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등 전방위 물가 압박에···한은, '기준금리 2.75%' 앞당기나
환율 등 전방위 물가 압박에···한은, '기준금리 2.75%' 앞당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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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위기로 회귀하는 물가···하절기 6%대 진입 가능성↑
한은, 선제적 금리인상 강조···"실기 시 충격 더 커질 것"
올해 회의 네번 모두 올리면 2.75%···"상단 전망 합리적"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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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지난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동월 대비 5.4%)이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8월(5.6%) 수준에 육박하면서 한국은행 행보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월 0.9%에 불과했으나 지난해 10월(3.2%) 3%대에 진입한 데 이어 지난 3월(4.1%)엔 4%대를 돌파했다. 특히 내달 물가가 6%대까지 올라설 것이란 전망이 쏟아지면서 한은 역시 대응책 마련에 고심할 수밖에 없다. 현재 자고 나면 오르는 물가를 잡기 위한 방안은 기준금리 인상 외에 뾰족한 수가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올해 연말 기준금리가 2.75%까지 올라설 것이란 전망에도 "합리적"이라고 평가하는 등 한은 역시 보다 공격적인 긴축 행보를 예고하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10일 서울 중구 부영태평빌딩에서 열린 한은 창립 제72주년 기념사를 통해 "더 이상 우리가 선제적으로 (통화정책) 완화 정도를 조정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금리인상) 시기를 놓치면 인플레이션이 더욱 확산해 그 피해가 더 크게 나타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총재가 '실기'하지 않도록 정책을 운용해야 한다면서 '인플레이션 파이터'로서의 중앙은행 본연의 역할을 강조한 것도 물가 상황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동월대비 5.4%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9월 이후 13년8개월 만에 5%대를 넘어섰다.

공급 차원에서 글로벌 공급망 차질이 여전한데다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국제유가 등 에너지가격뿐 아니라 곡물 가격마저 급등하고 있다. 반면 수요는 방역조치 완화 조치에 따라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 

문제는 전방위적인 물가 급등세가 단기간에 수그러들기 어렵다는 점이다. 국제유가나 곡물 가격 모두 단기간에 수급문제를 해결할 수 없어서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세계식량농업기구(FAO)의 지난달 곡물가격지수는 통계작성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선 하절기(6~8월)부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를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6%대 물가가 현실화할 경우 외환위기를 겪고 있던 1998년 11월(6.8%) 이후 24년 만이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6%대 물가 상승도) 충분히 올라갈 수 있다. 대외적 요인에 의한 물가상승을 현재로선 억제하기 어려워 보인다"며 "더욱이 우리 소비자물가에는 집값·임대료도 반영돼 있지 않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현재 인플레이션은 되레 저평가돼 있다"고 우려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가 19일 오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실에서 열 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가 19일 오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실에서 열 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한은이 올해 연말까지 기준금리 2.5~2.7%로 올릴 것이란 관측이 대두되고 있다. 현 기준금리(1.75%) 수준을 감안하면 올해 네 차례(7.8.10.11월) 남은 통화정책회의때마다 0.25%p씩 올리는 방안이 유력하다. 한은 역시 이런 전망에 대해 '합리적'이라고 평가했다.

박종석 한은 부총재보는 지난 9일 통화신용정책 설명회에서 올해 연말 기준금리가 2.75%까지 올라설 수 있다는 전망에 대해 "시장의 금리 기대는 합리적"이라고 평가했다. '빅스텝'(0.5%p 금리인상) 가능성에 대해서도 "현재로서는 0.25%p씩 금리를 올리는 게 적절하다고 보지만, 대외 리스크를 고려하면 (빅스텝을) 완전히 배제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현재 국내 채권시장의 경우 국고채 3년물(10일 오전 기준 3.278%)과 기준금리 차이를 감안할 때 최종금리 상단이 3.0% 수준까지 올라설 수도 있다. 통상적으로 기준금리와 국채 3년물 간 금리차는 0.2~0.3%p를 기록하는 데 현재 스프레드는 1.5%p를 넘어섰다. 다만 3분기 이후 금리인상기 속 경제 둔화 이슈가 부각된다면 눈높이는 자연스럽게 소폭 내려올 수도 있다.

학계 역시 물가상승압력이 커질수록 기준금리 상단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물가가 예상보다 높으면 기준금리도 당연히 따라 올라갈 수밖에 없다"면서 "물가 외 해외 요인인 미국의 기준금리 기조에도 맞춰 움직여야 하는 등 고려할 게 많다. 올해 남은 4번의 회의로 2.75%는 충분히 올라설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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