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 광장시장에서 본 풍경
[홍승희 칼럼] 광장시장에서 본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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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오랜만에 광장시장엘 갔다. 유튜브 등을 통해 한국에 관심을 갖는 외국인들 사이에서 한국의 대표적 관광코스 중 하나로 소문난 덕에 해외 사는 교포들도 서울 오면 한번쯤은 들러봐야 할 곳으로 꼽히지만 아직은 북적대는 인파 대부분이 주말을 즐기는 젊은이들이었다.

그런데 그렇게 복잡한 음식거리에서 한 발짝만 벗어나면 광장시장의 처음을 연 포목가게들이 골목은 분위기가 영 다르다. 여전히 간판은 붙어 있지만 상가들은 거의 대부분 불이 꺼져있다. 주말이어서 쉬는 점포들인가 싶지만 유리문 너머로 들여다보면 상품들이 모두 커다란 짐 보따리로 포장돼 있어서 일시적인 점포 휴업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이 또한 산업의 변화로 읽을 수도 있지만 적어도 코로나 팬데믹 이전까지는 분명 불을 밝히고 장사를 했을 상점들이다. 아직 점포 간판을 내리지는 않았지만 팬데믹 상황이 계속되는 과정에서 끝내 장사를 접었다는 얘기일 터다.

방산시장은 6.25 이후 월남한 피난민들이 초기에 생업의 터를 잡았던 대표적 시장의 하나로서 포목 도매시장으로 유명세를 누리던 곳이다. 그에 따라 시장에서 일하는 이들이나 장을 보러 온 손님들을 상대로 이북식 음식들 위주로 음식을 팔던 시장거리가 형성됐었으나 이제는 중심이 됐던 포목가게들 대신 음식점 거리만 살아남은 모양새가 돼가고 있다.

시장의 전통이 바뀌어가는 것이야 산업의 변화 때문이라 할 수도 있지만 팬데믹으로 인해 그 변화가 매우 급작스럽게 일어나게 되면서 아마도 많은 이들이 생업에서 손을 놓게 되었을 것이다. 이처럼 팬데믹 기간 동안 생업에서 밀려난 이들이 이들 뿐만은 아니라는 것을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다.

그러나 2년 이상 이어진 팬데믹 기간을 제대로 견뎌내지 못하고 버티고 버티다 끝내 일터를 잃은 이들에 대해 우리 사회가 그 피해를 온전히 나누지는 못하고 있다. 정부가 그동안 없다고 버티던 재원이 정권 바뀌자마자 몇 십조나 불쑥 튀어나오고 자영업자들에게 지원하겠다고 국회에서는 여야 모두 빠르게 동의해줬지만 도중에 끝까지 버티지 못한 이들은 그 지원책으로부터도 외면당한다.

팬데믹은 여러 산업지형을 크게 바꿨다. 산업정책의 주요 목표가 될법한 분야는 그렇다 하고 일상생활 가까이에서 손쉽게 파악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방역대책으로 영업시간 제약을 크게 받은 업종들은 가게세도 제대로 벌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했지만 배달업은 매우 커졌다는 사실을 모두가 실감할 수 있다.

택배, 배달이 물품 구입의 주요 방법으로 자리 잡은 것도 팬데믹이 가져온 큰 변화의 하나다. 물론 팬데믹 이전부터 젊은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인터넷 쇼핑이 빠르게 늘어나는 중이었지만 그 속도가 매우 빨라지면서 생활패턴을 혁명적으로 변화시켰다.

이제는 아파트 현관 앞에 택배박스 한두 개씩 놓여있는 것이 필수적 그림이 되었다. 과거 소상공인들, 동네 가게 등을 보호하기 위해 대형 유통업체들의 배달서비스에 제약을 가했었지만 이제는 아예 직접 매장을 찾는 대신 인터넷으로 주문하고 당일배송이 일상화하면서 집에서 배달받는 일이 당연시됐다.

그런 까닭에 필자의 동네에서만도 십 수 년 이어온 동네마트가 몇 달 전 문을 닫더니 근방에 새로 들어섰던 유통체인점은 개업한지 두어 달 만에 금방 폐업했다. 이제 동네 상권도 시장을 대신하던 슈퍼, 마트 등이 사라지고 편의점, 카페, 빵집 등으로 대체되고 있다.

음식점들도 가게로 찾아오는 손님만을 대상으로 한 가게들은 대체로 매상이 줄어든 반면 배달 앱에 연결된 곳들은 시간제약을 받지 않으며 주문이 늘어나는 혜택을 입었다. 물론 위드 코로나로 소문난 음식점들은 팬데믹 기간 중 억압됐던 소비욕구가 폭발적 반동으로 오히려 근래 폭증하는 고객으로 비명을 지를 지경이 되기도 한다.

여러 업종이 새롭게 생기고 또 사라지는 것 자체는 자연스러운 변화다. 다만 그런 변화의 속도가 빨라지면 중장년 이상은 그런 변화를 쫓아가기 힘겹고 경제적으로 노후대책이 충분하지 못한 은퇴자들의 삶이 불안해진다. 그들에 대한 사회복지는 아직 너무 미흡한데 복지를 '시혜'로 여기는 정부라면 그 부담을 사회가 나누기보다 가족들에게 떠넘겨 끝내는 비참한 파멸을 늘리지는 않을지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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