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 "빅스텝? 경기·환율·이자 부담 등 고려해 종합적 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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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기자설명회
"물가 고점, 3분기 가능성···불확실성도 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한국은행)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한국은행)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이창용 한은 총재는 내달 빅스텝(0.5%p 금리인상) 가능성에 대해 "경기 및 환율, 이자 부담 등이 미칠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적절한 조합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물가 하나만 보고 결정하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21일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기자 설명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물가 오름세가 확대되는 국면에선 이같은 추세가 진정될 때까지 물가 중심으로 통화정책을 운용해야 한다는 게 분명한 포워드 가이던스"라면서도 "다만 그 양과 속도 등에 대해서는 이후 데이터를 보고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이달 물가상승률이 5월(5.4%) 오름폭보다 더욱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지난달 통화정책방향 회의 이후 국내 물가 상승 속도로 볼 때 5월보다 6~7월에 높을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고 말했다.

한미 간 금리가 역전되는 것과 관련해서는 "금리차 자체가 미치는 영향은 그때그때 경제 상황마다 다르다"며 "다른 메이저 국가들과의 금리차는 어떤지, 그로 인해 환율에 주는 영향은 어떤 것인지, 자본에 미치는 영향 등을 모두 보면서 적절히 유연하게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창용 한은 총재와의 일문일답]

-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을 보면 다수의 위원들이 내외금리차에 따른 원화 약세 압력에 대해 우려했다. 물가 안정을 위해 내외금리차가 중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보면 되나. 과거 사례로 볼 때 75~100bp(1bp= 0.01%) 정도로 판단하면 되는지.

△ 금리차 자체가 미치는 영향은 그때그때 경제 상황마다 다르다. 과거 금리 역전 사례에선 글로벌 유동성이 굉장히 풍부했던 데 반해, 지금은 미국이 통화정책을 긴축으로 돌리면서 세계가 쫓고 있는 상황이다. 과거와는 다르다. 75~100bp의 과거 사례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

금리차가 커지게 되면 환율·자본 등에 영향이 미치는 것처럼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다만, 내외금리차를 반드시 어느 수준까지 방어해야 한다고 보는 것은 아니다. 다른 메이저 국가들과의 금리차는 어떤지, 그로 인해 환율에 주는 영향은 어떤 것인지, 자본에 미치는 영향 등을 보면서 적절히 유연하게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금리 수준 자체에 매달리는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

- 시장에서 보는 연말 기준금리 상단 전망이 2.75%에서 3.00%로 올라섰다. 지난달 금통위때보다 상향 조정됐는데 합리적이라고 보는지.

△ 지난 5월 금통위 금리 결정 이후 새로운 정보가 있었다면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결정과 유가가 당시 예상보다 높아졌다는 것이다. 국내의 상황에선 큰 변화가 없었고, 해외 요인의 변화로 국제금융시장과 유가가 매우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되레 일부 물가지표는 FOMC 발표 뒤 떨어지기도 했다.

우리가 이해하고 있는 상황은 시장이 FOMC 결정 이후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금리가 더 올라갈 것으로 보는 게 합리적인지, 아니면 우리가 생각하는 물가 수준을 넘어설지 예상하는 것은 지금 예단하기에 이르다. 아직 3주의 시간이 남아있기 떄문에 새로운 정보를 보고 결정할 것이다.

- 포워드 가이던스 측면에서 6월 물가가 5%후반에서 6%대로 올라갈 가능성은 얼마나 되나. 7월 금통위에서의 빅스텝 가능성은 어떻게 봐야 하나.

△ 물가 하나만 보고 빅스텝을 결정하는 게 아니다. 이것이 경기에 미치는 영향, 환율에 미치는 영향, 이자부담비용 등을 모두 종합적으로 고려해 금통위원과 상의하고, 전문지식으로 적절한 조합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다.

모두발언과 같이 여러 고려사항이 있을테지만, 물가 오름세가 확대되는 국면에선 이같은 추세가 진정될 때까지, 꺾일 때까지는 물가 중심으로 통화정책을 운용해야 한다는 게 분명한 포워드 가이던스다. 다만 그 양과 속도 등에 대해서는 이후 데이터를 보고 판단해야 한다.

- 중립금리 이상으로 금리를 올릴 필요가 있다고 보나.

△ 지금 단계에선 우리의 기준금리가 (중립금리보다) 아래에 있기 때문에 일단 중립금리까지 올리고 이후 상황에서 여러 변수를 보고 판단해야 한다. 당초 물가는 2~3분기 내 정점을 찍고 완만히 하락하는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으며 미국의 인플레이션도 이런 패턴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미국 물가는 8.6%까지 올랐고, 시장내 내 충격으로 이어졌다. 국제유가도 배럴당 100달러 안정에서 최근 120선까지 올라가는 등 변동성 측면을 보였다. 물가로 보면 이런 상황이 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선물시장에선 3분기에 물가가 정점에 달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시장의 전반적인 컨센서스는 3~4분기에 정점을 이르지 않을까 하는 게 시장의 기대이지만, 우크라이나 사태 등 불확실성도 여전히 크기 때문에 먼저 판단하기에는 이른 상황이다.

-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3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았는데, 6월에는 더 높을 것이라고 한다. 6월 물가상승률은 6% 내외로 봐도 되는지.

△ 지난달 통화정책방향 회의 이후 국내 물가 상승 속도로 볼 때 5월보다 6~7월에 높을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 7월 초 새 물가자료가 나오고 그 때 되면 더욱 확실한 견해를 가질 수 있을 것으로 보기 때문에 6%를 넘어설 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 하지만 5월보다 더 올라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 지난 금통위 의사록에서도 나왔지만 시장에서는 최근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중립금리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에 대한 논의도 나온 상황이다. 중립금리 공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 중립금리의 수치는 굉장히 범위가 넓다. 한은과 학계 자료를 보면 여러 문헌을 찾을 수 있다. 한은이 (중립금리를)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는 것은 그 범위가 굉장히 넓고, 숫자를 발표하면 잘못된 생각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립금리는 하나의 경제 지표이며, 장기 인플레이션을 기본으로 전제한다.

장기적으로 어느 속도로 수렴해 가는지에 달려 있다. 저희 같이 통화정책을 하는 사람들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것을 적절히 사용한다. 하지만 경제 전문가가 아닌 분들에게 '중립금리가 이거다'라고 언급하는 것은 마치 '오늘 이 순간에, 아니면 다음 달에 가야 하는' 이런 불필요한 오해를 초래할 수 있다.

학계나 한은 연구 논문을 통해 간접적으로는 시사하더라도 직접적인 통화정책의 하나의 지표로 명시적으로 발표하는 것은 불필요한 오해를 초래할 수 있어 시급히 해야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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