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 일본의 실패를 답습하려고?
[홍승희 칼럼] 일본의 실패를 답습하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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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전야와도 같은 오늘날의 국제정세 속에서 한국의 입지도 결코 편안하지 못하다. 자칫 잘못하면 솔로몬 왕 앞에 누인 두 여인의 아기 처지가 될 수도 있다.

특히 미중 갈등에 더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미러 갈등까지 더해진 상황은 지리적으로 한국을 꽤나 위협하는 변수다. 한미방위조약을 내걸고 한반도 유사시 미국이 자동 참전한다고 말은 하지만 기본적으로 미국의 대외전략은 미군 파병을 최소화하고 무기 수출 위주의 간여를 한다는 방침으로 바뀌었다.

그런데 만만한 게 조조군사라고 한국이 미국에 동조하는 사안마다 중국이고 러시아고 미국에 터트릴 화를 툭하면 한국에게 쏟아 붓는다. 그런 한국의 등 뒤에서 일본은 계속 싸워라, 싸워라 내몰기에 안간힘을 쓰고 미국은 한국이 이리저리 치어도 죽을 정도가 아니면 팔짱끼고 구경만 한다.

그런데 오늘날 닥쳐오는 어려움은 군사적인 문제가 다가 아니다. 장기간의 팬데믹을 거치고 우크라이나 전쟁까지 이어지며 세계 경제가 예상보다 더 심각해지고 있다.

장기적 전망까지는 몰라도 중기적으로는 인플레이션이 이어질 테고 그보다 당장은 스태그플레이션이 발등의 불이 되고 있다. 가격 폭등과 물류 지체 등으로 인한 물가상승에도 불구하고 팬데믹 후유증으로 소득이 그런 물가상승에 따라가기 힘들어 발생하는 일인데 이 현상이 올해 안에 해소될 것 같지는 않다는 점에서 참으로 걱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정부가 출범했다. Y노믹스라는 용어가 등장했는데 대통령 취임연설만 들어서는 그런 표현을 쓸 만한 구체적 내용은 없었다.

다만 당황스러운 것은 30년 전쯤부터 시들해져 기세를 일어가는 신자유주의의 대표적 경제학자 프리드먼이 빙의된 것인가 싶게 세계적으로 밀려나는 낡은 경제이론을 신봉하는 지도자를 맞이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새 여당이 본래 기업 위주 경제정책을 선호해온 것이 새삼스럽지는 않다. 다만 앞선 정부 경제정책을 전면 부정하며 내놓는 논리가 한 때 반짝 유행하다 많은 단점을 드러내며 후퇴하는 경제이론이라는 점이 과거 4대강 사업을 밀어붙이며 뉴딜정책을 오래 묵은 버전으로 답습하다 효과없는 국고낭비로 끝난 정권의 실패를 되풀이할까 싶은 노파심이 든다.

새 대통령의 취임연설이 역대급으로 짧았음에도 불구하고 상황과 걸맞지 않은 '반지성주의'라는 표현, 35번이나 사용됐다는 ‘자유’라는 단어의 반복 등이 화제가 된 모양이다. 그러나 그 보다는 워딩이 정확한지는 모르겠으나 "번영과 풍요, 경제적 성장은 자유의 확대, 지나친 양극화와 사회적 갈등은 빠른 성장이 없이 해결하기 어렵다"는 말 속에 숱한 걱정거리들을 담아냈다.

신자유주의가 양극화를 심화시켰다는 비판은 전 세계적으로 일었다는 점을 많은 이들이 알고 있다. 경제성장 속도가 빠른 나라일수록 그에 비례해 양극화의 정도가 심각해진다는 것은 이미 충분한 사례가 있다.

과거 자원도 없이 밑바닥에서 일어서야 했던 시절에는 나름대로 계획경제가 효과를 얻었다. 그 당시 세계 몇몇 나라에서 저마다의 경제성장 모델을 세우고 진행해 UN기구 등에서 비교 관찰되었다. 그리고 그 가운데 운 좋게도 한국만이 유일하게 성공했다.

그러나 이런 모험은 극단적 위기상황을 돌파하기 위한 긴급처방이며 실패의 위험성도 커서 결코 남발할 방법은 아니다.

일본의 아베노믹스가 재정·금융 측면에서는 현대통화이론을 받아들였지만 산업정책은 또 신자유주의를 금과옥조로 삼아 국가 기간산업마저 대부분 민영화하고 좀비기업마저 생명연장을 시킨 결과 전기, 전철 등은 제때 시설보수, 개선이 이루어지지 못해 사고가 잇따르고 요금은 큰 폭으로 오르며 국민 생활에 부담만 키웠다. 또한 일본을 대표하던 대기업들은 줄줄이 해외매각되고 그를 대체할 자국내 기업은 크지 못했다.

그밖에도 시대적으로 쇠퇴할 수밖에 없는 산업임에도 해당 기업들까지 살려내려다 보니 사회전반이 세계적인 기술흐름을 생활 속에 도입하는 데 지체가 발생하고 있다. 오늘날 일본사회를 아날로그 사회라고 평하는 이유가 거기서 발생하기도 한다.

그런데 새 정부는 인수위 단계에서부터 대통령 취임연설에 이르기까지 일본의 이같은 실패의 경험마저 답습하고자 하는 것인가 싶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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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자운 2022-05-13 19:11:34
일본 기업 영업이익 증가가 일본 국민 삶의 질 증진으로 이어지진 않습니다. 일본은 20년째 실질소득이 제자리걸음이에요. 반면에 전기세, 교통비 등은 증가하고 있고요. 경제를 더 공부해야 하는 건 손지훈 님입니다.

손지훈 2022-05-13 18:22:06
일단 일본기업들 매출, 영업이익, 실적한번 보고 오시길. 일본 상장사 대부분이 현재 최대매출, 최대영업이익임. 한번 확인하시고 오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