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올해 1분기 가계 총소득이 1년 전보다 10% 넘게 늘면서 역대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취업자수 증가와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로 근로·사업소득이 대폭 늘어난 영향이다.
소득은 10% 이상 늘었지만 물가 부담이 커지면서 소비(명목기준)는 4.7% 늘어나는 데 그쳤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가구의 월 평균 실질소비지출 증가율은 0.8%로 크게 떨어졌다. 올해 1분기 3~4%대의 물가 상승률이 이어지면서 소비 심리가 위축된 것으로 분석된다.
19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1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국 1인 이상 가구(농림어가 포함)의 월평균 소득은 482만5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1% 증가했다. 이는 통계 집계를 시작한 2006년 이후 가장 큰 폭이다.
소득 유형별로는 전체 소득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근로소득이 306만2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2% 증가했다. 근로소득이 전년 동기 대비 10% 이상 증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같은 기간 자영업자 등이 벌어들이는 사업소득은 86만2000원으로 12.4% 증가했다. 이는 2010년 1분기(13.1%)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등으로 서비스업 업황이 개선된 영향이다. 사업소득과 근로소득 모두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하면서 전체 소득을 끌어올렸다. 외부에서 들어오는 이전소득은 78만원으로 7.9% 증가했다. 방역지원금 지급 등의 영향으로 정부가 지급하는 공적 이전소득이 9.5% 크게 늘었다.
이진석 통계청 가계수지동향과장은 "지난 1분기 취업자수 증가 등 고용 상황이 개선되고 거리두기 완화에 따라 서비스업 업황이 개선됐다"며 "소상공인 손실보상금 등으로 공적 이전 소득도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재산소득은 3만2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 감소했다. 물가를 고려한 실질소득은 6.0% 증가율을 기록했다. 가파른 물가 상승으로 실질소득은 명목소득 증가율에 못 미쳤다.
올해 1분기 가구당 월평균 가계지출은 349만6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2% 증가했다. 이 가운데 소비지출은 253만1000원으로 4.7% 증가했는데, 물가 상승률 영향을 제거한 가구의 월평균 실질소비지출은 0.8% 증가에 그쳤다. 물가 상승 영향으로 식료품·비주류 음료(-3.1%), 교통(-6.0%) 등의 지출이 실질적으로 감소했다.
곡물 가격 상승 영향으로 식료품의 명목지출 증가율은 0.9%였는데, 실질지출 증가율은 -3.1%로 집계됐다. 가사 관련 명목지출의 경우 전년 동기 대비 10.4% 감소했는데, 실질 감소폭은 13.8%로 더 컸다. 국제 유가 상승의 영향을 받는 교통부문은 명목지출은 2.8% 늘었지만 실질지출은 6% 감소했다. 국제유가 상승의 영향으로 운송기구연료비(17.5%)가 크게 늘어난 영향이다.
가구당 월평균 비소비지출은 96만5000원으로 1년 전보다 10.5% 증가했다. 경상조세(28.3%), 사회보험료(10.3%), 가구간이전지출(8.9%) 등이 늘었다. 동 분기 기준 경상 조세는 2018년 1분기 32% 증가한 이래 가장 많이 늘었다. 부동산 취득관련세 등 비경상조세는 27.6% 감소했다.
이 과장은 "소비자물가가 크게 상승하면서 명목소득은 많이 늘었지만 이것이 늘어난 만큼 소비지출이 늘어나진 않았다"며 "가처분소득도 많이 증가했고, 흑자율도 많이 올라간 점을 고려해보면 지출이 소득에 비해 회복된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