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자이언트 스텝에···셈법 복잡해진 한은, 내달 '빅스텝' 밟나
美 자이언트 스텝에···셈법 복잡해진 한은, 내달 '빅스텝' 밟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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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 연속 자이언트 스텝 가능성 열어두자 '한미 금리역전설' 부상
한은 7월 금통위서 '빅스텝' 전망···시장 "연말 3%대 기준금리 예상"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한국은행)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5월 2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서울파이낸스 유은실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한번에 기준금리를 0.75%포인트(p)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결정하자, 내달 기준금리 결정을 앞둔 한국은행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잡히지 않은 물가 상승세와 한미 금리차 역전 가능성을 고려하면, 기준금리를 큰 폭 인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시장은 '아직까진 물가를 위해 희생할 수 있는 기초 체력이 있다'는 판단 하에 한은이 내달 13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국내 기준금리를 0.5%p 인상하는 '빅스텝'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한국도 미국 연준만큼 인상해야 한다는 '자이언트 스텝' 가능성에 대해서는 낮은 것으로 내다봤다. 금리인상의 약한 고리인 대출 문제도 여전히 상존해 경기 침체 우려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미 연준은 14~15일(현지시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정책금리 목표범위를 0.75~1.00%에서 1.50~1.75%로 높이는 이른바 자이언트 스텝 인상을 단행했다. 연준이 자이언트 스텝을 밟은 것은 지난 1994년 이후 28년 만이다.

이날 제롬 파월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기준금리를 단번에 0.75%p 인상하는 결정이 매우 예외적인 현상이라고 인정하면서도, '물가상승률'을 강조하며 연속 자이언트 스텝 가능성을 열어뒀다. 제롬 파월 의장은 "다음 회의에서 0.5%p 또는 0.75%p 금리 인상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언급했다.

한국 정부와 시장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과 관련해 "시장 예상과 부합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연준의 발표 이후 시장은 금리 전망의 불확실성이 제거되면서 안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1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보다 12.5원 내린 달러당 1278.0원에 개장한 이후 1285.6원으로 마감했다.  

다만 정부는 향후 전망에 대해서는 위기감을 드러내며 현 상황을 '복합적 위기'라고 진단했다. 파월 의장의 물가안정 의지가 강하다는 점, 향후 인플레이션 관련 불확실성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점 등이 한국 경제를 비롯한 글로벌 경제 불안을 자극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서다.

이런 이유로 시장은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에 대해 주목하며 일제히 연말 국내 기준금리 전망치를 3%대 수준으로 상향했다. 미국과 한국의 기준금리와 격차가 기존 0.75∼1.00%p에서 0.00∼0.25%p로 좁혀지면서 한미간 기준금리 역전 가능성에 비상등이 켜졌기 때문이다. 

기준금리가 역전되면, 통상 외국인의 투자금 유출과 원화 가치 절하가 동시에 일어나면서 환율이 크게 오를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한은의 양대 책무 중 하나인 '금융안정'에도 빨간불이 들어오기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해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국내 고물가 상황도 오는 7월 기준금리 인상에 무게를 두고 있다. 5월 소비자물가는 작년 동월 대비 5.4% 상승해 13년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정부는 '새정부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올해 우리나라 물가상승률이 4.7%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4%대 전망은 11년 만에 처음이다. 

일각에서는 높아진 물가 부담을 감안하면 기준금리가 3.25%까지 갈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는 상황이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현재는 물가안정을 위해 어쩔 수 없는 경기 희생 단계"라며 "국내 연말 기준금리를 2.75~3.00% 정도로 추정하는데 7월 빅스텝이 단행되면 연말 3.00%까지 기준금리 압력이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시장 전문가들은 가계부채 상황과 경기침체 우려는 한은의 고민을 깊어지게 만들 요소라고 평가했다. 국내 가계부채 규모가 1900조원에 육박한 데다 올 하반기엔 수출 하락 압력이 거세지면서 우리나라 경기의 기초체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진단이다.

또 한은이 당장의 물가안정을 위해 빅스텝을 단행할 가능성은 높지만, 연준과 같이 0.75%p를 인상하는 움직임을 보일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다. 현재보다 성장과 물가 수준이 높게 형성된 2000년대에도 0.5%p 인상이 단행된 경험이 없다는 것도 '한은 신중론'의 근거로 제시되고 있다.

박윤정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한미간 기준금리가 역전되더라도 한국은행이 연준을 따라 자이언트 스텝 수준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하기엔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다"며 "올해 하반기부터 경기 하방압력이 커지면 결국 물가에 미치는 하방압력도 커질 것으로 본다. 시장에선 연준과는 상황이 다른 한국 경제 상황을 감안해 빅스텝을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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