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경제' 강조했던 강석훈 산은 회장···'부산이전 반발' 직면
'지역경제' 강조했던 강석훈 산은 회장···'부산이전 반발' 직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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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지' 시위 노조에 막혀 첫출근 무산
국회의원 시절 '지역경제 활성화' 강조
임시거처 마련···출근까지 '험로' 예고
강석훈 신임 산업은행 회장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으로 출근했으나 노동조합의 출근저지 시위에 막혀 내부에 진입하지 못하고 있다. (사진=김현경 기자)
강석훈 신임 산업은행 회장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으로 출근했으나 노동조합의 출근저지 시위에 막혀 내부에 진입하지 못하고 있다. (사진=김현경 기자)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첫 출근길에 올랐던 강석훈 신임 산업은행 회장이 '본점 부산 이전'을 반대하는 노동조합에 막혀 발길을 돌렸다. 노조는 부산 이전 계획을 철회하겠다는 확답을 듣기 전까지 출근저지 시위를 계속할 예정이어서 강 회장이 공식 출근해 업무를 보기까지 험로가 예상된다.

지난 7일 산업은행 회장으로 임명된 강 회장은 8일 오전 8시50분경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으로 첫 출근을 시도했지만 정문에 대기하고 있던 노조원들에 막혀 내부 진입에 실패했다.

이날 노조는 "(강 회장이) 본점 지방이전 미션을 부여받고 올 것이라는 점을 자명하다"며 "전문성 없고 산은 본점을 지방으로 이전하겠다는 낙하산 인사를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강 회장은 노조원과 대치한 채로 "여러분이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시는지 다는 몰라도 이렇게 뜨거운 뙤약볕에서 목놓아 말씀하는 이유를 모르지 않는다"며 "함께 대화하고 같이 풀어나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일할 수 있게 기회를 달라"고 답했다.

또 한 노조원이 "지방 이전이 맞다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강 회장은 "그 부분도 대화의 대상이 된다고 생각한다. 같이 논의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강 회장은 "대화와 소통을 통해 문제를 같이 해결해 나갔으면 좋겠다"고 거듭 밝혔으나 노조원들의 반대에 막혀 결국 출근하지 못하고 약 10분 만에 발길을 돌려야 했다.

발길을 돌린 강 회장은 기자들과 만나 "오늘 출근하러 왔는데, 아쉽게도 출근을 못했다"며 "향후 산업은행 전직원들과 열린 마음으로 소통하면서 과제를 해결해 나가려 한다"고 짧게 소감을 밝혔다.

강 회장의 출근이 막히면서 이날 오후로 예정됐던 취임식도 무기한 연기됐다. 노조는 부산 이전 계획을 철회하도록 윤석열 대통령을 설득하겠다는 답을 듣기 전까지 강 회장에 대한 출근저지 시위를 이어갈 예정이다.

산은 노조 관계자는 "부산 이전 계획 철회와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 따른 낮은 임금인상률 등의 문제를 논의할 수 있도록 합의서를 마련해 놓은 상태"라며 "(강 회장이) 합의서에 서명을 하기 전까지는 출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 회장은 학계와 국회, 대통령실을 두루 거치며 오랜 기간 금융·경제정책을 연구해온 정책금융 전문가다. 2016~2017년 박근혜 정부 시절 제19대 새누리당 국회의원을 지낸 뒤 청와대 경제수석을 맡아 경제정책을 총괄한 경험이 있다. 이후 윤석열 대통령의 경제교사로 활동해온 그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당선인 정책특보를 지내는 등 윤 대통령과 가까운 인물로 꼽힌다.

이런 까닭에 강 회장이 산은 회장으로 임명된 것을 두고 금융권 일각에선 정부가 산은 부산 이전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실제 강 회장은 지난 2016년 국회의원이던 시절 지역 신산업을 육성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하자는 취지의 '규제프리존 특별법'을 대표 발의하기도 했다. 특정 지역에 한해 규제를 대폭 풀어 기업이 지역에서 자유롭게 경영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이를 통해 지역 주도의 전략 산업을 육성하자는 게 특별법의 핵심 골자다.

윤석열 정부 또한 지역경제 활성화를 이유로 산은 부산 이전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강 회장이 같은 철학을 공유하고 있을 것이란 게 업계의 진단이다.

출근에 실패한 강 회장은 인근에 임시거처를 마련하고 업무 보고를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곧 노조와 다시 한번 대화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지만 부산 이전 문제를 두고 윤 대통령과 경제철학을 공유하고 있는 강 회장과 노조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릴 것으로 관측되는 만큼 대치상황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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