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연준 긴축에 보폭 맞춘다"···세계 중앙은행 도미노 금리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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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스위스·대만·브라질 등 잇따라 금리 인상
영국 영란은행(BOE) 전경. (사진= 플리커)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를 한 번에 0.75%p 인상하는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한 가운데 세계 중앙은행들도 잇달아 금리 인상에 나서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 차질,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글로벌 유가·곡물 가격이 치솟으면서 '인플레이션 파이터'를 자처하는 중앙은행들이 늘고 있는 것.

영국 영란은행(BOE)은 지난 16일(현지시간) 통화정책위원회(MPC)에서 기준금리를 종전 1.00%에서 25bp(1bp= 0.01%) 인상한 1.25%로 인상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2009년 1월(1.5%) 이후 13년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BOE는 지난해 12월 세계 주요 중앙은행들 가운데 가장 먼저 금리인상에 나섰는데, 이날까지 총 5차례 금리인상을 단행했다.

영국은 이미 지난 4월 9%가 넘는 물가상승률을 목격한 데다, 올해 물가상승률이 최대 11%까지 솟구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이날 금리인상 결정에서 BOE 정책위원 9명 중 3명은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p 올리는 '빅스텝' 인상에 손을 들었다. 앞서 로이터통신 또한 BOE가 빅스텝에 나설 가능성을 50%로 점치기도 했다.

스위스 중앙은행(SNB)도 같은 날 기준금리를 0.5%p 인상하면서 종전 -0.75%에서 -0.25%로 올라섰다. SNB가 금리인상을 단행한 것은 무려 15년 만이다. 그간 SNB는 주요국 기준금리 인상 흐름 속에서도 양적완화 방침을 고수했지만, 사전 예고없이 기습적으로 이날 금리인상을 단행했다.

세계 중앙은행 가운데 가장 신중한 중앙은행으로 꼽히는 유럽중앙은행(ECB)도 내달과 9월에 각각 25bp, 50bp씩 기준금리를 올리겠다는 신호를 내비쳤다. 이 밖에 브라질·대만 등의 중앙은행들도 연준의 금리인상 이후 금리인상 대열에 합류 중이다.

세계 중앙은행 기조가 긴축으로 돌아선 데에는 무엇보다 글로벌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공통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11%까지 물가가 뛸 것으로 전망되는 영국은 물론, ECB는 올해 연간 물가전망치를 6.8%로 올려 잡았다. 대만 역시 물가상승률이 10년 만에 3%를 넘어섰고, 브라질의 경우 물가가 9개월째 연속 10%를 상회 중이다.

문제는 코로나19 이후 공급망 문제로 발생한 물가 불안이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으로 사태가 더욱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국제유가의 경우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이 지난 8일(현지시간) 종가 기준 배럴당 120달러를 웃돌았다. 이는 지난 3월 초 이후 처음이다. 현재도 120달러대를 유지 중이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이달 3일 발표한 5월 식량가격지수(FAO, 157.4)도 5개월 연속 상승해 12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여기에 연준의 공격적인 긴축도 글로벌 중앙은행들의 기조 전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연준은 15일(현지시간) 기존 컨센서스인 '빅스텝'(50bp 금리인상)을 넘어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한데 이어 내달에도 또다시 자이언트 스텝 가능성을 내비추고 있다. 세계 경제의 중심인 미국이 금리를 올릴 경우 신흥국의 자본이 미국으로 쏠리기 때문에 세계 대부분의 국가들이 자본유출 압력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특히 달러는 안전자산으로써 선호도가 높기 때문에 우리나라를 비롯한 신흥국의 경우 자본유출 우려와 함께 자국 화폐가치 하락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연초 1100원 후반대에서 오르내리던 원·달러 환율(16일 기준 1285.6원)은 심리적 경계선으로 꼽히던 1200원을 넘어, 이제는 '빅피겨'(큰 자릿수)인 1300원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이처럼 세계가 글로벌 긴축 기조로 돌아섬에 따라 경기 침체 우려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산토스 JP모건 글로벌시장 전략가는 "각국 중앙은행들의 금리인상으로 경기 침체 발생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며 "연준의 발표가 매우 중요했는데, 연준은 (적정 수준보다) 더욱 강한 긴축을 하겠다는 신호를 내비쳤다. 이같은 연준과 더불어 금리인상에 나선 다른 중앙은행들의 결정은 올해 말 또는 내년 초 경기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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