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는' 투신 '지는' 증권
'뜨는' 투신 '지는' 증권
  • 김성호
  • 승인 2003.10.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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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 수익성 악화 및 구조조정 지연 등 사양화 추세
투신, 제도완화 시장확대...국내외 금융기관 관심 집중

획일화 된 수익구조 및 업계 구조조정 지연 등 성장엔진 부재로 증권산업이 ‘지는 해’로 전락하고 있는 반면 투신산업은 제도완화에 따른 시장확대와 외국자본 유입등에 힘입어 ‘떠오르는 태양’으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증권산업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증권사들이 각 사업분야에서 출혈경쟁을 일삼으며 체력이 고갈돼감에 따라 일부 전문기관에선 ‘공멸론’까지 대두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투신산업은 내년부터 시행되는 간접자산운용업법 시행과 기업연금제도등으로 시장확대가 확실시되고 있으며 이에 따른 업계 구조조정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추세다.

▶엇갈리는 수익구조

증권산업 사양화의 가장 큰 원인으로 거론되는 것은 증권사의 수익성 악화다. 위탁매매수수료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며 천수답식 영업을 전개해 온 증권사들이 과도한 수수료 경쟁으로 인해 수익성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것. 한국증권연구원도 최근 개최한 세미나를 통해 이 같은 문제점을 지적하며 업계와 정부의 공동노력 없이는 증권업계가 ‘공멸’의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한국증권연구원에 따르면 증권업계 전체 자기자본이익률(ROE)은 지난 99년 16.1%에서 작년엔 -0.1%로 급감했으며, 영업이익률도 99년 10.7%에서 작년엔 -0.1%로 급격히 줄었다.

증권업계의 수익악화가 비단 위탁매매에 국한된 것만은 아니다. 올 초 SKG 및 카드채 등으로 투신영업마저 약화되면서 판매수탁고가 갈수록 감소하고 있으며, 업계간의 판매보수 경쟁으로 수익성 또한 악화되고 있다. 특히 내년 1월부터 간접자산운용업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대단위 판매망을 보유한 보험사의 시장참여가 확실시됨에 따라 시장입지가 더욱 어려울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한편 투신산업은 내년에 시행되는 간접자산운용업법에 힘입어 시장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제도가 완화되면서 외국계 투자금융회사들이 국내 시장진출을 서두르고 있고 국내 투신운용사들도 공격적인 시장참여를 준비하고 있는 만큼 시장규모 확대가 기대되고 있는 것. 이 같은 시장규모 확대는 투신운용사의 수익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침에 따라 투신운용사의 무한성장이 점쳐지고 있다.

▶업계 구조조정 희비 교차

투신업계 구조조정이 급물살을 타고 있는 것도 투신산업의 이 같은 ‘장미 빛 미래’와 무관치 않다. 현재 외국계 투자금융회사들은 국내 투신운용사에 잇단 러브콜을 보내고 있으며, 국내 투신운용사들도 규모의 경쟁에서 뒤지지 않기 위해 서로간의 합병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

실제로 피델리티를 비롯해 메릴린치, 씨티은행, 골드만삭스, 인베스코, 쟈딘플래밍 등 해외 유수 투자금융회사들이 국내 투신운용사 인수 및 독자적 지사설립 등을 통해 국내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으며, 국내에선 미래에셋그룹이 국내 투신운용사의 합병을 추진 중에 있다.

이에 대해 투신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의 제도완화로 투신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외국계 투자금융회사들의 국내시장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다”며 “여기에 국내 투신운용사들도 시장경쟁에 뒤지지 않기 위해 타사와의 합병을 적극 추진하는 등 투신업계의 구조조정이 빠르게 전개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증권사는 투자매력이 떨어지면서 해외는 물론 국내에서 조차 마땅한 원매자가 나서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매각의사를 밝혔던 일부 증권사들은 최근 매각보다 자생방안 마련에 초점을 두고 있는 형편이다. 이처럼 증권업계의 구조조정이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자 한국증권연구원은 현 시점에서 전체 증권사 중 1/3가량이 정리되지 않을 경우 증권사의 공멸을 자초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업계·정부 공동노력 절실

업계는 증권산업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증권사는 물론 정부의 노력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선 증권사의 경우 불필요한 업계간의 경쟁을 지양함으로써 수익성을 향상시키는 한편 일임형 랩과 같이 경쟁력 있는 상품개발을 통해 향후 자산운용사와의 경쟁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정부는 증권산업에 불필요한 제도 및 규정에 유연성을 둠으로써 증권사의 시장확대를 지원해 줄 필요가 있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업계 한 전문가는 “증권산업의 사양화는 업계의 제살깍기 경쟁이 단초가 된 게 사실이지만 정부의 제한적 규제도 원인으로 작용했다”며 “증권산업이 투신산업과의 경쟁에서 뒤지지 않기 위해선 업계와 정부의 공동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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