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더 많은 돈 벌기 때문에 시추 안한다"···정유사에 원유 공급 압박
일부선 정유사 투자 축소돼 가격 급등 악순환 우려···BP, 투자 전면 재검토
[서울파이낸스 박시형 기자] "신보다 돈을 더 많이 벌어들였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글로벌 정유사를 향해 일갈했습니다. 그리고는 우발이익세, 소위 말하는 '횡재세(Windfall Profit Tax)'를 부과하겠다고 나섰습니다.
횡재세는 최근 원유·천연가스 등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대규모 이익을 거둔 정유업체 등 기업들에 법인세 외에 추가로 매기는 세금입니다.
미국의 경우 이윤율이 10%를 넘은 정유사에 추가적으로 21%의 연방세를 부과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기존 법인세가 21%였는데 해당 법안이 통과되면 최고 42%의 세금을 내야 합니다.
영국도 지난 5월 유가 급등으로 이익을 낸 북해산 원유·가스생산 기업에 25%의 추가 세금을 부과하기로 했습니다.
그럼 대체 이들 기업들이 얼마를 벌었길래 정부에서 '횡재'라고 하는걸까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석유가격이 급등한 올해 1분기(1~3월) 글로벌 1위 정유사 엑손모빌의 순이익은 54억8000만달러, 한화 약 7조357억원입니다.
세계에서 두번째로 큰 로열 더치 쉘은 올해 1분기 엑손보다 더 많은 순이익 71억1600만달러를 기록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지목한 7대 정유사 중 적자를 기록한 브리티시 페트롤륨(BP)을 제외한 엑손모빌, 쉘, 쉐브론, 필립스66, 마라톤패트롤리엄, 발레로에너지의 올해 1분기 순이익은 총 211억8700만달러입니다. 3개월만에 우리 돈 28조8000억원을 남긴 것입니다.
수익을 눈으로 보니 미 행정부와 의회에서 불만이 나올법도 합니다.
이에 바이든 미 대통령은 "더 많은 석유를 생산하지 않음으로써 더 많은 돈을 벌기 때문에 시추를 하지 않고 있다"고 정유사들을 강하게 비난하며 공급 확대를 압박했습니다.
각국 정부가 횡재세를 매긴 궁극적인 목적은 글로벌 정유사들의 원유 공급을 확대하기 위한 겁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지난 6월 10일로 끝난 주간 미국의 원유 생산량은 1200만 배럴로,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시작할 무렵인 2020년 2월 1310만배럴보다 110만배럴(8.4%) 줄었습니다.
지난 2년간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상당수의 시설이 문을 닫았고, 향후 탄소중립 등 이슈로 화석연료의 사용이 줄어들 것이란 전망에 정유사들의 투자가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글로벌 규모로 확대해 보면 원유 생산 시설 감소 규모는 훨씬 더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기업인 아람코의 아민 나세르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다보스 세계경제포럼(WEF)을 앞두고 이뤄진 인터뷰에서 "2030년이면 정유업체들이 필요없어지는데 기업들이 완공까지 6~7년이나 걸리는 시설을 새로 만들 필요가 있겠느냐"며 "주주들도 찬성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공급이 줄어드니 유가는 당연히 오르게 됩니다.
일부에서는 이번 횡재세 부과로 정유사들의 투자가 축소돼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합니다.
실제로 BP는 영국 재무부의 횡제새 부과 발표 이후 2030년까지 180억파운드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전면 재검토 한다고 발표합니다.
BP는 이메일 성명에서 "정부가 발표한 조치는 일회성 세금이 아니라 수년간 부과를 목적으로 한 것"이라며 "새로운 세금과 세금 감면 혜택이 북해 투자 계획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어려운 시기를 견뎌낸 기업의 이익을 상당부분을 몰수한다는 여론이 일자 영국 정부는 에너지 기업들이 재투자 할 경우 세금의 90%를 경감해주겠다는 조건을 내걸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