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금리에 속타는 보험사들···건전성 지표 RBC 급락
치솟는 금리에 속타는 보험사들···건전성 지표 RBC 급락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금리상승 탓에 매도가능증권 평가익 감소
"자본확충 이슈, 올 하반기까지 지속될 것"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서울파이낸스 유은실 기자] 금리가 예상보다 빠르고 크게 상승하자 보험사들의 재무건전성을 나타내는 지급여력비율(RBC비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보험사들이 급하게 신종자본증권이나 후순위채 발행으로 자본 조달에 나섰지만 추가적인 금리 인상이 예상되고 있어 보험사들의 자본확충 부담은 날로 커질 것으로 보인다.

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보험사들의 RBC비율이 악화됐다. RBC비율은 보험사가 계약자에게 보험금을 한꺼번에 지급할 수 있는 돈이 마련돼 있는지를 나타내는 건전성 평가 지표다. 금감원은 이 비율은 150% 이상, 보험업법에서는 100% 이상 유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올해 1분기 KB손해보험의 RBC는 162.3%로 지난해 말 대비 17.1%포인트(p) 하락했다. 같은 기간 한화생명은 23.6%p 줄어든 161%를 기록했다. 신한라이프는 255.0%로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했지만 전분기 대비 29.6%p 하락한 모습을 보였다. 하나생명도 이 기간 30%p 가까이 하락했다. 모두 금리상승의 영향으로 매도가능증권 평가익이 줄어는 탓이다. 

NH농협생명의 경우 이례적으로 실적과 함께 발표하지 않고 RBC비율 공시를 미뤘다. 이르면 내주 RBC비율이 공시될 예정인데, 업계 관계자들은 올해 1분기 기준 농협생명의 RBC가 금융당국 권고치인 150%에 근접한 수준까지 떨어질 수있다고 추정하고 있다. 농협생명의 RBC는 지난해 말만 하더라도 210%대의 수치를 기록했다. 

증자(2250억원)와 후순위채 발행(6000억원)으로 확충한 자본이 적용되더라도 농협생명의 RBC비율 급락이 예상된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지난 2020년 채권재분류 과정에서 보유 채권 전액을 시장가치로 매기는 매도가능증권으로 옮긴 것이 주효했다. 분기마다 시장가치를 반영하는 매도가능증권은 금리상승에 민감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리가 생각보다 급격하게 상승하면서 채권 평가가치가 낮아졌고 결과적으로 RBC비율 하락에 큰 영향을 미쳤다"며 "아직 1분기 실적을 발표하지 않은 다른 보험사들의 RBC비율도 하락세를 면하지 못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문제는 금리인상 기조에 속도가 더 붙은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RBC비율 악화가 일부 보험사에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 시장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오는 3~4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5%p 인상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한국의 추가 기준금리 인상에도 무게가 실리고 있다.

녹록지 않은 환경 변화에 보험사들도 자본확충에 간절한 모습이다. NH농협생명은 후순위채 발행에 이어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KB손해보험은 최근 사옥 5곳을 매각하며 5000억원을 확보했다. 다른 보험사들도 신종자본증권이나 후순위채 발행을 놓고 어느 쪽이 유리한지 셈하고 있다.

한 생명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 입장에서는 당장 금리인상에 대응해야 하는 것도 바쁜데 내년부터 IFRS17이 시행되기 때문에 이에 대한 고민도 깊은 상황"이라며 "관련 부서에서도 신종자본증권 등 다양한 전략을 놓고 건전성 대응에 고심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까지는 언급되는 몇몇 보험사뿐 아니라 보험업계 전반적으로 자본확충이 이슈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관련기사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