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수익률 높여라"···'디폴트옵션' 도입 앞두고 은행권 긴장
"퇴직연금 수익률 높여라"···'디폴트옵션' 도입 앞두고 은행권 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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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은행, 원리금 비보장상품 수익률 마이너스 기록
제도 도입 이후 경쟁 치열···"고객 유지 전략 고심 중"
사진=서울파이낸스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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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미국발(發) 긴축 여파로 퇴직연금 수익률이 고꾸라지면서 은행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퇴직연금 시장에서 은행권의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는 가운데, 개인이 직접 운용하는 퇴직연금에선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찍은 상태다. 

업계는 오는 7월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이 도입되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고 영업력을 강화하는 데 힘쓰고 있다. 그간 증권사에 비해 소극적으로 움직였던 것과 달리 수익률과 편의성을 제고하려는 움직임도 눈에 띈다.

10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올 1분기 기준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퇴직연금 확정급여형(DB) 원리금보장상품과 비원리금보장상품을 합친 평균 수익률은 1.17%로 집계됐다. 이는 1년 전(1.67%)보다 0.50%포인트(p) 감소한 수치다.

개인이 직접 운용하는 확정기여형(DC)과 개인형 퇴직연금(IRP)의 평균 수익률은 각각 0.90%, 0.43%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해당 수익률이 3~6% 수준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하락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 가속화로 국내·외 증시가 부진하자 수익률이 빠르게 하락 곡선을 그리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들 은행의 퇴직연금 중 원리금 비보장 상품의 경우 대부분 마이너스 수익률을 나타냈다. 실제로 5대 은행의 DC·IRP의 원리금 비보장 상품은 △KB국민은행(-1.34/-1.69) △신한은행(-0.38/-0.38) △우리은행(-1.05/-0.66) △하나은행(-0.70/-0.67) △NH농협은행(-2.09/ -1.78) 등 일제히 수익률이 뒷걸음질 쳤다. DC·IRP 가입자들이 원리금 비보장 상품에서 손실을 입었다는 얘기다.

은행권은 부진한 수익률을 끌어올리고, 고객 편의성을 제고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하반기 디폴트옵션 도입을 앞두고 퇴직연금을 적극 운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는 분석이다. 디폴트옵션은 DC형·IRP형 퇴직연금에서 가입자의 운용 지시가 없을 시 회사와 근로자가 미리 정한 방식으로 퇴직연금을 운용하도록 하는 제도다.

우리은행은 최근 연금수령방식을 다양화하는 등 퇴직연금 거래 시스템(대면·비대면)을 손질했다. IRP 이용 고객들의 편의성을 높이려는 취지다.

구체적으로 기간 지정과 금액 지정 방식으로 연금을 수령하는 방식을 이원화했다. 급전이 필요할 경우를 대비해 횟수 제한 없이 자유롭게 인출이 가능한 '자유인출방식'과 필요 시 연간 연금수령한도 내에서 연 1회 추가 인출이 가능한 '일부인출방식'도 신설했다.

연금 수령 중인 고객도 ETF로 연금자산을 운용할 수 있도록 했으며, 기존상품과 ETF간 직접거래가 가능하도록 상품 교체 편의성도 개선했다. 시스템을 전면 개선해 고객 선택권을 강화했다는 게 은행 측 설명이다.

다른 은행들도 퇴직연금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방안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내년 상반기 출범을 목표로 'AI 기반 퇴직연금 디지털 고객관리 플랫폼' 구축 작업에 들어갔는데, AI가 정밀 분석한 상품·시장·고객 데이터를 토대로 개인 맞춤형 포트폴리오를 추천하는 서비스가 탑재될 예정이다. 다른 금융회사들 역시 퇴직연금 ETF 출시에 이어 디폴트옵션 대응 개발 관련 사업자 모집에 나서는 등 준비에 한창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디폴트옵션이 시행되면 시장에서 금융사들의 운용 전략 등 경쟁력이 더욱 눈에 띌 수 있다"면서 "은행의 경우 수익률이 낮은 편이기 때문에 기존 고객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전략을 고심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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