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을 해야 돈을 번다"
"은행을 해야 돈을 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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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공인호 기자]<ihkong@seoulfn.com>최근 한 방송 TV프로그램에 출연한 게스트들이 저마다 국내 은행들에 대한 불만을 쏟아냈다. 은행에 대출받으러 갈 땐 VIP 대접인데 하루라도 연체되면 태도가 돌변한다느니, 변동금리 형식으로 받은 대출의 이자가 자꾸 늘어 결국 집을 포기했다느니 하는 얘기 등이다. 결국 게스트들은 "우리나라에선 은행을 해야 돈을 번다"는 말로 은행에 대한 불신을 극단적으로 나타냈다. 은행에 대한 이같은 불만은 비단 이들만의 얘기는 아닐 것이다.

최근 정부가 은행들에게 수수료 인하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내 항간을 떠들썩하게 한 적이 있다. 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송금 수수료가 과도하게 비싸다는 게 정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은행들도 이부분에 대해서는 일정부분 공감하지만 정부가 은행 수수료까지 간섭한다는 것에 발끈했다는 후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기업프렌들리'와 시장의 자율경쟁에 정책의 초점을 맞추겠다던 그동안의 정부 태도와 상반되기도 하다.
 
이른바 '관치금융' 논란으로 번질 뻔한 이번 사태는 의외로 조용히 마무리됐다. 오히려 일부 은행들은 공문을 받은 즉시 대대적인 수수료 인하를 감행하기도 했으며 여타 은행들 역시 수수료 인하 및 금액에 따른 수수료 차등화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관치금융의 부활'이라며 정부에 핏대를 세웠던 은행들이 갑작스레 태도를 바꾼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이번 정부의 행동이 절차상의 오류는 있었지만 일반 서민들의 민심에 기반했기 때문일 것이다. 반대로 생각하면 은행에 대한 국민들의 민심이 바닥임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 외에도 국내 주요 은행들은 올해 들어서면서 정부로부터 잇딴 뭇매를 맞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 6일 은행들의 지로수수료 담합을 문제삼아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을 부과했으며 최근에는 수출환어음 매입수수료 및 뱅커스유산스 인수수수료 담합행위에 대해 과징금을 물렸다. 지난 2월에는 담보대출 때 내야하는 등록세와 등기신청 수수료 등 근저당 설정비를 은행이 부담하도록 권고하기도 했다. 은행들은 이에 반발하며 정부를 상대로 줄소송을 예고하고 있다.

은행들도 할 말은 있다. 수수료의 경우 은행들의 취급절차가 유사해 비슷한 수준에서 산정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금융산업이 아닌 다른 산업의 사례를 살펴보자. 국내 대형마트의 경우 같은 상품이라도 다른 가격으로 파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는 특정 제품을 싸게 팔아 다른 상품들의 구매를 유도하는 마케팅 전략이다. 싸게 파는 상품에 대한 손실을 다른 상품의 판매를 통해 수익을 충당하는 형식이다. 한두가지 물건을 손해보고 판다고 해서 적자경영을 하는 것은 분명 아닐 것이다. 이같은 마케팅이 오히려 '이 마트는 다른 곳보다 싸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어 수익성 개선에 도움이 된다. 경쟁을 통해 수수료를 낮춰야 하는 이유는 다른 산업의 사례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반면 은행들의 수수료는 단 1원의 차이도 없이 천편일률적인 경우가 많다. 수수료 산정 방식이 비슷해 담합이 아니라고 하는 변명은 쉽게 납득하기 힘들다. 일부 은행이 가격을 올리면 다른 은행들도 따라 올리는 행태 역시 암묵적 담합일 수 있다.
물론 구조가 상이한 금융산업과 유통산업을 비교한다 것이 다소 무리일 수 있으나 은행이 특정 수수료를 낮춘다고 해서 수익이 마이너스로 돌아서는 것은 아니라는 점은 분명하다. 은행 전체 수익에서 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10% 안팎에 그치기 때문이다. 오히려 수수료 인하를 이미지 제고의 도구로 활용할 수 있다.
 
금융감독 당국 또한 은행의 서비스 혜택이 출혈경쟁을 유도한다는 이유로 과도한 규제를  남발해서는 안된다. 금융당국 존립의 근본적인 목적은 금융소비자들의 편의향상에 있기 때문이다.
 
공인호 기자 <빠르고 깊이 있는 금융경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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