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안정보고서] 美 긴축에···보험·증권사·저축銀 대외충격 흡수능력 '위험'
[금융안정보고서] 美 긴축에···보험·증권사·저축銀 대외충격 흡수능력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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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증권·저축은행 자본비율 악화 우려
유동성·시장·신용리스크 발생 가능성 커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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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유은실 기자] 한국은행이 6개월 만에 보험사·증권사·저축은행의 대외 충격 감내 능력을 '양호'에서 '위험' 수준으로 낮춰 평가했다. 최근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통화긴축에 나섰고, 국내 금융시장 변동성도 크게 확대되고 있어서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중국 경기둔화가 장기화될 경우 금융불안이 현실화될 우려가 크다고 평가했다.

한은은 22일 '금융안정보고서'에서 통합 스트레스 테스트 모형(SAMP)을 이용해 미 연준의 정책금리 인상 가속 등으로 인한 시장금리 급등 및 경기 둔화가 비은행금융기관의 복원력에 미칠 충격을 점검한 결과, 보험사·증권사의 자본비율이 크게 악화되고 취약차주 비중이 높은 저축은행의 자본비율도 상당폭 하락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심각한 충격 발생 시 보험회사와 증권회사는 채권가격과 주가 하락에 따른 유가증권 평가손이 발생하고, 자본비율이 감독기준을 하회하는 기관이 다수 발생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처럼 한은이 비은행금융기관 복원력 평가를 지난해 12월 '대체로 양호'에서 '대체로 취약'으로 바꾼 배경엔 미 연준의 통화정책이 자리잡고 있다. 미 연준의 통화정책 정상화 가속에 따른 금융시장 충격 가능성이 예상보다 클 수 있다는 것. 

실제로 지난해까지만 해도 미 연준의 금리인상 시기가 올해 하반기로 점쳐졌으나,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미 연준은 지난해 11월에 테이퍼링을 개시하고, 올해 3·5·6월에 금리를 각각 0.25%포인트(p), 0.50%p, 0.75%p씩 인상했다.

이에 따라 대외충격 대응 여력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비은행금융기관은 금리, 주가, 환율 등의 변화로 각종 리스크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비은행금융기관의 주요 잠재리스크엔 △유동성리스크 △시장리스크 △신용리스크 △환리스크가 꼽혔다. 

먼저 증권사·여전사는 주로 시장성차입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있는 만큼 금융시장 불안 시 유동성리스크에 취약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증권회사는 RP 등 초단기 차입 비중이 매우 높아 차환리스크가 큰 데다 주가연계증권(ELS) 자체 헤지 관련 마진콜, 채무보증 이행 등에 따라 추가 유동성 수요가 촉발될 가능성이 높다.

증권사를 비롯한 보험사도 시장리스크에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양 업계 모두 투자자산의 상당량을 유가증권(채권, 주식)으로 보유하고 있어 시장금리 상승 또는 주가 하락 시 유가증권 평가손이 클 수밖에 없다. 지난해 말 증권사와 보험사의 주식 보유규모는 각각 24조5000억원, 46조원으로 집계되는데 주가가 20% 하락시 5조원, 9조원 가량의 주식평가손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됐다.

취약 가계와 부동산 관련 기업에 대한 대출 익스포저가 많은 저축은행과 여전사는 시장금리 상승 등으로 인한 차주의 채무상환 능력 저하 또는 부동산 경기 부진 시 대출자산이 부실화될 여지가 있다. 특히 높은 고정금리 대출 비중, 법정최고금리 제약 등으로 조달금리가 상승하더라도 대출금리 인상이 제한돼 이자마진도 줄어들 가능성도 제시됐다.

보험사의 경우 환리스크가 증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해외 장기채권투자를 단기로 환헤지하고 있어 외환시장 불안시 환헤지 비용이 늘고 차환리스크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특히 중소형 생명보험사의 경우 환헤지 만기가 상대적으로 짧은 만큼 이들의 환헤지 부담은 점점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한은 관계자는 "미 연준의 통화정책에 더해 우크라이나 사태 등이 장기화될 경우 금융시장의 변동성은 더 커질 수 있다"며 "최근 상황을 반영한 스트레스 테스트 등을 통해 개별기관의 잠재리스크 및 감내 여력을 재점검하고 복원력 제고를 위한 노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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