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석훈-산은 노조, '부산이전' 협의 답보···인력이탈 가속화 
강석훈-산은 노조, '부산이전' 협의 답보···인력이탈 가속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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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째 출근 강행···노조·직원 시위 지속
이직·퇴직으로 올해 100여명 퇴사 전망
산업은행 노동조합원과 직원들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1층 로비에서 '부산이전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김현경 기자)
산업은행 노동조합원과 직원들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1층 로비에서 '부산이전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김현경 기자)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산업은행 본점 부산이전을 둘러싼 노동조합과 직원들의 반대 투쟁 강도가 나날이 높아지는 가운데 강석훈 신임 회장이 출근을 강행하면서 양측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강 회장은 노사가 참여하는 소통위원회를 통해 직원들과 본점 이전을 논의하겠다고 제안했으나 노조는 소통위원회가 '소통창구'가 아닌 본점 이전 사전작업을 위한 강 회장의 '설득창구'가 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본점 부산 이전을 둘러싼 양측의 대화가 답보 상태에 머무르면서 인력 이탈 속도가 가팔라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강 회장은 지난 21일 첫 출근을 강행한 데 이어 본점 1층 로비에서 직원 500여명이 참여하는 부산이전 반대 시위가 열린 이날 오전에도 출근에 나섰다. 다만, 이날은 1층 로비를 거치지 않고 출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 회장이 정상 출근을 이어가고 있지만, 부산 이전을 둘러싼 직원들과의 갈등이 해소되지 않으면서 투쟁 강도는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21일 산업은행 노조가 강 회장에 대한 퇴진투쟁을 선포한 데 이어 이날 오전 본점에서 열린 시위에는 이전보다 많은 수의 직원들이 참여했다.

노조·직원들의 반대에도 강 회장이 출근을 강행한 배경에는 대통령실의 압박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강 회장이 임명 후 2주간 본점 출근에 실패하면서 대통령실로부터 산적한 현안 속에서 회장 공석이 장기화되는 데 대한 부담을 전달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사안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대통령실에서 지난 주말 강 회장에게 사태를 장기전으로 끌고 가지 말라는 압박을 넣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강 회장도 출근을 강행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라고 전했다.

출근에는 성공했지만 강 회장 앞에는 본점 부산 이전을 두고 노조와 직원이 납득할 만한 해법을 제시하고, 갈등을 봉합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있다.

문제는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는 탓에 갈등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실제 강 회장은 지난 21일 출근한 이후 노조와의 만남을 추진했으나 노조의 거부로 불발됐다. 노조는 강 회장이 부산이전 계획을 철회하도록 정부를 설득하겠다는 답을 듣기 전까지 부산이전과 강 회장에 대한 반대 시위를 이어갈 방침이다.

산업은행 노조 관계자는 "강 회장이 어제 찾아오겠다고 했는데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만나봐야 서로 입장차만 확인할 뿐이어서 거절했다"며 "직원들도 반대 시위를 계속 원하고 있고, 상황이 해결되기까지는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본점 부산 이전에 대한 해결책이 나오지 않으면서 산업은행 인력 이탈이 가속화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산업은행에 따르면 이미 올해 상반기 전문직을 포함한 산은 직원 40여명이 퇴사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정년퇴임 대상자로, 올해 말 산업은행을 떠나야 하는 직원이 50명 안팎인 점을 고려하면 연말까지 최소 100여명에 달하는 인력이 산업은행을 떠날 것으로 관측된다. 예년 연간 퇴사자 수가 40명 수준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인력 이탈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인력 이탈이 많아지면서 산은은 최근 석·박사 학위 및 변호사 자격 소지자 등 전문직 대상 두자릿수 채용에 나섰지만 이탈 속도를 따라잡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 산업은행 직원은 "요즘 직원들의 이탈 상황을 기회로 삼은 헤드헌터들이 적극적으로 직원들에게 연락을 취하고 있다"며 "앞으로 이탈하는 전문직이나 젊은 직원들은 더 많아질 것으로 내부에서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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