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시대 '성큼'···전기차보험시장도 무르익을까
전기차 시대 '성큼'···전기차보험시장도 무르익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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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기차, 오는 2030년까지 전기차보급량 144만대 확대
악사·캐롯·KB손보, 삼성화재·현대해상 잇단 상품 출시
데이터 부족 탓에 전기차 보험상품개발 아직 '걸음마'
고속도로 휴게소에 설치된 급속충전기에서 전기차량들이 충전하고 있다. (사진=서울파이낸스DB)
고속도로 휴게소에 설치된 급속충전기에서 전기차량들이 충전하고 있다. (사진=서울파이낸스DB)

[서울파이낸스 유은실 기자] 현대자동차와 기아차가 국내 전기차 보급량을 오는 2030년까지 144만대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밝히면서 보험업계의 발걸음 역시 분주해질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보험은 아직 걸음마 단계지만, 국내 주요 완성차업체인 양사의 전략적 투자로 해당 시장이 성숙한 단계로 접어들면 자동차보험의 판도 변화가 불가피해서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와 기아차는 오는 2030년까지 총 21조원을 국내 전기차 분야에 투자하기로 했다. 양사는 전기차 전용 공장 신설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밝히면서 목표 생산량도 144만대로 제시했다. 올해 전기차 생산량이 35만대인 점을 감안하면 8년 만에 국내에 보급되는 전기차 수가 네 배 이상으로 늘어나는 것이다. 

이처럼 현대자동차와 기아차가 전기차를 미래 먹거리 중 하나로 삼고 공격적인 투자를 결정하면서 국내 전기차 시장 확대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이 발표한 2021년 전기차 판매 실적에 따르면 현대자동차 그룹의 내수 전기차 판매량은 7만1785대로 전년 대비 157% 증가했다.

상황이 이렇자 국내 자동차보험도 개선된 보험 상품을 내놓기 시작했다. 그동안 전기차는 휘발유·경유 자동차에 비해 차량 가격과 부품비가 비싸기 때문에 고가의 보험료를 부담하면서도 보장 내용은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와 대동소이해 소비자 불만이 적지 않았다. 

실제로 AXA손해보험(악사손보)은 지난 3월 전기차 시장 성장에 발맞춘 '전기차 전용 특약 3종'을 출시했다. 특약은 전기자동차 충전 중 발생하는 위험을 보장하는 '전기차 충전 중 위험 보장'과 사고로 차량 수리비가 차량가액을 초과하더라도 수리 후 차량 운행을 할 수 있도록 차량가액의 130%까지 보상해주는 '전기차 초과수리비용 지원 특약'으로 구성됐다.

이 상품은 전기차 소비자들의 각종 사고와 불편사항을 해소하고자 사용자 중심의 보장을 강화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아직 전기차 충전 인프라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을 고려해 긴급출동 서비스 견인 거리를 업계 최장거리인 150km로 설정했다.

캐롯손해보험의 전기차 전용 퍼마일자동차보험은 사고로 인한 배터리 수리시 감가상각하지 않고 신품으로 보상하는 '전기차 배터리 신품 가액 보상 특약', 실수리 시 차량 가액의 150% 한도를 보상하는 '자차차량손해 초과수리비 보상 특약', 충전 중 피보험자의 사망과 상해를 보장하는 '전기차 충전 중 위험담보 특약' 등이 포함했다.

삼성화재의 '전기차 플랜'은 전기차 충전 중 사고 보상, 긴급 견인 90km 확대 특약 등을 보장한다. 현대해상도 전기차 배터리 신품가액 보상 및 전기차 초과수리비용을 지원하는 전기차 전용 상품을 판매하고 있으며, KB손해보험 상품은 전기차 운전 고객 대상으로 보험료 할인과 전기차 맞춤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이런 움직임에도 전기차 소비자들이 만족할 만한 상품이 아직 부족하다는 게 업계의 공통적인 평가다. 전기자동차와 관련 사고에 대한 데이터가 부족해 특성에 맞는 서비스·보장 개발에 한계가 있고, 대비 단계도 걸음마 수준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전기차 전용 상품·특약 출시 시, 악사손보는 볼보자동차코리아와, 캐롯손보는 기아차와 손잡는 방법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자동차보험의 상품 선택 기준이 '회사 이미지'와 '가격'인 점을 감안하면 전기차보험도 대형사·소형사 상관없이 비슷한 상품·특약이 잇따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1년마다 계약을 갱신하는 자동차보험의 특성상 기존의 자동차가 전기차로 대체되는 시점이 오면 손보사들의 움직임이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한 손보업계 관계자는 "시장 성장성은 높은 반면 당장의 성숙도는 낮아 전기차 관련 상품이나 특약이 줄줄이 출시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내부에서도 현재 상품 이외에 다른 준비 사항이 없다"면서도 "그러나 일반 자동차에서 전기차로 상당 부분 대체가 되는 시점이 오면, 고객확보를 위한 보험사들의 경쟁에 불이 붙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기승도 보험연구원 수석연구원은 "한해 자동차가 5만대 정도 늘어나고 있는데, 기존 자동차들이 전기차로 대체된다고 하면 일반 차와 전기차 간의 가격 차이가 있기 때문에 보험료 규모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배터리가 전체 차 가액의 40%가 넘는 만큼 사고 관련 보험금 및 보험료가 늘면, 보험사 입장에서는 보험료가 늘어나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기차는 내연기관차보다 기술집약적인 특성이 있어 기술 발달 양상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다양한 전기차 관련 상품이 나올 수 있을까'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며 "특히 우리나라 보험사 상품은 다른 회사에서 쉽게 모방할 수 있는 구조인데, 이런 흐름이 지속되면 보장이나 서비스 차이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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