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2Q 실적 '장밋빛'···대출금리 인하 압박에 3Q 전망 '먹구름'
금융지주 2Q 실적 '장밋빛'···대출금리 인하 압박에 3Q 전망 '먹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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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대출 감소에도 금리 오르면서 수익성 개선
당국·정치권 "이자장사 과도···예대금리차 줄여야"
(왼쪽부터) KB금융·신한금융·하나금융·우리금융그룹 사옥 전경 (사진=각 사)
(왼쪽부터) KB금융·신한금융·하나금융·우리금융그룹 사옥 전경 (사진=각 사)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올해 1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냈던 주요 금융지주사들이 올해 2분기에도 4조원에 달하는 당기순이익을 낼 전망이다. 가계대출 감소세에도 금리가 연일 고공행진하면서 수익은 오히려 지난해보다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다만, 금리 상승기에도 올해 3분기부터는 수익 확대를 기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정치권과 금융당국이 은행권의 과도한 이자장사를 공개적으로 경고한 데다 곧 예대금리차 공시 제도도 마련될 예정이어서다.

23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금융지주 등 국내 4대 금융지주의 올해 2분기 합산 당기순이익(지배주주 기준)은 4조3222억원으로 지난해 2분기(4조1258억원)보다 4.8%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사별 순이익 전망치를 보면 KB금융이 1조2871억원으로, 지난해 2분기(1조2043억원) 대비 6.9%의 순익 개선을 이루는 동시에 리딩뱅크 자리도 유지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어 신한금융지주가 0.9% 오른 1조2629억원, 하나금융이 4.6% 증가한 9596억원, 우리금융이 8% 개선된 8126억원을 달성할 것으로 추정된다.

시장 전망치 대로라면 리딩뱅크를 다투는 KB금융과 신한금융은 상반기 만에 3조원에 육박하는 순이익을 내게 된다. 2018~2019년 두 금융그룹의 연간 당기순이익이 3조 초반대였던 점을 고려하면 3년 만에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룬 셈이다. 마찬가지로 하나금융과 우리금융도 상반기 누적 기준 2조원에 육박하는 순이익을 낼 전망이다.

금융그룹들의 이번 성과는 금리상승으로 이자이익이 개선되면서 가능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특히, 가계대출이 꾸준히 감소하는 가운데 나온 실적이어서 그만큼 은행들이 예대금리차(대출금리-예금금리 차이) 효과를 크게 누리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해진다.

실제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701조615억원으로 4월 말보다 1조3302억원 줄었다. 가계대출 잔액을 올해 들어 5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면서 8조원 가량 줄었다.

반면 예대금리차는 확대되는 추세다. 올해 1분기 기준 국민은행의 예대금리차는 2.02%p(포인트)로, 지난해 4분기(1.89%p)보다 0.13%p 확대됐다. 예대금리차가 2%p를 넘긴 것은 지난 2014년 4분기(2.04%p) 이후 7년여 만이다. 같은 기간 신한은행은 0.08%p 확대된 1.87%p, 하나은행은 0.14%p 커진 1.68%p, 우리은행은 0.09%p 확대된 1.82%p를 기록했다.

가계대출이 줄어든 대신 기업대출이 늘어난 것도 호실적에 기여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5대 은행의 지난달 말 기업대출 잔액은 668조629억원으로 전월보다 7조4771억원 늘었다. 올해 1~5월에만 기업대출이 32조원 가량 늘었는데, 은행들이 가계대출 감소분을 만회하기 위해 기업대출 영업에 적극 나선 결과다.

시장에선 금융그룹들이 하반기부터 실적파티를 즐기지 못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는다. 최근 금융당국과 여당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이 은행들의 이자장사를 제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윤석열 대통령 공약사항인 은행 예대금리차 공시제도를 이른 시일 내 도입하기 위해 내부 분석에 착수한 상태다.

은행권의 이자장사에 제동을 걸겠다는 당국의 의지는 최근 이복현 금감원장의 발언에서도 엿볼 수 있다. 이 금감원장은 지난 20일 은행장 간담회에서 "금리 상승기에 예대금리차가 확대되는 경향이 있어 은행들의 지나친 이익추구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한 데 이어 이날 연구기관장 간담회에서도 "헌법과 은행법 규정에 따라 은행의 공공적 기능은 분명히 존재한다"고 발언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시중은행들이 예금과 대출금리 차이로 과도한 폭리를 취했다는 비판이 계속돼왔다"며 "시장의 자율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고통분담 노력을 함께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국과 정치권의 압박이 거세지면서 은행들도 대출금리 인하를 검토하고 나섰다. 농협은행, 케이뱅크 등이 전세대출 금리 인하를 결정한 데 이어 주요 시중은행들도 대출금리 조정을 위한 내부 검토에 들어갔다. 대출금리 인하에 따라 예대금리차도 줄어들 것으로 보이면서 은행 수익성 둔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은경완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기준금리 인상으로 점진적인 순이자마진(NIM) 개선 기대감은 유효하나 가계 가산금리 하락, 조달금리 상승 등의 이유로 개선폭은 하반기로 갈수록 둔화될 것"이라며 "새 정부가 추진하는 예대금리차 공시제도 역시 NIM 개선엔 부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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