하게 된다. 전문가들 역시 3%까지는 충분히 올라갈 수 있다는 관측이다.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긴축 목표가 인플레이션인 경우 경기 희생을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하는데 지금이 그 상황"이라면서 시기가 늦어질수록 타격은 커질 것이기에 인플레이션을 위한 긴축이라면 이른 시기에 빠르게 시행하는 게 잃는 것이 덜할 수 있다. 내달 금통위의 빅스텝 가능성은 높게 열려 있으며, 물가 경로에 따라 8월 연속 인상도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내달 0.5%p 금리인상으로 연말까지 2.75% 올라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물가 레벨이 빠르게 떨어지지 않는다면 3%까지도 올라갈 수 있다고 본다. 다만 11월 들어서는 경기 침체나 물가가 '피크아웃'(정점을 찍고 하강)할 것이란 관측이 나올 수 있어 금리인상을 멈출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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