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톡톡] 경유 가격 왜 안 떨어질까
[뉴스톡톡] 경유 가격 왜 안 떨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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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한 주유소에서 리터당 휘발유·경유 가격을 게시하고 있다. (사진=김무종 기자)
한 주유소에서 리터당 휘발유·경유 가격을 게시하고 있다. (사진=서울파이낸스 DB)

[서울파이낸스 박시형 기자] 한 달 새 휘발유 가격이 11.88% 떨어졌습니다. 경유는 이보다 덜한 8.28% 내리는데 그쳤네요. 심지어 일부 지역에서는 경유 가격이 한 때 휘발유 가격을 넘어서기도 했습니다. 지난 2008년 6월 이후 16년만의 일입니다.

13일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달 초 휘발유가격은 경유 가격보다 10%(전국 평균 기준) 가까이 비쌌습니다. 그런데 국제유가가 배럴당 120달러를 넘은 3월 둘째 주를 기점으로 그 차이가 빠르게 좁혀졌습니다.

어제(12일)는 불과 3.76%밖에 차이가 나질 않네요. 이건 휘발유 가격이 빠르게 내렸다기 보다는 경유 가격이 상대적으로 천천히 하락해서 그렇습니다.

경유가격 급등은 전세계에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오피넷에 공개된 OECD 회원 23개국의 원화 환산 경유가격을 보면 지난달 5개국을 제외한 18개국에서 최고가가 경신됐습니다.

여기에는 다양한 요인들이 복잡하게 얽혀있습니다. 가장 큰 영향을 미친건 역시 유럽의 수요 증가 입니다. 

유럽은 흔히 디젤차 천국이라고 표현합니다. 그만큼 디젤 차량이 많다는 의미입니다. 유럽 자동차공업학회(ACEA)에 따르면 지난 2020년 기준 EU 회원국에 등록된 디젤 차량 수는 약 1억3800만대로 전체 차량의 절반 이상이나 됩니다.

거기다 천연가스(NG)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르자 경유가 발전 연료 대체제 역할을 하게 됩니다. 참고로 NG 가격은 지난해 3월 초만 해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MMBtu 당 약 2.5달러에 거래됐는데 4월 11일에는 무려 6.64달러로 2.6배나 올랐습니다. 과거 데이터와 비교해 보더라도 2008년 11월 이후 가장 높은 가격입니다.

코로나19로 발이 묶였던 디젤 차량들이 최근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는 등 경유 수요가 늘자 EU 내 경유 재고는 빠르게 줄어들었습니다.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유럽의 경유 재고량은 현재 약 40일치 수준에 불과합니다. 지난 2008년 이후 최저치입니다. 러시아에서 경유를 수입해야 하는데 우크라이나 침략에 따른 글로벌 정유사들의 관계 단절로 제대로 공급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러자 정유사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경유 생산량을 늘리기 시작합니다. 경유는 항공유(등유)와 비슷한 성질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일정 규모 이내에서는 서로 스위칭(교환)도 가능합니다. 경유 생산이 늘어나면 항공유 생산이 줄어든다는 얘기입니다.

세계가 코로나19로부터 일상 회복에 접어든 지금 항공 수요도 꿈틀거리고 있습니다. 항공유도 경유도 모자라니 가격이 오르는 건 당연한 수순입니다. 유럽에 경유를 수출하는 미국 정유사들의 정제 설비 가동률이 92%를 생산량을 더 늘리기도 어려운 걸로 분석됩니다.

덕분에 정유사의 정제마진은 최고치를 갱신 중입니다. 지난 8일로 끝난 주 싱가포르 정제마진은 배럴당 17.43달러입니다. 한 정유 업계에 따르면 관련 자료를 수집하기 시작한 2012년 이후 가장 높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정유사 실적까지 좋을거라고는 장담할 수 없다는군요.

최근 국제유가가 워낙 많이 떨어지다보니 래깅마진이 마이너스로 돌아서서 실적을 까먹을 수 있답니다. 3월달 한창 비쌀 때 샀던 원유가 2개월간 운반돼 5월 우리나라에 풀릴 때는 제 가격을 못 받을 수 있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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