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앞두고 지역균형발전 볼모된 국책은행 '지방이전'
지방선거 앞두고 지역균형발전 볼모된 국책은행 '지방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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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이전 관련 개정안 발의 잇따라
금융산업·지역발전 논의 여전 '뒷전'
산업은행. (사진=서울파이낸스DB)
산업은행 (사진=서울파이낸스DB)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지방선거를 한 달여 앞두고 정치권의 '국책은행 지방이전' 이슈 띄우기가 한창이다. 국책은행 지방이전은 같은 당 내에서도 소속 지역구에 따라 찬반이 엇갈리고 있어 지역 표심을 의식한 주장이란 분석이다. 그 가운데서 국가 거시경제와 정책금융을 책임져야 할 국책은행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김두관(더불어민주당·경남 양산시을) 의원은 이달 초 한국은행·산업은행·수출입은행 소재지를 서울시로 제한하는 조항을 삭제하는 내용의 한국은행법·한국산업은행법·한국수출입은행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중앙은행인 한국은행과 국책은행인 산업은행, 수출입은행은 본점을 서울시에 설치하도록 규정돼 있다. 김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본점을 '서울시'가 아닌 '대한민국'에 둘 수 있도록 바꾸는 것이 핵심이다. 본점을 지방으로 이전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두겠다는 의미다.

국민의힘 의원들도 같은 취지의 개정안을 발의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서병수(국민의힘·부산 부산진갑) 의원은 지난 8일 수출입은행 본점을 서울시에서 부산시로 이전하도록 하는 내용의 한국수출입은행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에 앞서 지난 1월에는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장제원(부산 사상구) 의원(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장)과 서병수 의원 등이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을 골자로 하는 한국산업은행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국책은행 지방 이전 목소리는 특히 수도권 외 지역 정치인들을 중심으로 커지고 있다. 서울에 위치한 국책은행을 지방으로 분산시켜 지역균형발전을 꾀해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문제는 같은 당 내에서도 찬반 목소리가 엇갈릴 정도로 지역 이해관계에 얽혀있다는 점이다. 

올해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확정된 오세훈 현 서울시장은 이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국책은행 지방 이전에 대해 국가적 손해라는 뜻을 분명히 했다. 오 시장은 "국토균형발전이 필요한 정책적 목표라는데 100% 동의하지만 수단으로 구사하는 정책들이 국가경쟁력을 감소하는 형태로 나타나지 않는지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며 "대표적으로 금융도시를 만든다고 국책은행을 (지방으로) 보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책은행 부산 이전에 대한 온도차는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도 감지된다. 국책은행 지방 이전을 주장한 김두관 의원과 달리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오기형 의원은 최근 SNS를 통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의 지방이전이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고 서울을 금융허브로 육성하려는 계획에 심각한 차질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책은행 지방 이전 이슈가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권 이해관계와 맞물리면서 정작 금융산업과 지역발전 논의는 뒷전이 됐다는 지적이다. 국책은행을 지방으로 이전하려면 파생 효과, 부작용, 인프라 구축 현황 등에 대한 분석이 동반돼야 하지만 현재는 국책은행을 지방으로 이전할지 말지에 대한 겉핥기식 논의만 남은 상태다.

국책은행이 선거 때마다 지방이전 이슈에 휘말리면서 국가 차원의 국제 금융허브 조성 계획도 흐지부지되는 모습이다. 지난 2020년 헥시트(홍콩 탈출) 사태 이후 정부 차원에서 금융허브 조성 계획에 드라이브를 걸기도 했지만 반짝 논의에 그쳤다는 평가다.

금융권에서는 국가의 거시경제와 정책금융을 책임지는 중앙은행과 국책은행이 지방으로 분산되면 금융산업 경쟁력이 크게 약화할 것이란 우려를 내놓고 있다. 금융은 시장과 소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산업인 만큼 인적·물적 인프라가 한 곳에 모여 있어야 시너지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세계 각국이 금융기관을 한 곳에 조성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민환 인하대 글로벌금융학과 교수는 "현재 여의도도 홍콩이나 도쿄와 비교하면 금융경쟁력이 높다고 볼 수 없는데, 여기에 국책은행까지 굳이 쪼개서 지방으로 옮기게 되면 경쟁력은 당연히 낮아질 수밖에 없다"며 "국책은행 지방 이전은 정치적으로 상징적인 이슈밖에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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