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연준의 광폭 긴축 행보···한은, '금리인상 시계' 빨라지나
美연준의 광폭 긴축 행보···한은, '금리인상 시계' 빨라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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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스텝 단행한 美연준 "두 세 번 더"···120조 양적긴축도
'자이언트스텝' 우려 가라앉혔지만 '위로 같지 않은 위로'
쫓기는 금리차에 高물가까지···"추가 인상 불가피할 것"
서울 중구 한국은행 전경. (사진= 박성준 기자)
서울 중구 한국은행 전경. (사진= 박성준 기자)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2년 만에 '빅스텝'(0.5%p 금리인상)을 단행한 데 이어, 올해 두세 차례 추가 빅스텝을 예고하면서 한국은행의 발등에도 불이 떨어졌다. 그렇지 않아도 고(高)물가 우려가 우리 경제에 가장 큰 위협으로 다가오는 가운데 연준이 긴축 보폭을 더욱 키우면서 이달 26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6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이달 연준이 금리를 인상하면서 한국(1.50%)과 미국(0.75~1.00%) 간 기준금리 격차는 기존 1.00~1.25%p에서 0.50~0.75%p로 줄었다. 앞서 연준은 지난 4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통해 기존 0.25~0.5%의 금리를 0.5%p 인상하기로 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0년 만에 가장 높게 나타나면서 지난 2000년 5월 이후 22년 만에 빅스텝을 단행하기로 한 것이다.

특히 이달 FOMC의 금리 결정에 비둘기는 없었다. 그간 시장에선 내달 FOMC 회의에서 '자이언트스텝'(0.75%p 금리인상)이 가능하단 예측이 제기됐고,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이를 부인하면서 시장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듯했다. 하지만 자이언트스텝 가능성을 부인한 것을 제외하면 사실상 연준의 기조는 완화적이지 않았다는 평가다.

연준은 단기적 금리인상 경로에 대해 이례적으로 명확한 신호를 제시했다. 자이언트스텝 가능성을 일축했지만, 6~7월 빅스텝 인상 전망에 힘을 실어준 것이다. 또한 파월 의장은 "안정적으로 인플레이션을 회복할 좋인 기회가 있다고 믿는다"면서 미국 경제에 강한 신뢰를 내비쳤다. 하지만 이는 신뢰할 만한 언급이 아니었다는 게 중론이다.

실제로 월스트리트저널은 연준이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 양적긴축까지 동시에 꺼내 든 것은 가장 공격적인 통화정책을 구사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글로벌 주요 투자은행(IB)인 도이치은행도 고강도 긴축 효과가 가시화하며, 내년 하반기 이후 경기 침체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봤다.

한은은 이같이 강한 연준의 긴축 행보에 쫓기게 됐다. 이미 한은은 지난달 코로나19 이후 금리인상기 속 네 번째 금리인상을 단행했지만, 연준의 광폭 긴축 행보를 따돌리기 쉽지 않다. 만약 5월 한은 금통위에서 금리를 인상하지 않을 경우 연준이 예상대로 6월 빅스텝에 나설 경우 당장 내달부터 한국과 미국 간 기준금리는 1.5%로 같아진다.

한은이 올해 남은 5번의 금통위에서 금리를 0.25%p씩 매번 올린다고 해도, 연준 역시 6~7월 빅스텝 이후 남은 FOMC에서 모두 금리를 인상하기로 예고한 만큼 연말 금리 상단은 연 2.75%로 같다. 이처럼 금리가 같아지거나, 한미 금리가 역전되는 경우 자본유출 압력은 더욱 심해질 수 있다. 특히 근래 원·달러 환율의 상승(원화 약세) 압력이 강하다는 점도 부담이다. 무역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 특성상 환율의 상승은 수출경쟁력을 높이는 것이기도 하지만, 수입물가를 끌어올려 물가 상승 우려를 더욱 높이기도 한다.

이미 물가상승압력은 우리 경기 침체의 가장 큰 위협 요인 중 하나다. 지난 3일 통계청에서 발표한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년 전보다 4.8% 상승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지난 2008년 10월(4.8%) 이후 13년 6개월 만에 최고 상승폭이었다. 지난달 예상을 벗어난 금통위의 금리인상 역시 지속적인 긴축 신호를 통해 물가상승 기대심리를 낮추기 위한 행보였다.

이에 금통위의 금리 추가인상 속도도 이달 26일을 포함해 더욱 가팔라질 전망이다. 지난 3일 공개된 금통위 의사록에서도 금통위원들은 "연준의 통화정책 정상화 과정이 한두 달 전 예상했던 것보다 빠르고 조정폭도 커질 수 있다"면서 "물가 급등세에 대한 우려도 현실화되고 있는 만큼, 기대 심리를 안정시키기 위해 완화 정도 축소를 선제적으로 일관되게 추진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JP모건은 한은이 올해 남은 기간 네 차례 금리를 올리고, 내년 1분기 한 차례 추가 인상함으로써 최종 금리 상단이 2.75%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박석길 JP모건 금융시장운용부 본부장은 "4월 금통위 회의록 내용은 예상보다 '매파'(통화긴축 선호)적"이라면서 "실제 인플레이션과 기대 인플레이션이 상호작용하며 물가를 올리는 '2차 효과'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4월 물가 및 선제적 금리인상 의지 등을 고려하면 5월 회의에서도 금리는 0.25%p 인상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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