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 이창용 "내년 초까지 물가상승률 4%대 예상"
[일문일답] 이창용 "내년 초까지 물가상승률 4%대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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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스텝' 논란에 "원론적인 발언일 뿐"
"연말 금리 최대 2.5%, 합리적 전망"
"7월 금리인상, 물가·연준 보고 결정"
(사진=한국은행)
(사진=한국은행)

[서울파이낸스 유은실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6일 "물가상승률이 내년 초까지 4%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물가에 중점을 두고 통화정책을 운용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이날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금융통화위원회가 끝난 뒤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국제 곡물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상황을 우려하며 내년 초까지 '4% 물가상승률' 시대가 지속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유가가 하락세를 보이더라도 생계물가지수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곡물가격이 오름세를 지속하면서 상승 압력을 높일 것으로 예상했다. 

이 총재는 "국제 곡물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데다 곡물가격의 경우 경작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특성 있어 오르기 시작하면 상당기간 오름세가 지속된다"며 "식료품과 관련된 여러 품목에서 물가 상승이 계속되면, 내년에도 물가상승률이 4%대를 상당 정도 가져가다가 내려가지 않을까 싶다"고 전망했다. 

이어 "평균적으로는 2.9~3%를 예상하고 있지만, 상당한 경우 내년 초까지만 해도 4%나 3%의 물가상승률이 유지된다고 예측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논란이 된 '빅스텝' 발언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면서 입장을 재정립했다. 이창용 총재는 "빅스텝은 해외요인이 불확실한 상황인 데다 그 정도가 굉장히 크다는 생각에 언급한 것"이라며 "우리나라 통화정책 운용에 있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고려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입장이고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한은 금통위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한은 본부에서 본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1.75%로 인상했다. 지난해 8월 금리인상을 실시한 이후 지난해 11월, 올해 1·4·5월 총 5회에 걸쳐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한편 한은 금통위는 이날 수정경제전망에서 올해 소비자물가 전망치를 기존 3.1%에서 4.5%로 1.4%포인트(p) 상향 조정하기도 했다. 한은이 당해년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4%대로 내놓은 것은 2011년 7월(4.0%) 이후 처음이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기존 3.0%에서 2.7%로 하향 조정했다. 

[다음은 이창용 한은 총재의 일문일답]

- 올해 물가전망치가 상당히 높은 상황인데 '중립금리 수준 이상 필요치 않다'는 기존 한은의 입장에서 변화가 있나? 

△ 물가 상승률이 예상보다 많이 올라간 상황이지만, 중립금리의 경우 실질이자의 수준이 현재 중립금리 수준보다 낮은 것이 분명하다. 중립금리 수준으로 금리 수준을 올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새로운 데이터 보면서 기타 경제여건에 미치는 영향을 보고 결정할 예정이다. 일차적 우선순위는 중립금리 수준으로 수용하는 것이다.

- 통방문에서 당분간 물가 운용에 중점을 두겠다고 했는데, 이는 3~4개월 정도를 감안한 발언인가?

△ 당분간의 의미를 수개월로 해석하는 것은 한은 금통위의 의도와 부합된다. 오는 6월 통계청에서 5월 물가상승률을 발표할 예정인데, 금통위는 이때 5% 넘는 숫자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게다가 6월 연준의 이자율 결정, 7월 중순에 2분기 GDP 자료 등 중요 데이터 발표가 남아 있다. 물가 상승률에 집중해 통화정책을 운용하는 것은 확실한 상황이지만, 7월 금통위에서 금리인상을 단행할지 여부는 이런 데이터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 우리나라가 7월까지 한번 더 0.25%p 금리를 인상하더라도 연준이 빅스텝 2번 정도 단행하면, 금리가 비슷한 수준이 된다. 빅스텝 가능성 여전한가? 

△ 빅스텝을 언급했다가 여러 이슈가 있어서 명확히 얘기하겠다. 빅스텝에 대해 언급한 것은 지금 물가와 성장률 관련 해외요인이 불확실한 상황인 데다 그 정도가 굉장히 크기 때문에 우리나라 통화정책 운용에 있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고려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언급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원론적으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빅스텝뿐만 아니라 점진적인 방법도 고려하고 있다. 특정한 방식을 배제하지 않고 6~7월 자료들을 보고 금통위 위원들과 함께 장단점을 비교해서 결정하겠다.

- 4월 수출 호조가 지속했다고 했지만 5월 통방문에서 '수출둔화'에 대해 언급했다. 5월 수출둔화 가능성이 있나.

△ 새로운 자료들을 살펴보면 물가 상승이 높아진 것만큼이나 미국의 금리 인상과 함께 경기와 성장률이 둔화되는 추세가 명확해졌고 중국도 봉쇄조치가 계속되면서 성장가능성이 낮아지고 있다. 주요국의 성장 가능성이 낮아지다 보니 우리나라의 경우도 수출이 경제성장에 미치는 기여도가 낮아지는 상황이다. 현 상황은 해외 하방요인과 거리두기 해제 등 국내 상방요인이 교차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성장률이 둔화되고 있으나 올해 2.7%, 내년 2.4%면 잠재성장률을 상회하는 수준이고 아웃풋 대비 잠재수준을 따라가는 수준이기 때문에 물가가 수개월 높을 상방 위험을 비교해 보면 현재의 상황은 물가의 위험이 더욱 크다고 판단하고 있다. 

- 물가 상승률 정점 찍는 시기는 언제로 예상하나?

△ 물가가 언제 피크일 거고 언제까지 갈 것이냐는 '가정'에 달렸다. 기본 가정은 유가가 베럴당 110달러 하던 것이 연말 정도면 99달러, 내년이면 90달러 대로 떨어질 것으로 보고 우크라이나 사태 등 글로벌 요인이 악화되지 않는다는 가정 하에 보면 한은의 판단은 물가 상승률이 5%를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3월 예측만 해도 상고하저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추세를 보면 피크가 상반기가 아닌 중반기에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상당기간 지속되는 국제 곡물가격이 높은 수준으로 유지되면 식료품 관련 물가도 올라갈 예정이다. 곡물가격은 생활 물가에 큰 영향을 끼친다. 올해 말과 내년 초까지 4%대 물가가 이어질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빅스텝 가능성 발언으로 시장의 기준금리 연말 전망치가 2.25%에서 2.5%로 상향됐다. 합리적 수준이라고 보나?
 
△ 빅스텝 이야기를 해서 금리가 올라갔다는 것보다 물가가 예전보다 올라갔기 때문에 시장의 금리 전망치도 상승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이 기대하는 금리 수준은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이주열 전 총재님의 기자회견 보니 작년 2월쯤에 올해 연말 금리가 1.75~2.0% 수준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고 언급한 바를 기억하는데, 2월보다 인플레이션 예상치가 2% 이상 크게 높아졌기 때문에 시장이 예측하는 금리도 높아진 것으로 분석한다. 아침에 시장상황을 모니터링했는데 금리인상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국채금리, 주가 반응이 큰 변화가 없다. 금리가 올라가는 추세에 대한 의사소통이 적절했다고 생각하고 현 상황을 계속 시장과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있다. 성장을 희생시키면서 물가 대응이 가능한 수준이라고 생각하시는지?

△ 스태그플레이션을 어떻게 정의할까가 중요하다. 확실한 것은 경기 둔화와 물가 상방 위험이 있는 것은 맞다. 그러나 경제성장률 2.7%, 2.4% 수준은 잠재성장률보다 높은 상황이고 2% 밑으로 내려가기엔 완충지대가 있다고 판단되기 때문에 스태그플레이션보다는 물가 상방 요인을 걱정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 한미 정상회담에서 '외환시장 협력'이 성명서에 나왔는데, 실무적인 차원에서 진전된 것이 있거나 계획이 있나.

△ 관련 협상은 재무부와 기재부가 주관하고 있어 기본적으로 자세한 내용을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다만 큰 의미로 보면 경제상황만 보고 말한 것이 아니라 '한미간의 외환시장의 안정이 전략적 협력이라는 큰 틀 아래에서 양국 간 중요 투자 요소다'라고 언급한 점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본다. 구체적인 방안은 기재부 쪽에서 관리하고 중앙은행도 상시 협의채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계속 협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내주부터 미국 중앙은행의 양적긴축이 시작될텐데 외화자금시장이 안전한가.

△ 외환시장에서 환율은 굉장히 중요한 변수이기 때문에 금통위원들도 주의 깊게 보고 있다. 현재 환율이 1260~1270원대로 상승하면서 우려가 많은 것도 사실인데, 환율 인상은 미국의 금리인상 가속화 요인이 컸다. 자본 유출은 외국인들의 국내 주식 투자 비중이 낮아졌다는 점, 채권 투자에서 아직까지는 유입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다른 나라보다 양호한 상황으로 판단된다. 실제로 채권에서 유입이 일어나는 나라가 소수인데, 우리가 소수 국가 중 하나인 데다 상황이 진전될 가능성도 크다고 예측하고 있다. 최근 2~3년 행태를 보면 국내 투자자의 해외 투자가 늘어난 것을 알 수 있는데, 국내 투자자 많다는 것은 해외 부채가 늘어난 만큼 해외 자산도 늘고 다변화가 가능하다는 강점도 있기 때문이다. 외채가 조금 늘어난 것만 보고 우려해야 할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한다.

- 9개월 동안 다섯 차례의 기준금리 인상이 있었다. 경기둔화 우려와 취약계층의 이자부담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 

△ 사실 이 부분들이 큰 걱정이다. 물가가 예상보다 높아지면서 기대인플레를 자극할 가능성이 있어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맞는 방향이긴 하다. 그러나 회복세가 지속되면서도 양극화를 수반한다는 경제적인 특징이 있어 금리가 오르면 취약계층에 대한 위험도 있다. 금리가 0.25%p 올라갈 때마다 가계대출은 3조 상승, 기업대출은 2.7조 가량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영세 자영업자 등을 위해서는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 구체적인 지원은 정부의 재정정책과 공조를 해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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