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 '高임금-低고용' 심화···메리츠증권, 1인당 보수 '톱'
상장사, '高임금-低고용' 심화···메리츠증권, 1인당 보수 '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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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인건비 총 74조7720억원 '8조원·12.8%↑'···고용 증가율은 0.2% 그쳐
임직원 '연봉 1억대' 진입 2배↑···메리츠證, 2억 상회·미등기임원 평균 11억
자료=한국CX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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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남궁영진 기자] 국내 주요 상장사들이 인건비 규모를 크게 늘린 데 비해 고용은 소폭에 그쳐 '고임금 저고용' 현상이 심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임직원 개인에게 지급되는 급여도 급증했는데, '연봉 1억 클럽'에 진입한 곳이 두 배가량 늘었다. 이 중 메리츠증권은 1인당 평균 보수가 2억원을 웃돌면서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기업분석전문 한국CXO연구소는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국내 주요 120개 대기업 인건비·고용·평균 연봉 비교 분석' 결과를 21일 발표했다. 조사 대상 기업은 주요 12개 업종별 매출 10위권에 포함되는 120개 대기업으로, 최근 3개년 사업보고서를 참고로 했다. 임원은 등기임원을 제외한 미등기임원, 일반 직원은 임원을 뺀 부장급 이하 기준이다. 

결과에 따르면, 국내 120개 대기업의 지난해 임직원 수는 77만6628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77만5310명)과 비교해 1318명 증가한 규모다. 고용 증가율은 0.2% 수준이다. 반면, 임직원에게 지급한 인건비는 큰 폭 증가했다. 지난해 인건비는 총 74조7720억원으로, 전년(66조2873억원) 대비 12.8%(8조4847억원) 뛰었다. 

이는 산술적으로 연봉 1억 원을 8만 명 이상에게 지급할 수 있는 규모다. 1년 새 인건비가 8조 원 넘게 많아졌지만 실제 고용 일자리는 1400명도 늘지 않은 셈이다. 대기업에서 인건비가 증가하면 더 많은 고용으로 이어진다는 '인건비 증가=고용 증가' 공식이 점점 무색해지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한국CXO는 설명했다.

자료=한국CX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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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1년 새 임직원 인건비 금액을 가장 많이 늘린 곳은 삼성전자였다. 이 회사의 지난해 임직원 급여 총액은 15조8450억원으로, 전년(13조1676억원) 대비 20.3%(2조6773억원) 증가했다. SK하이닉스(2조 6354억원→3조 3379억원)와 현대자동차(6조2978억원→6조8872억원) 1년 새 인건비를 5000억원 이상 늘렸다. 

인건비는 큰 폭 늘린 반면 고용은 소폭 상승하다 보니 임직원 개인에게 지급되는 급여도 상승했다. 120개 회사 임직원의 평균 연봉은 2019년 8253만원에서 2020년 8549억원으로 늘었다. 이후 지난해에는 9628억원으로 12.6% 증가하면서 단숨에 9000만원대로 진입했다. 

지난해 120개 대기업 중 임직원 평균 보수가 억대 이상 되는 곳은 25곳으로 집계됐다. 2019년 10곳, 2020년 13곳에서 두 배 가까이 급증했다. 이 가운데 메리츠증권은 조사 대상 중 임직원 평균 보수가 가장 높은 곳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임직원 1인당 평균 2억490만원으로 나타났다.

2위 카카오(1억7200만원)보다도 3000만원 이상 웃돈다. 이어 △SK텔레콤(1억6229만원) △NH투자증권(1억 5808만원) △삼성전자(1억 4464만원) △미래에셋증권(1억4449만원) △네이버(1억2915만 원), 삼성화재(1억2679만원) △삼성SDS(1억1900만원) △삼성생명(1억1561만원) 순이었다. 상위 10곳 중 삼성 계열사 4곳이 속했고, 금융권도 두드러졌다. 

2020년과 비교해 지난해 임직원 1인당 평균 연봉이 오른 곳은 100곳에 달했다. 이 중 52곳은 연봉 상승률이 10%를 넘었다. 특히 HMM은 임직원 평균 급여 상승률이 1년 새 67.1%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HMM의 2020년 임직원 1인당 평균 연봉은 6246만원 에서 이듬해 1억437만 원으로 연봉 '1억 클럽'에 입성했다. 

자료=한국CX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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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임원 평균 보수가 5억 원을 상회한 곳은 120곳 중 12곳으로 전년보다 2곳 증가했다. 이 가운데 메리츠증권에서 급여를 받은 미등기임원은 1인당 연간 평균 급여가 11억1192만 원으로 조사 대상 업체 중 유일하게 10억 원을 상회했다. 전년(9억4619만원)보다 2억 넘게 급여가 늘었다.  

다음으로 △삼성전자(7억 9000만 원) △이마트(7억 700만 원) △CJ제일제당(6억 4570만 원) 등이 뒤를 이었다. 임원을 제외한 부장급 이하 일반 직원 연간 급여 1억 클럽에 포함된 곳은 지난해 19곳이었다. 전년(8곳)보다 11곳 늘었다. 일반 직원 기존 연봉은 메리츠증권(1억7912만원), 카카오(1억7171만원), SK텔레콤(1억5579만원) 순이었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국내 제조업 중심의 대기업은 자동화, 기계화 등으로 고용 인력이 크게 늘어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노조와의 임금 협상과 회사 수익 창출에 따른 성과급 지급 등으로 내부 직원의 임금 수준은 점점 높아지고 있는 추세가 뚜렷하다"고 평가했다.

오 연구원은 "문제는 중소기업의 연봉 수준이 대기업의 증가 속도를 따라가기 힘들어 임금 격차 문제가 인재 유탈 등 기업 생태계는 물론, 사회적 문제로까지 확산될 수 있어 이에 대한 대비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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