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이재용 리허설까지' 바이든 맞이 분주한 재계 
[초점] '이재용 리허설까지' 바이든 맞이 분주한 재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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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바이든, 정상회담 앞둬 삼성 평택 공장 방문할 듯
한미정상 만찬에 4대그룹 총수·6대 경제단체장 참석

[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한국 방문을 앞두고 삼성전자가 '손님 맞이' 준비에 한창이다.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20~22일 방한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일정 첫날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찾을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사상 처음으로 미국 대통령이 국내 반도체 공장을 방문하는 만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직접 바이든 대통령 안내를 위한 사전 리허설까지 나서며 만전을 기하고 있다.

특히 이번 방한 기간에 재계 총수들도 바이든 대통령과 회동에 나선다. 한미 정상회담 만찬과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 등을 통해 바이든 대통령과 국내 주요 그룹 총수 및 6대 경제단체장들과의 만남이 예고됐다. 재계는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반도체와 배터리 등 전략 산업 분야에서 양국 간 공급망 협력과 첨단 기술 협력 등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항공 사진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항공 사진 (사진=삼성전자)

◇ 바이든 방한 첫 일정, 삼성 반도체 공장 간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이날 바이든 대통령을 안내하기 위한 리허설을 진행했다. 이 부회장이 공식적으로 평택 공장을 찾는 것은 지난해 1월 이후 약 1년 4개월 만이다.

이 부회장은 전용 헬기를 타고 평택으로 이동해 3공장(P3) 위주로 둘러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바이든 대통령을 만나 직접 생산시설을 소개하고 한·미 공급망 강화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평택공장은 차세대 메모리(D램·낸드)와 초미세 파운드리 제품을 생산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공장으로, 총 부지 면적이 289만㎡(87만5천 평)에 이른다. 여의도 면적(약 290만㎡)과 비슷하고 축구장으로 환산하면 축구장 약 400개에 해당하는 규모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는 2015년 5월 착공해 2017년 7월 첫 생산라인(P1)부터 본격적으로 가동했다. P2는 2020년 가동에 들어갔고 P3이 2020년 4월 착공해 올해 하반기 완공을 앞두고 있다. P3는 클린룸(먼지·세균이 없는 생산시설) 규모만 축구장 면적 25개 크기로, 현존하는 단일 반도체 라인 중 세계 최대다.

바이든 대통령은 오는 20일 오후 한국에 입국한 직후 바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를 찾아 시설을 둘러본 뒤 간단한 연설을 할 예정이다. 이날 일정에는 미국의 세계적 반도체 기업인 퀄컴의 크리스티아노 아몬 최고경영자(CEO)도 동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평택 공장 방문은 글로벌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한미 양국의 공조를 공고히 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 자리에서 반도체를 포함한 주요 첨단산업에 있어 양국의 협력을 강조하는 동시에 한국 기업의 대미 투자 확대 등을 언급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바이든 대통령은 앞서 취임 직후인 지난해 4월 백악관에서 삼성전자를 비롯해 주요 업계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반도체 회의를 소집, 웨이퍼를 직접 손에 들고 대미 투자를 독려하기도 했다. 이어 5월 한미정상회담 개최 전날 반도체 회의에 다시 삼성전자를 포함시켰고, 지난해 10월부터 계속된 공급망 대책회의에도 외국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삼성전자를 참석 대상에 넣었다.

이 부회장은 현장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동행하면서 미국 내 투자에 대한 중앙정부의 재정 지원 등 삼성전자가 당면한 경제현안 등을 언급하며 도움을 요청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추진 중인 20조원 규모의 파운드리 공장 착공 계획도 구체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현지언론이 보도한 현대자동차 미국 전기차 공장부지 예정지. (사진=연합뉴스)
현지언론이 보도한 현대자동차 미국 전기차 공장부지 예정지. (사진=연합뉴스)

◇ 이재용 경영 활동 물꼬?···재계, 한미 경제 공조 기대

재계에선 이번 일을 계기로 이 부회장이 현장 경영에 본격 나설 것으로 본다. 그동안 가석방 신분인 이 부회장은 주요 사업장을 챙기지 못하는 등 현장 경영에 어려움이 있었다. '민간 외교관' 역할이긴 하지만 이번에 바이든 대통령을 안내하며 사실상 올해 첫 사업적 행보에 나서는 셈이다. 

이 부회장은 다른 주요 그룹 총수들, 국내 6대 경제단체장들과 함께 한미 정상회담 만찬에도 참석한다. 재계 총수들은 지난 10일 대통령 취임식과 외빈 만찬에 참석한 뒤 10여 일 만에 다시 총집결하게 됐다. 재계에 따르면 오는 21일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는 바이든 대통령 초청 환영 만찬에 이 부회장을 비롯,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 대표 등 4대 그룹 총수가 모두 초대됐다. 

여기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겸하고 있는 최 회장과 함께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과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구자열 한국무역협회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최진식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회장도 초청을 받아 참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계에서는 양국 정상이 국내 4대 그룹 총수에 더해 국내 경제단체장들과의 만찬 자리도 마련함으로써 양국 간의 경제협력 강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만찬에는 바이든 대통령과 함께 방한하는 미국 기업인들도 일부 함께 자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참석 대상이 반도체와 전기차, 배터리 등 미국 내 대규모 투자를 발표했거나 준비 중인 기업들인 만큼 관련 대미 투자 확대와 글로벌 공급망 재편 동참 등에 대한 주문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화답하기 위해 재계 총수들이 미래 전략 산업인 첨단 분야에서의 투자 확대 소식을 전할 가능성도 있다. 

앞서 지난해 5월 미국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 당시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 때는 한국 기업들이 44조원에 달하는 투자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기업들은 지난해처럼 대대적인 투자계획을 내놓지는 않겠지만 기업별로 대미 투자 계획을 가다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최근 현대차그룹이 미국 조지아주에 70억달러(약 9조153억원) 규모 전기차 공장 건립 계획을 발표할 것이라는 소식이 외신을 통해 전해지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바이든 대통령과 이번 재계 총수들과의 만남은 큰 틀에서 보면 미국이 주도하는 '반중 연대' 성격의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와 연결돼 있다는 분석도 제기한다. 지난해 10월 바이든 대통령이 발표한 IPEF는 무역뿐만 아니라 디지털 경제, 에너지·기후변화 대응, 높은 노동·환경 기준의 무역체제, 공급망 안보 구축, 친환경에너지 공동 투자, 공정한 자유무역환경 조성 등을 망라하는 보다 포괄적 경제 협력 체제를 뜻한다. IPEF는 경제 협력 범위가 넓고 미국이 주도한다는 점에서 기존 CP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이나 RCEP(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과 차이가 있다. 

IPEF에는 한국, 호주, 일본, 싱가폴, 뉴질랜드의 참여가 확실시되고 이밖에 필리핀, 태국, 인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 인도 태평양에 위치한 국가들 참여도 예상된다. 이를 통해 미국은 지역 내 동맹체제를 공고히 하고 영향력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재계에서는 아태지역의 새로운 경제질서가 대두될 움직임에 대해 기대와 우려가 공존한다. 우선 글로벌 공급망이 갈수록 취약해지는 시점에 이를 공동으로 극복할 공식 플랫폼 마련될 수 있단 점에서는 긍정적이다.

지난달 무역협회는 "핵심물자의 공급 차질을 해결하기 위한 민관 협력체계 구축, 원산지 증명 간소화 등 비관세 무역장벽 완화, 통관 절차 간소화 노력, 참여국들의 입장을 고려하는 노동·환경 기준 도입, 탈탄소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 등을 IPEF에서 다뤄달라"는 업계 요청을 담은 의견서를 미국 상무부와 무역대표부(USTR)에 전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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