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최근 우리나라 고용의 질이 빠르게 회복하고 있지만, 여전히 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이전 수준에 도달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근로자들이 산업 구조 변화 등 비자발적인 요인으로 근로시간 정상화에 나설 수 없었기 때문이다. 보다 이직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정책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은행은 20일 발표한 'BOK이슈노트'에 실린 '우리나라 고용의 질 평가' 논고를 통해 이같이 분석했다. 이번 분석은 지난 2015년 1월부터 2022년 4월까지의 경제활동인구조사 미시자료를 이용해 산출한 결과로, 고용의 질 지수와 함께 감염병 확산 충격으로부터의 회복 정도를 평가했다.
고용의 질 지수는 종사상지위의 △안정성 △근로시간 △노동자가 속한 부문(산업, 종사자규모, 직업)의 실직위험 등 3가지 항목을 이용해 산출했다. 이중 2가지 이상 항목에서 취약할 경우 '취약노동자'로 정의하고 2가지 항목에서 취약하면 '다소 취약군', 3가지 항목에서 취약하면 '매우 취약군'으로 분류했다.
분석 결과, 최근 우리나라 고용의 질은 회복세를 보이면서 긍정적으로 평가되지만 고용의 양과 비교해서는 다소 더딘 편으로 나타났다. 고용의 질 지수는 코로나가 발생하기 직전 시기를 기준(100)으로 볼 때 지난 2020년 초 86.1까지 떨어졌다가 현재 99.2 수준으로 회복 중이다. 반대로 고용의 양(취업자수)으로 보면 코로나 직후 96.5로 떨어졌다가 지난 4월 102.1까지 올라섰다.
특히 고용의 질 지수를 양호한 노동자 및 취약한 노동자 비중을 나눠 살펴보면 취약 노동자들의 고용 질이 크게 악화됐다. 지난 4월 기준 전체 노동자 중 취약노동자의 비중은 26%에 달했으며, 여성이면서 고령일수록 질 수준에서는 가장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의 취약 비중이 높은 이유는 실직위험이 높은 부문인 숙박음식업, 단순노무직 등에 종사하는 비중이 높은 데서 기인했다.
고용의 질 회복이 더딘 데에는 비자발적 요인으로 근로시간이 부족한 노동자와 '매우 취약군' 비중이 팬데믹 이전 수준을 상회하고 있는 데서 주로 기인했다. 비자발적 요인으로 근로시간이 부족한 노동자 비중은 감염병 확산 이전과 비교해 최대 6.3%p 상승했으며, 최근까지도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이로 인해 취약노동자를 중심으로 고용의 질 회복이 더디게 진행되면서 양호노동자와 취약노동자 간 고용의 질 격차가 확대되고 있다.
한은은 "고용의 질이 매우 취약한 노동자뿐만 아니라 매우 양호한 노동자(평가항목에서 0개에 해당)도 함께 증가하고 있어 고용의 질 분포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면서 "반대로 최근 계약 기간이 없는 상용직 비중이 증가하고 있고, 비대면 경제의 확산으로 실직위험이 큰 대면서비스업 비중이 축소된 점은 고용의 질을 개선하는 요인으로도 작용한다"고 평가했다.
성별·연령별로 보면 남성 대비 여성의 취약노동자 비중이 더욱 높았으며, 고령층의 경우 팬데믹 직후 고용의 질이 크게 악화됐다. 핵심노동연령층(30~59세)에서도 남성보다 여성의 취약노동자 비중이 높았다. 이는 경력단절 후 재취업 등의 영향으로 40대 이상 여성의 고용의 질이 저조한 데서 주로 기인했다.
한은은 "팬데믹 이후 고용의 질 저하는 비자발적 요인에 의한 근로시간 부족에 주로 기인하므로 이를 완화하기 위한 정책 노력이 요구된다"면서 "산업 구조 변화 등으로 근로시간 정상화가 힘든 노동자의 이직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정책환경(사회안전망, 수요자 중심 직업교육 및 고용서비스 강화 등)을 조성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