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 올해 임협도 장기화되나···'분리교섭·정액인상' 산넘어 산
삼성화재 올해 임협도 장기화되나···'분리교섭·정액인상' 산넘어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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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본노조, 23~24일 분리교섭 찬반투표
올해 임협안에 '정액 인상'안 최초 제시
"노노갈등도 여전···임협 상황·이슈 복잡"
(사진=삼성화재)
(사진=삼성화재)

[서울파이낸스 유은실 기자] 삼성화재의 임금협상(임협)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역시 장기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삼성그룹 금융계열사인 삼성생명이 지난 14일 임협을 마무리한 반면, 삼성화재의 경우 '분리교섭' '정액제 인상안' 등이 주요 변수로 떠오르면서 타협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삼성화재 리본노조(평협노조)는 24일 오후 6시까지 조합원을 대상으로 '2022년 임금협상 분리교섭' 여부를 묻는 찬반투표를 진행할 계획이다. 투표율은 전날 오후 4시 기준 80% 안팎을 기록했다. 

리본노조는 지난달 25일 전 직원에게 2022년 임단협 교섭안을 공유한데 이어 다음날부터 본격적인 임협에 돌입했다. 하지만 협상에 돌입한지 한 달여 만에 리본노조는 "임협 과정에서 설계사들의 요구안을 대표교섭안에 포함시킬지에 대한 고민이 생겼다"는 내용의 메일을 송부했고, 이달 22일부터 설계사 가입 비중이 높은 타노조와 분리교섭을 실시할지를 묻는 투표를 진행하기로 했다. 

다만 리본노조는 설계사들을 노동조합법상 노조원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임직원과 설계사 간 근로조건의 현격한 차이를 극복하고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했다. 임직원과 설계사 간 고용형태와 조건이 다르다보니 교섭 중 서로 간 이익이 상충될 수도 있다는 판단에서 찬반투표를 실시하게 됐다는 것이다. 

리본노조 조합원 규모는 삼성화재 전체 직원 6000명 중 과반인 3200여명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중 보험설계사 조합원은 없다. 반면 삼성화재노조는 내근직 600여명과 보험설계사 3400여명이 조합원으로 가입한 상태다.

이번 찬반투표는 앞서 삼성화재노조가 '지난해 임협안에 설계사 안건이 없다'며 문제 제기한 것에 대한 대응 조치로 해석된다. 삼성화재 노조는 지난 8일 서울지방 노동위원회에 리본노조에 대한 '공정대표 의무 위반 시정 신청서'를 냈다. 

삼성화재노조의 공정대표의무 위반 시정 신청 취지엔 '교섭대표노동조합과 회사가 2021년 임금협약에서 보험설계사의 근무조건 등에 대한 내용을 전면 제외시킨 것은 공정대표 의무 위반에 해당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공정대표의무 위반에 대해서는 현재 1심 심의가 진행 중이다.

삼성화재노조는 분리교섭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내놓았다. 삼성화재노조 관계자는 "평협노조와 교섭권 다툼을 할 때부터 교섭창구는 하나로 통합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며 "리본노조는 정규직 직원들의 권익을 설계사가 뺏어갈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은데, 설계사를 노조원로 인정 안하고 싶은 것과 일맥상통한다"고 지적했다. 

올해 임협 테이블엔 '기본급 1000만원 정액 인상'건도 올라왔는데, 이 역시 임협 합의에 적지 않은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노조 측에서 정액 인상안을 제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삼성화재는 연봉을 정액제가 아닌 정률제로 인상해 왔다. 리본노조는 전반적인 급여 기준을 올리고 직급·세대간 갈등을 피하기 위한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기존 임금제도 안에서 비슷한 금액이 인상되더라도 연차와 직급에 따른 임금 상승폭이 다르게 정해지다 보니, 고연차의 경우 '임금 상승률이 적다'는 불만이 있었던 반면 저연차들은 '기존 연봉이 높은 고연차의 인상효과가 크다'는 불만이 있었다. 여기에 개별직원에게 적용되는 성과차등가감률로 인해 임금인상률에 대한 개인차가 존재할 수 밖에 없는 구조도 불만에 한몫했다는 전언이다.

게다가 업계 1위 위상에 걸맞지 않은 처우에 대한 내부 불만도 적잖은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성과급을 받지 못하거나 삼성화재 내에서도 연봉이 상대적으로 적은 저연차들의 불만이 클 수밖에 없다. 실제 업계 1·2위인 삼성화재(약 4800만원)와 현대해상(약 6000만원)의 대졸 신입사원 초봉은 1000만원 이상 차이가 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이번 정액 인상안은 성과급 비중이 높은 임금구조로 인해 나타나는 불만을 잠재우고, 전반적인 임금 수준을 높이기 위한 요구로 해석되는데, 일각에선 리본노조가 삼성화재노조와 오랜기간 교섭권을 놓고 다툼을 벌인 만큼 협상력을 늘리고 존재감을 키우기 위한 카드라는 평가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정액 인상'에 대한 사례가 드문데다 인상액도 큰 만큼, 회사 측이 받아들이기 힘들 것으로 전망했다. 신입사원 기준으로 1000만원을 인상할 경우 기본인상률만 해도 20%를 넘어서기 때문이다.

노조 관계자는 "계약 연봉액이 임금의 베이스가 되기 때문에 성과금보다는 연봉에 초점을 뒀다. 급여 안정성이 필요하다는 기조 안에서 전직원 1000만원 인상을 회사측에 요구한 상황"이라며 "일단은 정액 인상을 지속적으로 요구할 예정이고, 조합원들의 의견을 듣고 의사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분리교섭과 정액 인상제 등이 올해 임협의 주요 화두로 떠오르면서 삼성화재 사측과 리본노조 간 임협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리본노조와 삼성화재노조 사이에 단체교섭권 법정분쟁도 지속되고 있는 등 여러 상황이 복잡하게 맞물려있다.

노조 사정을 잘 아는 삼성화재 한 직원은 "노조들과 회사가 어떤 입장을 취하느냐에 따라 올해 임협도 지난해 임협처럼 해를 넘길 수도 있고, 8~9월 전에 임협이 타결될 수도 있을 것 같다"며 "올해 임협을 둘러싼 전반적인 상황과 문제가 복잡해지고 있는 것은 맞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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