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 중산층 남아날 수 있나
[홍승희 칼럼] 중산층 남아날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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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미국 금리인상의 여파이긴 하지만 팬데믹 기간 중 풀린 자금 규모에서 큰 차이가 나는 한국 입장에서는 상황에 따른 대응이 달라져야 하지만 그렇다고 미국 금리인상 추세를 따라가지 않을 수도 없어 그로 인한 부작용은 미국에 비해 심각할 수 있다.

현 정부가 기업 친화적, 자산가 친화적 정책을 펴는 것으로 예상되기에 가장 큰 타격을 받는 부문은 아무래도 가계일 수밖에 없다. 대부분의 자가 주택 소유자 및 영세 자영업자, 소상공인들의 경우 부동산담보대출이 주를 이루는 가계부채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데 주택담보대출부터 급격한 금리상승이 일어나고 있어 그로인한 금융위험도가 상당히 커질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거래 위축에 대한 대응으로 현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생애 최초 주택구입자 대출비율을 대폭 늘리고 다주택자의 양도세 중과세를 유예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처럼 금리가 치솟으면 무주택자들이 섣불리 대출 부담을 안고 주택 구매에 나설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오히려 소위 영끌(영혼까지 끌어 모은)로 이미 주택을 매입했던 젊은 세대의 금융비용 부담이 갑자기 커지면서 금융기관의 부실채권이 늘어날 위험성도 높아지는 게 아닌지 우려된다. 팬데믹 기간 중 영끌 투자가 주택, 주식, 가상화폐 등 여러 방면에서 벌어졌지만 그 중 어느 하나도 현재로서는 성공적인 결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

일단 부동산 가격이 제법 많이 떨어졌고 주식시장 상황도 좋지 않다. 가상화폐의 경우는 지난번 사고까지 발생하며 더더욱 위험성이 더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오르는 물가만큼 소득이 뒷받침되지 못하고 정부 또한 임금인상을 억제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소득이 불안정해질수록 영끌 투자를 한 이들의 대출금 상환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가계부채가 위험수준에 도달한 한국이다. 팬데믹 기간 정부의 가계지원이 정치적 이유로 계속 억제되다보니 가계부채는 더 늘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본주의가 고도화될수록 거대자본으로 재화가 집중되는 것는 필연이고 특히 불경기나 인플레이션 시대에는 그런 현상이 심화된다. 정부가 그나마 그 속도를 늦추는 역할을 할 수 있는 조직과 힘을 갖고 있지만 현 정부의 입장은 그런 기대를 갖기 어렵게 한다.

지금의 여러 상황은 자본 집중 현상을 가속시킬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되면 중산층의 층위는 대폭 얇아진다는 것을 굳이 특정 경제이론을 빌리지 않아도 경험 속에서 충분히 알 수 있다.

현재 한국경제가 세계 속에서 딱히 더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다. 다만 팬데믹 기간 중 경제시스템을 유지시키기 위해 다른 나라들이 정부가 돈을 풀었던 데 비해 한국은 그 부담을 거의 대부분 가계에 떠넘겼다.

지난 정부에서 정부 부채를 늘리지 못하도록 압박했던 현 정부와 여당은 지금 그로 인한 대가를 치러야 할 처지가 됐다. 중산층 가계의 침몰을 초래할 위험성에 과연 정부가 어떻게 대처해 나갈지 걱정스럽다.

정책을 세워야 할 정부 관료들이나 대통령의 통치행위를 단순한 권력 행사나 쇼윈도 정치로 이해하는 새로운 정부 인사들이 과연 중산층의 문턱을 넘기 위해 영끌까지 해야만 했던 서민들의 애로를 얼마나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경제위기를 겪으며 깎여나가기를 반복해온 중산층의 폭을 더 좁히게 되면 그야말로 귀족과 농노만 있던 봉건시대 경제시스템으로 돌아가는 꼴이 되는 건 아닌지 심란해진다.

경제관료들이 신봉하는 경제이론은 지금도 여전히 대기업부터 활성화되면 일자리도 늘고 국가경제도 활발하게 돌아간다는 20세기의 틀에 갇혀있는 듯하다. 그러나 이제 대부분의 기업현장은 인력 사용을 최소화하는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 특히 대기업일수록 이런 경향은 더하다.

가계는 갈수록 정부의 조력을 더 필요로 한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한국의 보수적인 정치세력이나 경제관료들은 하기 좋은 말로 '작은 정부'를 노래한다.

작은 정부가 꼭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글로벌 자본이 점점 더 국경을 무력화시켜가고 있다. 그런 자본의 경향으로부터 자국민들의 생존을 지켜내는 역할을 맡아야 하는 게 앞으로 정부의 핵심적 역할이다. 국민의 생존에는 안보와 경제 모두가 필수적임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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