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투게더] 제주 우도의 곡선을 살린 '훈데르트바서 파크'
[위투게더] 제주 우도의 곡선을 살린 '훈데르트바서 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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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개장...자동하수처리 등 환경친화 구현
우도를 뛰어넘지 않으면서도 최상의 입지
휴양과 문화예술, 환경철학 체험형 복합문화공간
훈데르트바서 힐스 (사진=서울파이낸스)

[서울파이낸스 (제주) 김무종 기자] 제주 우도로 향하는 중산간동로 등지엔 4.3을 알리는 현수막이 곳곳에 걸려 있었다. 제주 봄은 찬란한 유채꽃으로 곳곳에 수를 놓고 있지만 이념 대립이 무고한 학살을 낳은 4.3의 슬픔을 상기시킨다.

그래서 였을까. 지난 31일 기자가 성산항을 경유해 찾은 우도는 춥고 흐리고 제주 트레이드마크 바람은 더욱 혹독하게 느껴졌다. 배편이 뜨지 않아 연기하고 두 번째 시도하는 일정이다.

처음 찾은 우도는 좁은 도로에 자전거와 전동차들이 얽히고설켜 번잡한 곳이 아닐까 지레 생각했다. 다행히 평일 때문인지 아니면 날씨 탓에 상춘객이 덜 찾아서인지 우도는 평온하고 바람은 쌩쌩 불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점심부터 먹고 힘내어 우도를 돌아볼 요량으로 한 식당을 찾는 길은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해안둘레길이 아닌 섬을 가로지르는 골목같은 길이었다. 덕분에 제주의 원형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검은 돌담들의 오묘한 경계를 충분히 볼 수 있었다. 육지에서 온 기자는 이곳이 충분히 이국적이면서 제주의 DNA가 이러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이날 여정 중 관심 있는 곳은 우도에 없던 새롭게 들어선 관광 시설물이다. 우도 같은 섬마을에 굳이 관광 시설물을 조성할 필요가 있을까하는 생각에 호기심은 증폭됐다. 찾아간 곳은 훈데르트바서 파크.

테마파크로 조성한 이곳은 놀랍게도 그 이름이 오스트리아의 유명한 환경운동가이자 환경건축가인 훈데르트바서를 땄다. 국내에서는 덜 알려져 있지만 훈데르트바서는 안토니 가우디에 버금가는 세계적인 건축가 겸 환경운동가이자 구스타브 클림트, 에곤 쉴레와 함께 오스트리아 대표 화가로 불린다.

훈데르트바서 힐스 야경 (사진=서울파이낸스)

훈데르트바서 파크는 프리미엄 콘도미니엄과 훈데르트바서의 진품 등을 통해 그의 철학과 생각을 탐색할 수 있는 뮤지엄, 카페 등으로 조성된 테마파크다.

훈데르트바서 힐스로 명명된 숙박시설의 룸 개수는 50개가 안된다. 이래서 수지타산이 맞을까 할 정도의 객실 수다. 우도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극단적인 선택인 것 같다.

임병철 훈데르트바서 파크 대표이사는 이날 기자와 만나 “실제 주 수익을 숙박시설보다는 뮤지엄 등 파크 입장권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훈데르트바서 파크 건립 계획 초기에 섬 주민들을 설득하는 작업이 순탄치만은 않았을 것 같다. 초기 계획을 수정해서라도 지역 주민과 상생하고 특히 우도의 천혜자원을 훼손시키지 않는데 가장 큰 신경을 썼다. 자동하수처리 장치를 도입하는 등 훈데르트바서의 환경 철학을 파크 곳곳에 이식, 구현했다.

모든 부속시설의 주방에서 발생하는 음식물을 조경수 퇴비로 사용하고, 카페에서 사용되는 일회용 컵, 빨대 등도 친환경 소재를 활용한다. 작지만 세심한 부분까지 환경을 생각하고 자연과의 공존을 위한 공간을 만들어낸 것이다.

이상엽 팀장은 "사업부지 내 자생하고 있던 수목 1600여 주를 훈데르트바서 파크 옥상 등에 옮겨 심었다"며 "총 사업부지의 약 45%가 녹지공간"이라고 설명했다. 원래 있던 나무 하나 훼손하지 않고 파크와 조화를 이루게 한 것이다.

우도봉에서 내려다본 훈데르트바서 파크(오른쪽) (사진=서울파이낸스)

관광시설물이 들어섰으면 통상 고층으로 지어져 우도안팎에서 눈에띄게 보일만도 하지만 대부분 2층이하로 우도에 녹아들었다. 그저 훈데르트바서 파크를 인식하려면 파랑과 황금색 원색의 양파 돔 정도다.

훈데르트바서의 작품은 자연을 닮은 곡선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곡선 양식의 대표인 양파 돔과 기둥이 곳곳에 배치돼 있다. 양파돔 기둥은 도자기로 구워 채색은 훈데르트바서 색감을 재현하기 위해 현지에서 직접 작업해 일일이 우도로 공수해 마무리 작업을 했다.

파크의 창문 모양은 똑같은 것 없이 제각각이다. 이같은 작업을 위해 훈데르트재단의 컨펌을 번거로을 정도로 여러 번 거치는 고된 작업이다. 이로써 파크 내 건축물의 총 78개의 기둥과 131개의 유리창은 각각 다른 형태를 지니며 화려하고 대담한 색감을 뽐내면서도 우도와 어우러지게 됐다.

이상엽 팀장은 “훈데르트바서가 제주 우도를 통해 더욱 국내에 많이 알려지길 바란다”며 “판화 원본을 포함해 그의 작품 하나하나 환경 등 그의 철학을 구현하기 위해 애를 많이 썼다”고 말했다.

훈데르트바서 파크를 짓기 위해서는 오스트리아에 있는 훈데르트바서재단과 훈데르트바서의 기획 및 디자인을 실제 건축물로 탄생시켰던 건축가 하인즈 스프링맨과 소통하는 것도 이 팀장의 몫이다.

훈데르트바서 판화 원본을 전시중인 뮤지엄 (사진=서울파이낸스)

훈데르트바서 뮤지엄은 총 5개의 전시관으로 구성됐다. 판화관에는 오리지널 판화 작품 20여점이 전시되고, 생애관에서는 그의 삶을 조명할 수 있는 우표 등 각종 기록들을 만나볼 수 있으며, 건축관에는 담스타르트, 스피텔라우, 성바르바라 모형이 전시돼 해외에 있는 그의 유명 건축물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뮤지엄이 훈데르트바서 상설 전용 전시관이라면 옆 갤러리는 신진작가 등을 소개하는 곳으로 파크 개관 첫 전시 화가로 제주도민 출신인 전이수 화가 작품을 6월 30일까지 전시한다.

훈데르트바서 파크의 가장 큰 장점은 제주 우도 경관을 뛰어넘지 않으면서도 우도 내에서 가장 좋은 입지에 둥지를 틀었다는 생각이 든다.

숙소 창밖으로 보이는 성산일출봉 (사진=서울파이낸스)

숙소 창문 너머는 성산일출봉과 바다가 보이도록 했다. 훈데르트바서 힐스 뒤쪽으로는 우도봉과 돌칸이 절벽으로 가는 길과 연결된다. 123미터 높이의 우도봉까지는 차로 갈 수도 있지만 멀지 않은 곳이기에 여유가 있다면 산책·운동 겸 나서는 게 더 좋을 듯하다. 언덕이지만 가파른 코스가 길지 않아 봄을 느끼며 걷기에 무난하다.

우도봉에 올라 훈데르트바서 파크를 다시 본다. 배편으로 우도에 진입할 때 본 파크와 이곳에서 본 파크 또한 우도 경관을 해치지 않으며 조화롭게 지어졌음을 알 수 있다. 양파 돔이 나 여기있소 하고 좌표를 힘겹게 알리듯 손짓한다.

제주 우도에 휴양과 문화예술, 환경철학을 결합한 복합공간이 탄생했다. 그동안 당일치기로 둘러보던 우도가 1박2일 코스로 거듭나는데 파크가 기여할 수도 있다. 관광객들이 체류 시간을 늘리며 좀더 의미있는 시간을 갖고 자연과 함께 하는 느림의 미학을 제대로 느낄 수 있길 기대해 본다.

우도 지역민과도 계속 소통해 좋은 공간으로 가꾸어 나가면 막 개장한 훈데르트바서 파크를 찾는 이들도 꾸준히 늘어나 명소가 되지 않을까.

훈데르트바서의 초상화 (사진=서울파이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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