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보 "보험업계, 자본·외환시장 변동성 맞춰 잠재리스크 관리해야"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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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체계 '법·원칙' 한번 더 강조···"상시기능 강화하고 소통협력관 지정"
실손보험·車보험 제도개선···"백내장수술 실손보험금 과다청구 억제 논의"

[서울파이낸스 유은실 기자]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이 우리 경제에 '퍼펙트 스톰'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며 보험사에게 선제적인 재무건전성 강화 노력을 당부했다. 미국의 긴축전환, 러‧우크라이나발(發) 지정학적 리스크에 시장금리 인상까지 겹친 데다 내년에 IFRS17 도입을 앞둔 현 시점에서 충분한 대손충당금 적립과 대체투자 모니터링 강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 원장은 이처럼 보험사를 둘러싼 대내외 여건이 크게 변하고 있는 만큼, 과도기적 상황을 감안한 감독정책이 필요하다는 보험업계의 요청에도 화답하기로 했다. 내년 IFRS17 도입으로 보험사의 재무건전성 지표가 기존 RBC 비율에서 현재가치 평가 기반의 K-ICS로 개편되는 상황을 고려해 감독도 탄력적으로 운영할 방침이다. 

24일 오전 10시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보험연수원 주최로 열린 '보험업계 CEO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는 정은보 금융감독원장. (사진=금융감독원)
정은보 금융감독원장(가운데)이 24일 오전 10시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보험연수원 주최로 열린 '보험업계 CEO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금융감독원)

정은보 원장은 24일 오전 10시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보험연수원 주최로 열린 '보험업계 CEO 간담회'에 참석했다. '최근 보험환경과 보험산업의 미래'를 주제로 열린 이번 간담회에는 민병두 보험연수원장, 정희수 생명보험협회장, 정지원 손해보험협회장을 비롯한 생명보험 9개사 최고경영자(CEO)와 손해보험 8개사 CEO가 모였다.

먼저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은 모두발언을 통해 최근 대내외 금융환경과 관련 "지난해부터 우려되었던 퍼펙트 스톰의 징후가 하나, 둘 나타나고 있다"며 "미국이 긴축전환의 속도를 올리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 우크라이나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결합되며 자본·외환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퍼펙트 스톰이란 여러 경제 위기가 겹친 초대형 경제위기를 의미한다. 

이어 "최근 가파른 시장금리 인상에 따라 보험회사가 보유한 채권평가손실 증가로 재무건전성에 영향을 주고 있어 단기적 재무충격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며 "내년에는 IFRS17 도입을 앞두고 있는 만큼 선제적 자본확충과 충분한 대손충당금 적립, 대체투자 모니터링 강화 등 잠재리스크 관리를 당부한다"고 말했다.

검사·개편 체계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주기적인 정기검사 체계로 전환해 검사의 예측가능성을 높이는 동시에 금융회사의 리스크 취약요인을 사전에 식별하는 상시감시 기능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정 원장은 지난해 11월 생명보험사 CEO들을 만나는 자리에서도 "법과 원칙을 기반해 사전예방적 감독과 사후적 감독 간 조화와 균형을 도모하는 한편, 소비자 피해 예방을 위한 프로세스를 구축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금융감독원은 소비자보호 상시감시시스템을 구축해 운영할 예정이다. 상품별, 채널별로 민원발생, 불완전판매 관련 효율성 있는 지표를 개발하고 오는 6월부터 운영한다. 또 보험회사 소통협력관 지정과 자체감사 요구제도를 통해 취약 부문에 대한 보험회사의 사전적인 보안 기회를 제공하기로 했다. 

빅테크와의 규제 차익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정 원장은 "빅테크와 보험회사가 공정하게 경쟁하며,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넓고 평평한 운동장'을 마련하겠다"며 "동일기능 동일규제 원칙 하에 금융중개서비스 관련 일반적 규율체계 구축을 위해 금융위 등 관계 당국과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또 "보험분야 규제 샌드박스를 활용해 업계의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사업 아이디어가 시장에 공급되고 성공토록 독려해 나가겠다"며 "헬스케어·요양서비스 관련 자회사 소유와 부수업무 영위를 폭넓게 허용하고 실손의료보험과 자동차보험 제도개선 등을 통해 보험의 사적안전망 역할을 제고하겠다"고 밝혔다.

금감원이 지난해 실손 보험금 누수를 막기 위해 설립한 '비급여 보험금 누수 방지 태스크포스(TF)'는 금융위원회가 주도하는 '지속가능한 실손보험을 위한 정책협의체(이하 협의체)'에 포함돼 실무급 TF로 운영될 계획이다. 다만 보건복지부가 협의체 불참 의사를 밝히고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는 의견도 감지된다.

금감원은 대형 법인보험대리점(GA) 관련 종합적 제도개선 방안에 대해서도 검토할 계획이다. 검토안에는 주요 판매채널로 자리잡은 대형GA들의 판매책임을 강화하기 위한 보험회사의GA 관리 강화, GA 자체의 내부통제 강화, 불완전판매 관련 제재실효성 제고 등이 담긴다.

한편 정 원장은 간담회가 끝난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재무건전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보험사들의 상황과 실손보험금 누수방지 방안에 대해 깊의있는 논의가 이뤄졌다고 전했다.

그는 "금리 추세가 반전되는 과정에서 보험사들의 RBC비율은 떨어지는 반면 IFRS17이 적용되면 오히려 조금 더 개선되는 상황"이라며 "자본확충 과정에서 상충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 금융당국의 탄력적인 감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었고, (금감원도) 그렇게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실손보험금 누수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백내장 청구에 대해서는 "올해 2~3월 백내장 중심으로 실손보험금 청구가 많이 이뤄지면서, 과연 백내장 실손보험청구가 합당하냐에 대한 논의가 상당 부분 있었다"며 "실손보험과 관련해 보험업계뿐 아니라 당국, 공적 건강보험 관리 기관 등과 적극적으로 협력해 혹시라도 정당치 않은 실손보험 청구를 억제할 수 있는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보건복지부의 불참으로 논란이 된 협의체에 대한 우려가 크다는 의견에는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정 원장은 "백내장 실손보험 청구는 공적보험의 재정적 부담도 유발한다"며 "현재 복지부 등도 적극적으로 협조해 잘 논의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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