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석훈號 출발부터 '가시밭길'···'본점 이전' 갈등 장기화 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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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와 '부산이전' 입장 평행선···3일째 출근 불발
기업 구조조정 등 현안 산적···"경영 공백 불가피"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산업은행 노동조합이 강석훈 신임 회장의 출근저지 투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산업은행 노동조합이 강석훈 신임 회장의 출근저지 투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의 출근 불발 사태가 장기전으로 돌입할 전망이다. 강 회장의 출근이 3일째 무산된 가운데 산은 부산 이전을 둘러싸고 강 회장과 노동조합이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면서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강 회장과 산업은행 노조 간 협의를 위한 만남은 지난 8일 한 차례 이뤄진 후 9일과 이날에는 이뤄지지 않았다. 앞서 강 회장은 지난 8일 노조 반발에 막혀 첫 출근에 실패한 직후 조윤승 산은 노조위원장과 독대 면담을 진행한 바 있다.

독대 면담에서 양측은 본점 부산 이전에 대한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노조는 부산 이전 계획을 철회하도록 윤석열 대통령을 설득하겠다는 답을 듣기 전까지 출근저지 시위를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그러나 강 회장은 산은 부산 이전이 윤석열 대통령의 핵심 공약이었던 점을 들며 난색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산은 노조 관계자는 "만나서 대화를 하려면 그 전에 어느 정도 물밑작업이 좀 돼야 하는데 의견차가 좁혀지지 않아서 지금은 지지부진한 상황"이라며 "(강 회장이) 부산이전 계획 철회권자는 아니기 때문에 어차피 철회를 약속할 수는 없고, 최소한 철회를 하도록 (대통령을) 설득해보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기 전에는 시위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첫 면담 이후 이날까지 양측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강대강 대치 상황이 장기화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금융권에서는 강 회장이 지난 2020년 노조 반대로 취임 27일 만에 본점 출근이 가능했던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의 전철을 밟을 것이란 시각이 많다. 당시 윤 행장은 노조추천이사제 도입, 임원 선임절차 개선 등을 약속한 뒤에야 본점으로 출근할 수 있었다.

현재 강 회장은 산은 본점 인근에 임시집무실을 마련해 업무를 보고 있다. 8일 첫 출근 당시 노조에 막혀 본점 진입에 실패한 강 회장은 9일과 10일엔 본점으로 출근하지 않았다.

대치상태가 장기화할 것으로 보이면서 산업은행 경영공백도 불가피해졌다. 산업은행은 전임 수장이었던 이동걸 회장이 지난달 9일 퇴임하면서 이미 한 달간 수장 공백 사태를 겪고 있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 마무리, 대우조선해양 정상화, 쌍용차·KDB생명 매각 등 시급한 기업 구조조정 업무가 밀려있는 만큼 경영공백이 길어지는 데 대한 부작용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강 회장 입장에선 경영공백이 최소화되도록 노조와의 협의를 이른 시일 내 마무리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안고 있는 셈이다. 특히, 부산 이전 계획 철회는 산업은행 전 직원들이 지지하는 사안이기도 하다. 정부와 노조, 직원들이 모두 수용할 만한 절충안을 제시하는 것이 강 회장의 최대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기업은행장 (출근저지) 전례를 보면 그때는 그래도 서로 대화로 합의가 가능했던 사안들이었는데, 산업은행의 경우 부산 이전에 대한 입장을 회장이 명확히 밝혀야 해결되는 사안이기 때문에 협상은 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산은 직원들 사이에서도 상황이 쉽게 끝날 것 같지 않다는 시각이 지배적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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