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보험금 청구 간소화 서비스 잇단 출시···입법 공백 여전
실손보험금 청구 간소화 서비스 잇단 출시···입법 공백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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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업계 이어 핀테크·카드사까지 경쟁 합류
통일성·접근성 미흡···'청구 전산화' 입법 요원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서울파이낸스 유은실 기자] # 서울에 거주하는 이모(32)씨는 최근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뒤 2만700원을 병원비로 납부하고 귀가하던 중 고민에 빠졌다. 실손보험을 6년째 내고 있어 이번엔 보험금을 청구할까 고민했지만, 소액일 뿐더러 보험금 청구를 위해 진단서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뒤늦게 인지했기 때문이다. 진단서를 떼기 위해선 의사의 추가 진료가 필요한데, 이럴 경우 배(보험금)보다 배꼽(추가 진료비)이 훨씬 클 수밖에 없다.

이씨처럼 대다수 실손보험 가입자들은 실손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지만, 절차 등이 복잡하다는 이유에서 포기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실제로 사단법인 '소비자와함께'가 2018년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실손의료보험을 청구했다'는 응답자는 통원 32.1%, 입원 57.2%에 불과했다. 특히 통원 치료를 받고도 보험료를 청구하지 않은 이유(복수응답)에 대해 '소액'이라는 답변(65.6%)이 가장 많았고, 시간부담·번거로움(47.4%) 등이 뒤를 이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보험업계를 시작으로 핀테크, 카드업계가 '실손보험금 간편청구' 서비스를 앞다투어 내놓고 있다.

보험업계는 지난 2018년부터 '실손보험금 간편청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병원에 방문하지 않고도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으로 보험금을 청구하거나 병원이 보험사로 의료정보를 직접 보내 보험금을 받는 식이다. KB손해보험이 첫걸음을 뗀 이후 삼성화재·DB손해보험·미래에셋생명 등이 대형병원이나 핀테크 업체와 손잡고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KB손해보험은 지난 4일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선보이면서 전체 보험사의 실손보험 청구가 가능한 서비스를 소개하기도 했다. 올 하반기에는 KB금융지주 보험계열사(KB생명, 푸르덴셜생명)에 대해 한 회사에만 접수해도 통합적으로 보험청구가 되는 서비스를 개시할 예정이다.​​

실손보험 간편청구 서비스가 대표적인 인슈어테크(보험+기술) 서비스인만큼, 핀테크사의 진출도 활발하다. 카카오페이·토스 등 빅테크뿐만 아니라 지앤넷·레몬헬스케어 등 헬스케어 플랫폼도 관련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카카오페이는 지난달 15일 간편 실손보험금 청구 서비스인 '병원비 청구'를 확대해 제휴 병원의 서류를 받거나 제출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입원·퇴원 확인서나 진료확인서 등 보험사에서 요청하는 추가 제증명서류도 모바일로 발급 신청하고 제출할 수 있다. 병원서류 발급 서비스는 카카오페이 앱 내 '병원비 청구' 메인화면에서 이용할 수 있고, 병원비 청구 서비스는 필요 서류를 모바일로 촬영하는 '사진청구' 기능 외에도 제휴 병원의 경우 증빙 서류 제출 없이도 바로 병원비를 처리할 수 있는 '바로청구' 기능을 제공한다.

최근 의료정보전송 플랫폼 전문기업인 지앤넷은 병원비 결제시 실손보험금이 자동 청구되는 구디카드를 이달 말에 출시할 예정이다. 의료정보를 암호화해 보험사로 전송하는 '실손보험빠른청구'에 이어 결제 이후 자동 청구가 가능하는 카드 상품으로 서비스를 확대하는 것이다.

현재 지앤넷의 제휴처가 병원 600여곳과 약국 3000여곳인 점을 감안하면 구디카드의 서비스 제공 영역도 이와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 제휴카드사에서 구디카드를 발급받은 후 '닥터구디'에 회원가입하면 이용 가능하다. 구디카드 제휴카드사는 하나카드로 알려졌다.

카드사의 실손보험 간편청구 서비스 제공도 눈에 띈다. 우리카드는 지난 1월 생활 밀착형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새롭게 단장하며 업계 최초로 '의료비 간편청구' 서비스도 출시했다. 의료비 간편청구 서비스는 병원 치과 약국 등을 이용한 서류를 우리WON카드 앱에 등록만 하면, 국내 모든 보험사에 보험금을 간편하게 청구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그동안 번거로워 포기했던 실손보험금 청구에서 복잡한 서류 제출 과정을 없애거나 모바일로 한 번에 청구할 수 있는 서비스들이 속속 나오고 있는 셈이다. 마이데이터 시행과 함께 보험·핀테크·카드업계의 서비스 확대 기조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 핀테크 업체 관계자는 "기술 발전에다가 규제도 조금씩 낮아지고 있어 실손보험금 청구 서비스는 점점 개선되는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고령층의 접근성이 여전히 떨어질 뿐만 아니라 청구 방식의 통일성이 미흡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를 보완하기 위한 법제화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실제로 지난 11~14일 국민 정책참여 플랫폼 '국민생각함'을 통해 디지털정부가 해야 할 우선과제를 조사한 결과,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가 1위로 꼽혔다.

실손보험금 청구를 간소화하기 위해 병·의원이 의료 정보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거쳐 보험사로 보내는 전산화 방식 등을 담은 '실손보험금 청구 간소화 법안'이 발의됐지만, 의료계 반발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손해보험 업계 관계자는 "실손보험 간편 청구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점은 고무적이나, 실손보험 전체 가입자와 비교해보면 미미한 수준"이라며 "결국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는 소비자뿐 아니라 보험사, 병원 등에 모두 혜택이 돌아가는 일이라 공익을 생각하면 꼭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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