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긴축시계 빨라진다···연말 기준금리 2.25~2.5% 전망
한은 긴축시계 빨라진다···연말 기준금리 2.25~2.5%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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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금통위, 빅스텝보다는 0.25%p 인상 가능성↑
지난달에 이어 5, 7월 세차례 연속 인상 전망도
고물가 궤적에 연말 금리상단 2.5%까지 높아져
서울 중구 한국은행 전경. (사진= 박성준 기자)
서울 중구 한국은행 전경. (사진= 박성준 기자)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지난해 8월부터 4차례 기준금리 인상에 나선 한국은행이 치솟는 물가 등을 잡기 위해 금리인상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물가상승률이 5%에 육박하고 있는 데다 미국의 거침없는 긴축 '스텝'에 쫓기고 있어서다.

특히 이창용 한은 총재도 최근 '빅스텝'(0.5%p 금리인상)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금통위가 이달 더욱 공격적인 긴축에 나설 것인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 총재의 발언이 물가를 잡기 위한 한은의 강력한 의지 표현일 뿐, 시장 충격을 감안할 땐 25bp(1bp= 0.01%) 인상 가능성이 가장 유력하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한은 금통위는 오는 25일 통화정책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앞서 금통위는 지난해 8월부터 시작해 지난달까지 총 4차례(0.5%→1.5%)의 금리를 인상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금통위에서도 미국발(發) 금리인상 압력과 이 총재의 파격 발언 등을 고려할 때 25bp 금리인상이 단행될 것으로 예상한다.

◇ 숨 돌릴 틈 주지 않는 경제···물가상승압력 지속

현재 기준금리를 결정하는데 최우선 판단 요인은 갈수록 치솟는 물가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4.8% 뛰었다. 소비자물가는 작년 10월(3.2%) 9년 8개월 만에 3%대로 올라선 뒤 11월(3.8%), 12월(3.7%), 올해 1월(3.6%), 2월(3.7%)에 걸쳐 5개월 연속 3%대를 보이다가 지난 3월에는 4%(4.1%)마저 돌파했다. 이달엔 5%를 넘어설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이날 발표된 생산자물가지수(PPI)도 넉 달째 상승세를 이어가며, 지수 자체로는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올 1분기 가계 총소득은 역대 최고 수준으로 뛰었지만, 고(高)물가에 실질소비지출은 0.8% 증가하는 데 그쳤다.

대내외 전망기관들도 우리나라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빠르게 높이고 있다. 지난 18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우리나라 물가상승률이 연간 4.2%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종전 전망치(1.7%)와 비교해 무려 2.5배에 달한다. 지난달 국제통화기금(IMF)은 우리나라 물가상승률을 4.0%로 예상했고, 한국금융연구원 역시 이달 수정경제전망 발표에서 4.1%로 내다봤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강력한 긴축 '스텝' 역시 한은에 상당한 금리인상압력을 가하고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 17일(현지시간) 물가를 확실하게 제어할 수 있을 때까지 금리인상을 밀어붙이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그는 "(기준금리가) 광범위하게 인식된 중립금리 수준을 넘어야 한다면, 우리는 망설이지 않겠다"고 언급하는 등 그 어느 때보다 강경했다.

특히 이 총재가 빅스텝 가능성을 언급했다는 점은 시장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 총재는 지난 16일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의 조찬 회동에서 "아직 데이터가 불확실한 상황이기 때문에 빅스텝을 완전히 배제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는 물가·성장 흐름에 따라 더욱 공격적인 긴축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 것이다.

하지만 한은이 기준금리를 한번에 0.5%p를 올린 적이 없는데다 차주들의 이자 부담과 경기침체 우려 등을 감안할 때 '빅스텝' 행보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반응이다. 오히려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서라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는 한은의 강력한 의지를 내비친 것일 뿐, 원론적인 입장을 밝힌 데 불과하다는 게 한은 고위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가 19일 오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실에서 열 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가 지난달 19일 오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실에서 열 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 고물가·고환율에···연말 최대 2.5% 전망도

전문가들 역시 이달 금통위 결정에선 빅스텝 가능성을 적게 보면서도, 금리인상 속도가 빨라진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평가했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그간 연준의 물가 통제 의지에 대해 의구심이 많았는데, 한은 총재 발언은 이를 반면교사 삼아 한은의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면서 "그럼에도 높은 물가 상승 가능성과 원화 약세로 금리인상은 빨라질 수 있다. 오는 6~7월 발표되는 소비자물가에 따라 시장의 우려는 여전히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올해 연말 기준금리 상단은 연 2.25~2.5%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 주를 이뤘다. 대내외 주요 기관의 기존 전망이 2% 이내에 머물렀던 점을 고려하면 대부분 금리상단을 상향 조정한 것이다.

신얼 SK증권 연구원은 "(이 총재의 발언으로) 이미 시장의 뇌리에는 한은 또한 물가 안정 목표를 위한 정책 변화 가능성을 인지하게 됐으며, 한·미 정상 모두 '물가안정'을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하는 시점"이라면서 "5월 25bp 인상을 통한 1.75%로의 상향 조정 전망을 유지하고, 7월 또는 8월 중 빅스텝 인상으로 2.25% 추가 상향될 것으로 예상한다. 3분기까지는 변동성이 있지만, 8월 이후부터는 정책에 대한 시계가 더욱 명확해질 개연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5월 금통위의 25bp 인상을 비롯해 올해 한국의 기준금리에 대한 전망을 일제히 상향한다"면서 "한국의 빅스텝 여부는 아직 단언하기 어렵지만, 종전보다 더욱 매파(통화긴축 선호)적인 것은 분명해졌다. 글로벌 중앙은행들의 전반적인 통화정책 기조가 물가 견제에 있음을 비춰볼 때 한국 역시도 예외가 아닐 것"이라고 평가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최근의 인플레이션 동향·전망, 이 총재의 빅스텝 언급 등을 현실적으로 보면 실제 빅스텝 단행보단 당분간 회의마다 금리 인상이 이뤄질 것"이라면서 "이에 따라 지난 4월에 이어 5월, 7월까지 3연속 인상 전망에 8월과 10월 중 추가 인상으로 연말 2.25%에 도달할 전망이다. 이후 연준의 최종 정책금리 레벨이 3.0~3.5% 수준으로 예상됨에 따라 국내 기준금리도 최대 2.5%에서 인상 사이클을 마감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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