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사 설 곳 잃는다"···삼성금융 통합앱 '모니모' 출시에 불만
"설계사 설 곳 잃는다"···삼성금융 통합앱 '모니모' 출시에 불만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설계사에 '고객 모니모 가입' 동참 유도···"일부 권역 시상까지"
삼성금융 "시상, 회사 주도 아냐···정보활용은 고객 선택 문제"
블라인드앱 게시판에 올라온 글 갈무리.
블라인드앱 게시판에 올라온 글 갈무리.

[서울파이낸스 유은실 기자] 삼성금융 계열사가 야심 차게 준비한 금융 통합앱 '모니모'가 출시하자마자 잡음이 나오고 있다. 특히 대면영업 채널이 활성화된 보험사의 경우 우회적인 가입 압박부터 이벤트 차별까지 다양한 불만이 나온 데다, 설계사가 노력해 확보한 고객을 결국 회사와 그룹이 가져가는 구조가 될 수 있다는 조직 내 우려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당장 모니모 가입 고객을 늘리기 위한 시상을 내건 곳도 있는데, 고객 가입을 늘려도 정작 설계사들은 실익을 얻지 못한다는 의견이다. 또 모니모 서비스 개발 과정에서 설계사 대상으로 한 의견 수렴은 없었던 반면 고객 가입과 앱 활성화에는 적극적으로 동참하라는 모양새라 부당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지점장 총무는 무조건 가입하라는 것도 웃기지만, 회사에서 임금을 받지 않고 계약체결 수수료를 받는 설계사들에게 왜 가입을 강요하냐"며 "지점장의 역할이 영업관리니까 가입시키라는 (회사의) 말에는 정당성과 명분이 없다"라는 취지의 글이 올라왔다.

다른 삼성 금융 계열사 블라인드에서도 "매니저들한테 모니모 안되면 매니저 탓이라고 하고, 모니모 설치만 하면 실적 잡힌다고 메일 보내고", "모니모 시상 내려왔다, 진짜 싫다", "공동 앱인데 고객 가입 이벤트 혜택은 왜 또 다르냐" 등의 글과 댓글이 다수 게재됐다. 설계사가 고객에게 모니모 앱 가입을 권유하도록 하는 캠페인이나 시상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는 글들이다.

모니모는 삼성금융 계열사의 통합 앱으로 지난 14일 공식 출시됐다. 삼성화재·생명·카드·증권은 모니모 앱을 출범시키면서 시너지를 극대화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하나의 계정으로 삼성금융 4사의 거래현황을 한번에 조회할 수 있고, 각 사가 제공하는 대표 금융상품들을 한 곳에서 만나볼 수 있다. 모니모는 흩어져있던 온라인 채널을 통합한 채널 전략인 셈이다.

하지만 온라인 채널을 성장시키겠다는 취지가 강하다 보니, 설계사 중심의 대면채널에서는 '영업 경쟁력'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실적 할당량을 따로 주지는 않았지만, 일부 권역에서 촉진 활동인 시상을 진행하면서 내부적으로 가입 압박도 느끼고 있다는 전언이다.  

설계사 조직 관계자는 "상당수 권역에서 지점장 혹은 총무단 시상을 전개하다 보니 설계사들도 모니모 가입에 대한 우회적인 압박을 느끼고 있다"며 "설계사들이 노력해 확보한 개인 고객들인데, 카드·증권 등에 소개해주는 효과만 있을 뿐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고 말했다.

이어 "고객에게 가입을 권유할 때 삼성생명, 화재, 카드, 증권 마케팅 동의에 모두 체크할 수 있도록 하는 곳들도 있다"며 "고객에게 온라인 상품 가입을 유도하면 회사 온라인 채널만 성장하는 방향으로 가고 결국은 설계사들은 설 자리를 잃어버릴 수 있다는 불만이 내부에서 나온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삼성금융 계열사 측은 직원 소개 캠페인은 전개하고 있지만, 시상은 회사 측에서 전개하는 활동이 아니라고 밝혔다. 또 고객 정보 제공 관련해서는 앱 가입시 고객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부분이라는 입장이다.

한 삼성금융사 관계자는 "직원 소개 캠페인은 삼성금융 계열사에서 모두 진행하고 있지만, 회사 차원에서 설계사나 지점장 대상으로 시상을 진행하는 것은 없다고 알고 있다"며 "정보 제공도 고객들이 선택한 회사만 가능한 부분이라 문제될 게 없다"고 설명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들은 온라인 채널을 통합·확장하는 과정에서 설계사 조직의 반발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평했다. 설계사들 입장에서는 대면 영업 환경이 악화된 데다 비대면 디지털 영업 채널 강화로 위기감이 높은데, 회사 입장에서는 사업비 감소, 채널 경쟁력 확보 등을 위해서 디지털 채널을 강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의 영업환경이 온라인 중심으로 전환하면서 보험업계를 떠나는 보험 설계사들도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삼성 보험계열사들이 설계사 조직이 커, 온라인 영업 채널에 대한 문제 제기는 이미 예상됐다. 절충안이 마련되지 않으면 회사와 설계사 간 충돌이 계속 이어질 가능성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관련기사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