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우리'라는 이름-우리銀과 우리黨
<기자칼럼>'우리'라는 이름-우리銀과 우리黨
  • 서울금융신문사
  • 승인 2003.10.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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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이 열린 우리당을 열우당으로 부르기로 했다고 한다. 이에 앞서 한나라당은 우리라는 단어를 당명으로 지은 데 대해 발끈했다는 후문이다. 우리당이라는 명칭이 가져올 혼란이 클 것이라는 우려 때문. 자신이 포함된 당을 일컬어 우리당이라 해 왔는데 우리당이 생겨버리면 다른 당들은 어찌 하란 말인가.

지난 해 5월 20일, 한빛은행은 우리은행으로 이름을 바꿨다. 이덕훈 우리은행장은 친밀하면서도 많은 뜻이 담긴 이름이라며 은근히 자랑스러워했다. 사실 그럴 만도 했던 것이 다른 은행들은 결코 우리라는 이름을 사용하지 못했다. 이유는 우리당과 마찬가지였다.

우리라는 말은 보통명사처럼 쓰여 자신이 다니는 은행을 일컬어 왔는데 우리은행이라는 특수명사가 생기면 전자와 헷갈린다는 이유. 실제로 91년 하나은행은 당초 우리은행으로 행명을 지으려다가 재무부로부터 곤란하다는 입장을 전달받고 포기했다고 한다.

우리은행은 다른 금융인들이 배 아파한다는 데 어느 정도 자부심까지 느끼며 지난 해에만 약 300억원을 들여 간판을 바꾸고 은행명을 홍보했다.

그러나 막상 다른 은행들은 이에 알게 모르게 반발했다. 공문서에 한글을 사용하는 풍토가 조성돼 당행이라는 표현 대신 우리 은행이란 말을 자주 썼었는데 우리은행이 생기고부터는 이를 모두 고쳐야 했기 때문.

실제 한자 표기가 우위였던 한국은행은 시대흐름에 발맞춰 당행을 우리은행으로 고쳐 쓰다가 우리은행 출범을 맞아 다시 당행으로 표기를 바꾸는 해프닝을 겪었다. 이처럼 일상에서 대화할 때나 공문서를 작성할 때나 불편함이 따르자 금융인들은 우리은행을 워리은행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지금은 자기가 다니는 은행을 우리은행이라 부르고, 우리은행(구 한빛은행)은 워리은행이라 부른다.

우리은행은 행명의 영문표기로 woori를 쓰는데 주저했다고 한다. 외국인들이 자칫 워리(woory, 걱정)로 발음할까봐 걱정이 됐던 것. 그러나 외국인이야 어찌 됐든 금융인들 사이에서는 이미 우리은행은 워리은행으로 통한다.

이런 전례로 봤을 때, 열린 우리당 역시 워리당으로 불리지는 않을까. 다른 이들이 사용하지 않았던 말을 사용한 데 대한 약간의 시기와 비아냥이 뒤섞여서 말이다.

우리은행 이덕훈 행장은 작년 행명을 바꾸고 난 뒤 브랜드는 경쟁력의 일부일 뿐 내실이 더 중요하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똑같이 정치권에 적용시켜 보면, 당명은 당의 일부일 뿐 중요한 것은 제대로 된 정치를 하느냐의 여부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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