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장수 한은맨' 이주열의 마지막 고언 "성장·물가 두 토끼 잡을 묘책 필요"
'최장수 한은맨' 이주열의 마지막 고언 "성장·물가 두 토끼 잡을 묘책 필요"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 총재 31일 이임식 진행···'43년 한은맨' 역할의 마침표
"중앙은행 존립기반은 국민의 신뢰···역할 정립 논의해야"
"차기 총재 훌륭한 분···한은 더 발전하는 모습 보게 되길"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31일 서울 중구 한은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직원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 한국은행)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31일 서울 중구 한은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직원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 한국은행)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성장을 지키면서도 금융안정과 함께 물가를 잡을 수 있는 묘책이 요구되는 상황입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8년 임기를 마무리하고 31일 퇴임한다. 43년의 한은 임기를 마무리한 이 총재는 현 경제 상황에 대해 성장과 물가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묘책이 필요한 시기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시대적 변화에 맞는 유연한 사고를 통해 경제 난제를 헤쳐나갈 것을 주문했다.

이 총재는 이날 오후 서울 부영태평빌딩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국민경제와 한국은행의 발전을 위해 헌신하리라 다짐했던 기억이 바로 엊그제 같은데 그새 세월이 이렇게 흘렀다"면서 "평생을 몸담았던 한국은행의 총재로 임명돼 그 소임을 무사히 마치게 된 것은 제게 큰 행운이자 영광이 아닐 수 없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 총재는 "만남과 헤어짐을 수없이 보았는데 그때마다 떠나는 분들이 한결같이 하시던 말씀은 '만감이 교차한다'였고, 저 또한 이 자리에 서고 보니 참으로 만감이 교차한다"면서 "오랜 기간 준비해 온 시험을 끝내고 난 후의 후련함도 있지만, 답안지를 다시 복기해보니 어김없이 찾아오는 아쉬움, 즉 '좀 더 잘 볼 수 있었는데'하는 미련을 떨칠 수가 없다"고 전했다.

이 총재는 "세월호 사고, 메르스 사태, 브렉시트, 미·중 무역 갈등과 세계화의 후퇴, 급기야는 코로나 바이러스에 의한 세계 보건 위기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까지 그야말로 격랑의 소용돌이를 지나왔다"면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완화적인 통화정책이 장기간 이어졌음에도, 세계 경제가 저성장·저물가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했던 상황은 경제학 교과서를 새로 써야 한다는 말이 나오게 하기에 충분했다"고 회고했다.

이어 "좀처럼 풀리지 않는 이러한 수수께끼는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더 복잡해지고 난해한 고차방정식이 됐다"면서 "경제의 안정적 성장을 위한 바람직한 정책체계가 무엇인지에 대해 또다시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과거 이론에 비쳐 볼 수 있는 환경적 변화에 대해 새롭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내비친 것이다.

그러면서 "지금 우리 사회는 디지털화의 가속으로 돌이킬 수 없는 변화를 겪고 있는데 어떤 모양으로 나타날지 아직 알 수 없는 뉴노멀에의 적응은 중앙은행도 피할 수 없는 도전 과제"라며 "경제는 사회의 구조 변화와 기술발전에 따라 지속적으로 진화하는 일종의 생태환경이다. 시대적 변화에 걸맞은 유연한 사고만이 우리 앞에 놓인 여러 난제들을 슬기롭게 풀어나갈 수 있는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중앙은행의 역할에 대한 고민도 이어졌다. 그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한국은행의 법적 책무에 금융안정이 추가된 이래, 최근 고용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높아져 통화정책 운용에 반영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도 진행 중"이라면서 "중앙은행의 역할이 어디까지 닿아야 할 지도 또 다른 고민거리가 아닐 수 없다. 본연의 정체성을 지키면서 앞으로의 역할을 어떻게 정립해 나갈 것인지 깊이 있는 연구와 논의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다음 총재로 지목된 이창용 차기 총재 후보에 대해서는 "빼어난 인품과 뛰어난 식견을 갖춘 훌륭하기 이를 데 없는 분이라 생각한다"면서 "새 총재님의 풍부한 경륜이 여러분들의 열정과 결합해 한국은행이 더욱 발전해 나가는 모습을 보게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법정스님의 책인 '아름다운 마무리'를 인용하면서 "내가 걸어온 길 말고는 나에게 다른 길이 없었음을 깨닫고, 그 길이 나를 성장시켜 주었음을 긍정하고 감사하는 것이 아름다운 마무리라고 쓰여 있다"면서 "한없는 고마움과 감사의 마음을 간직하고, 세인의 이목으로부터 자유로운 삶으로 돌아가려 한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