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원자재 가격 상승→기대인플레 전이→고물가 악순환 우려"
한은 "원자재 가격 상승→기대인플레 전이→고물가 악순환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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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조사통계월보'···원자재가격 변동요인별 물가 영향
글로벌 요인, 상품 요인 대비 인플레 미치는 영향 더욱 커
원유 시추 모습 (사진=픽사베이)
원유 시추 모습 (사진=픽사베이)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로 전방위적인 물가상승압력이 확대되는 가운데 글로벌 원자재 가격상승압력이 특정 지역·개별 상품 변동보다 인플레이션에 미칠 영향이 더욱 크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지정학적 위험이 완화돼도 원자재가격 상승세가 물가 불안 심리를 자극할 경우 고(高)물가 상황이 더욱 장기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2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조사통계월보: 원자재가격 변동요인별 물가 영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980년대 중반 이후 원자재 가격 변동을 △글로벌 △상품그룹 △개별상품 요인으로 분석한 결과, 상당 부분은 글로벌 요인에 의해 유발된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요인은 원자재가격 전반의 공통적인 변동요인 △상품그룹 요인은 석유 등 개별 상품 단위의 변동요인 △개별상품 요인은 두바이유 등 특정 지역 단위 개별 상품 가격의 변동요인을 뜻한다.

글로벌 요인은 통상 글로벌 유동성, 세계경기와 같은 수요측 요인의 영향을 받으며, 전세계적인 유동성 확대에 의해 초래된다. 코로나19 이후로는 물류 차질에 따른 글로벌 공급병목의 영향 등도 있다. 즉, 글로벌 요인에 따른 원자재가격 상승은 상품그룹 요인보다 인플레이션에 더욱 크고 지속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김찬우 조사국 물가연구팀 과장은 "원자재가격의 변동에 대한 글로벌·상품그룹·개별상품 요인의 설명력이 각각 50%, 30%, 20%로 나타났다"면서 "지난 2000년대 들어 글로벌 요인의 영향이 크게 확대됐고, 특히 코로나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위기 이후 글로벌 요인에 따른 원자재가격 상승 압력은 더욱 강화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크라이나 사태를 예로 들어보면 최초 곡물, 석유류 등 일부 해당 상품만 가격이 올라갔기 때문에 이는 상품요인으로 나타났다"면서 "하지만 전쟁 상황이 길어지고 지정학적 우려가 확대됨에 따라 에너지·곡물 가격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상승했고, 이는 곧 글로벌 요인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이처럼 글로벌 물가상승압력까지 가중된 원자재가격의 충격은 인플레이션과 기대인플레이션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글로벌 요인을 중심으로 인플레이션·기대인플레이션에 대한 영향이 점차 확대되는 가운데 글로벌 요인에 의해 유발된 원자재가격 상승은 기대인플레이션을 자극하면서 또다시 물가상승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원자재가격 충격이 기대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은 글로벌 요인에 의해 유발된 경우가 상품그룹 요인에 의해 유발된 경우와 비교해 최대 3배가량 강한 충격을 보였으며, 더욱 장기간 지속됐다. 시간이 흐르면서 영향력이 감소하는 정도 또한 상품그룹 요인보다 글로벌 요인이 더욱 완만하게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과장은 "원자재가격 상승이 기대인플레이션 경로를 통해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을 반사실적 실험을 이용해 분석한 결과, 글로벌 요인에 의해 유발된 원자재가격 상승은 기대인플레이션을 자극함으로써 다시 물가상승압력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이는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 등 지정학적 위험이 완화되더라도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기대인플레이션으로 전이되면서 높은 물가 오름세를 상당기간 지속될 우려가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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