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패키지 SW ‘찬밥’ 자체개발에 ‘관심’
금융권, 패키지 SW ‘찬밥’ 자체개발에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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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 IFRS·CRM 시스템 구축 자체개발로 선회
실제업무와 충돌·고비용이 원인…당분간 지속될 듯

[서울파이낸스 이상균 기자] <philip1681@seoulfn.com> 금융권에서 패키지SW(소프트웨어)를 도입하기 보다는 자체개발을 통해 시스템을 구축하는 사례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와 같은 사례는 특히 은행권의 IFRS와 CRM 시스템 구축에서 주로 나타나고 있다.

20일 은행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이 IFRS 시스템을 자체 개발하기로 결정한데 이어, 신한은행 또한 IFRS와 CRM 시스템을 자체 개발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또한 하나은행과 우리은행도 CRM 시스템의 자체 개발을 진행 중이다.

우선, 국민은행은 IFRS 시스템을 자체 개발하기로 하고, LG CNS-SK C&C-한국IBM 컨소시엄을 사업자로 선정했다. 국민은행은 자사가 자체 개발한 프레임워크인 ‘케사(KESA)’를 도입할 계획이다.

신한은행도 자체 개발로 눈을 돌리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주사 차원의 IFRS 시스템 1단계 작업을 마치고, 지주사 내 은행, 증권, 보험사별로 2단계 작업을 준비 중이다. 1단계에서는 회계기준차이의 분석, IFRS 적용에 따른 프로세스 변화 파악, IT시스템 분석 등이 이뤄졌다. 2단계에서는 내부 프로세스 정리 및 매뉴얼 작성과 IT시스템 구축이 진행된다.

특이한 점은 사업자 선정 없이 신한금융지주 내 인력을 활용해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라는 것. 신한은행 재무기획부 정순영 차장은 “타 은행이 차세대 시스템 구축과 IFRS 시스템 구축을 병행하는 것과는 달리 신한은행은 과거 조흥은행과 합병하면서 시스템 업그레이드가 이미 이뤄진 상태”라며 “따라서 IFRS 시스템 구축에만 매달리면 되기 때문에 개발 인력이 크게 필요치 않다”고 말했다.

CRM 시스템은 기존 시벨 솔루션을 걷어내고, 자체 개발을 통해 이미 시스템 구축을 완료한 상태다. 현재로선 딱히 재구축을 할 필요가 없는 상태다.

하나은행은 CRM 시스템의 자체개발을 위한 사업자 선정을 완료했다. SK C&C, LG히다찌와 경합을 벌인 끝에 한국HP가 시스템 구축을 맡게 됐으며, 내년 4월 가동을 목표로 한다. 하나은행 또한 기존에 오라클의 시벨 솔루션을 사용 중이었다.

우리은행 역시 기존 시벨 솔루션을 자체 개발로 대체하기로 하고, 사업자 선정을 진행 중이다. 현재 삼성SDS와 한국HP가 경합을 벌이고 있다. 프레임워크로는 윌비솔루션이 도입될 예정이다.

이와 같이 은행권에서 자체개발이 대세로 자리 잡고 있는 배경에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외국의 패키지SW를 국내 현업에 그대로 적용시키기에는 무리가 따른다는 지적이다. 패키지SW는 이미 만들어진 화면 내에서 변동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현업에서 나오는 실시간 요구를 제대로 수용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우리은행 CRM시스템 정진식 차장은 “오라클 시벨 솔루션의 lay out, 정보화면 등은 패키지SW가 만들어진 국가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국내 실정과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이를 수정하려 해도 오라클 본사의 동의를 거쳐야 하는 등 불편함이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한, 자체 개발에 비해 오히려 고비용이라는 것도 작용한다. 이는 패키지SW업체들이 자사의 제품이 자체 개발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비용임을 강조했음을 감안하면 다소 이례적이다. 금융권 IT시스템팀 관계자에 따르면, 패키지SW를 도입할 경우 해당 제품에 대한 라이센싱과 이를 최적화시키는데 필요한 구축비용, 그리고 유지보수 비용이 합산된다. 자체 개발을 할 경우 구축비용만 지불하는 것에 비해 라이센싱과 유지보수 비용이 추가되는 셈이다.

패키지SW의 일방적인 도입에 따른 부작용은 이미 나타나고 있다. 국내 CRM 시장의 규모가 나날이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2006년 전세계 CRM 시장 규모가 98억 달러로 2001년 대비 51.3% 성장했으며, 2007~2011년에는 연평균 12.6%의 성장이 기대되는데 반해, 2007년 국내 CRM 시장은 216억원으로 2001년 대비 37.6%나 감소했다. 이런 감소 추세는 외국기업의 경영프로세스에 기초한 CRM 시스템을 국내 기업이 자사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수정 없이 도입함으로써 실제 업무와 충돌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일례로 현대자동차의 경우 2001년 CRM 시스템 도입 당시 자사 프로세스와 충돌, 전사적 참여 부족 및 정보의 저품질 문제 등에 봉착하면서 실패 위기에 직면했다. 하지만 2004년부터 CRM 시스템을 수정 보완하면서 고객 재구매율이 48.8%에서 2005년 61.7%로 높아지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한국정보산업연합회가 발간한 ‘CRM Fair 2005’의 현대자동차 발표 자료에 따르면 “2001년 막대한 자금을 들여 CRM 시스템을 구축한 것 자체를 중요한 성과로 착각했다”며 “되돌아보니 CRM 벤더는 자신들조차 잘 모르는 그들의 성공모델을 그대로 고객들에게 전달했던 것 뿐이었다”는 내용이 담겨져 있다.
 
이상균 기자 <빠르고 깊이 있는 금융경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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