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만기 주담대' 출시 초읽기···'DSR규제 우회' 방안으로 급부상
'50년 만기 주담대' 출시 초읽기···'DSR규제 우회' 방안으로 급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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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주담대 '순항'···주금공, 올 1분기 공급 비중 18.8%
"만기 연장에 따른 리스크 등 면밀 검토"···은행도 '촉각'
서울 시내 주택가.(사진=서울파이낸스DB)
서울 시내 주택가.(사진=서울파이낸스DB)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대출 규제 완화를 추진하는 윤석열 정부 출범에 맞춰 '50년 초장기 정책모기지'도 출시 초읽기에 들어갔다. 40년 주담대를 통해 초장기 상품에 대한 시장의 수요를 확인한 데 이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의 골격을 유지하면서도 대출한도를 늘릴 방안인 터라 정책상품을 시작으로 50년 주담대가 확산될 것이란 전망이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 당국은 청년·신혼부부를 대상으로 주택담보대출을 50년에 걸쳐 나눠 갚을 수 있는 '만기 50년 정책모기지'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앞서 주택금융공사는 지난해 7월 금융권에서 처음으로 40년 주담대 상품을 선보였는데, 이보다 만기가 10년 더 긴 상품의 도입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이다.

50년 만기 주담대가 검토되는 배경에는 만기 40년 정책모기지 상품이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주금공의 집계 결과 올해 1분기(1~3월) 보금자리론 공급금액 중 40년 만기의 비중은 18.8%까지 높아졌다. 출시한 지 8개월 만이다.

그동안 80%에 육박하며 주담대 중 대부분을 차지했던 30년 만기 상품 비중은 같은 기간 69%로 다소 낮아졌다. 지난해 40년 주담대 도입을 앞뒀을 때만 해도 효과에 대한 의구심이 적지 않았으나, 집값 급등으로 초장기 주담대를 통해 내 집을 장만하려는 수요가 늘어난 모양새다.

무엇보다 50년 만기 주담대는 새 정부의 국정과제와도 맞닿아 있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의 골격을 유지하면서도 윤석열 정부가 공약한 대출규제 완화를 꾀할 수 있어서다. 정부는 생애 첫 주택구입자에게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80%까지 높이는 등 LTV 규제 완화를 예고하면서도 차주별 DSR 규제는 유지하기로 했다. LTV와 DSR의 규제를 함께 풀 경우 과도한 대출로 이어져 주택시장 자극은 물론, 가계부채 급증을 야기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초장기 만기 상품은 DSR 규제를 적용받으면서도 차주의 대출 숨통을 트일 수 있는 방안으로 꼽힌다. 만기가 늘어나면 이자 부담 총액이 늘어나는 대신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줄어들기 때문에 대출 여력이 커지게 된다. 초장기 상품을 원하는 수요가 적지 않고 우회로로 통할 방안인 만큼, 업계 안팎은 조만간 당국이 40년이던 주담대 만기를 늘리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 영업점 (사진=서울파이낸스DB)
은행 영업점 (사진=서울파이낸스DB)

관건은 재원 조달이다. 주금공은 정책금융 공급을 위해 주택저당증권(MBS)을 발행하게 되는데, 50년 주담대를 도입하려면 채권시장에서 초장기 채권에 대한 수요가 필수다. 현재 MBS 입찰에서 최장 만기 종목은 30년물이었다.

지난해 30년 만기 MBS 발행에서 유찰되지는 않았지만, 이보다 만기가 더 긴 채권이라면 수요를 쉽사리 가늠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금리상승기일수록 장기채의 리스크가 커진다는 점에서 우려는 더욱 크다. 일단 주금공은 당국과 소통하며 만기 연장에 따른 리스크, 장기채에 대한 수요 등을 검토 중이다.

주금공 관계자는 "아직 검토 중으로 확정된 것이 없다"면서도 "(50년 만기 상품 출시가 결정된다면) 만기가 50년이라고 해도 조기상환이 대부분이고, 그때까지 대출을 끌고 가는 경우가 없기 때문에 30년 만기 채권으로도 현금 흐름을 감당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보다 더 긴 만기 채권을 찍어야 될지나 30년 채권의 비중이 늘어나게 될지는 좀 더 들여다봐야 할 부분"이라며 "도입 필요성부터 금리 수준, 적용 대상자, 만기가 늘어남에 따라 부담해야 하는 리스크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시중은행들도 당국과 주금공의 움직임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통상 정책성 주담대 상품의 만기를 시중은행들이 추종하는 구조로, 정책금융기관인 주금공이 먼저 만기 연장에 나서면 시중은행들도 이를 따를 전망이다. 최근 은행권에서는 하나은행에 이어 NH농협은행, 신한은행, KB국민은행 등이 주담대 만기를 40년으로 늘린 상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부가 50년으로 만기를 늘리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관련 정책성 상품이 나오고, 이에 맞춰 시중은행들도 만기를 늘릴 수 있다"면서 "주담대는 주로 10~15년 내 대출을 상환하거나 대환하는 경우가 많지만, 채권은행 입장에서 만기가 길수록 리스크가 그만큼 늘어나는 터라 당국 움직임을 살펴본 후 검토할 예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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