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노조, 산업은행 부산 이전 반대···"금융 경쟁력 저하"
금융노조, 산업은행 부산 이전 반대···"금융 경쟁력 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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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입·기업·수협, 다음 타깃될까 위기감↑
인수위 "산은 외 부산 이전계획 논의 없어"
박홍배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오른쪽)과 조윤승 산업은행 노조위원장이 1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앞에서 열린 '산업은행 부산 이전 반대 기자회견'을 마친 후 산업은행 부산 이전 반대 이유서를 인수위 국민소통본부 관계자에게 전달하고 있다. (사진=김현경 기자)
박홍배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오른쪽)과 조윤승 산업은행 노조위원장(가운데)이 1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앞에서 열린 '산업은행 부산 이전 반대 기자회견'을 마친 후 산업은행 부산 이전 반대 이유서를 인수위 국민소통본부 관계자에게 전달하고 있다. (사진=김현경 기자)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국책은행과 금융공공기관들이 산업은행 부산 이전을 두고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산업은행을 시작으로 금융공공기관 지방 이전 논의가 확산될 조짐을 보이면서 이들 기관의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는 1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산은 부산 이전 계획 폐지를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산업은행을 비롯해 지방 이전 목록에 유력하게 올라와 있는 수출입은행, 기업은행, 수협중앙회 지부 등이 참석해 '지방이전저지투쟁위원회'를 결성했다.

투쟁위원회는 "시장참여형 공공기관인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은 업무 비효율성 증가에 의한 고객기업 피해, 정책지원 규모 축소, 핵심 인력 유출, 서울 국제금융중심지 정책 포기 등 수많은 문제점을 양산해 결국 금융경쟁력 저하와 국가적 이익을 훼손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산업은행은 채권 발행을 통해 직접 조달한 자금을 시장에 공급하는 시장형 정책금융기관인 만큼 국내외 금융기관, 투자자들과의 소통이 중요하다. 이에 따라 인적·물적 인프라가 모여있는 서울에 본사를 두고 정책금융기관의 역할을 수행해야 함에도 인수위가 무리하게 부산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는 게 노조 측 주장이다.

실제 산업은행은 지난 2020년 기준 전체 자금조달 규모 178조원 가운데 77%에 해당하는 137조원을 산금채(외화 포함)와 외화차입으로 조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박홍배 금융노조위원장은 "산업은행은 증권사 등 많은 금융기관들이 모여 있는 서울에서 시장의 자금을 직접 조달해 70%의 수도권·서울 기업들에 자금을 공급하고 있고, 산금채를 발행해 외화자금을 조달하고 있다"며 "그런 산업은행을 부산으로 내려보내면 국익이 줄어들면서 결국 대한민국 국민이 손해를 보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윤승 산업은행 노조위원장도 "과거 정치권에 의해 산업은행 민영화가 추진되는 과정에서 직원들이 대혼란에 빠져 동양그룹과 같은 재계 5위권 회사를 제때 지원하지 못했고, 결국 망하지 않을 수 있었던 회사가 망하게 된 일이 있다"며 "글로벌 경제가 위기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산업은행을 부산으로 이전하겠다는 것은 그 때와 같은 상황을 반복하겠다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조는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이 부산지역 경제 활성화에 실제 효과를 줄 수 있을지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앞서 정부는 10조원을 들여 공공기관 153개를 혁신도시 10곳으로 이전했지만 당초 목표한 계획인구를 달성한 곳은 2개 도시뿐이었다.

투쟁위원회 측은 "공공기관 지방이전의 지역균형발전 효과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고 산업은행 지방이전 부작용도 충분히 검토되지 않았다"며 "졸속으로 추진되는 산업은행 이전이 금융산업의 미래를 망치는 악수나 실수가 되지 않도록 관심과 지지를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노조는 투쟁위원회를 중심으로 단체행동에 나설 계획이다. 산업은행을 시작으로 다른 금융공공기관의 지방 이전 논의도 본격화될 수 있는 만큼 공동 대응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한 국책은행 관계자는 "산업은행 본점 직원이라고 해봐야 숫자는 1700명뿐이 안되는데, 본점을 부산으로 이전한다고 한들 극적인 경제 효과를 보긴 어려울 것"이라며 "그렇다면 산업은행 다음 순서는 다른 국책은행이 되지 않겠냐는 우려가 커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원일희 수석부대변인은 1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기자회견장에서 브리핑을 통해 “일부 언론에서 ‘한국수출입은행 등 다른 은행들도 부산으로 이전할 것이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지만 (인수위 내) 해당 분과로부터 ‘그런 논의를 한 적이 없다’는 입장을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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