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vs KCGI' 2년만에 표대결 ··'캐스팅보드' 산은 주목
'조원태 vs KCGI' 2년만에 표대결 ··'캐스팅보드' 산은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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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한진칼 주총···KCGI '조현민 견제' 안건 제안
시장, 조원태 勝 유력···KCGI 투자금 회수 전망도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사진=한진그룹)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사진=한진그룹)

[서울파이낸스 주진희 기자] 한진그룹 지주사 한진칼과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가 23일 정기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을 벌인다. KCGI가 반도건설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손 잡고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을 밀어내기 위해 경영권 분쟁을 벌인지 2년 만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표 대결 또한 KCGI가 패배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3자 주주연합'이 해체된 데다 캐스팅보트를 쥔 KDB산업은행이 조 회장에게 힘을 실어줄 거란 전망이 실리면서다. 

한진칼은 이날 오전 9시 서울시 중구 서소문 본사에서 제9기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한다.

이 자리에서는 △사외이사 선임의 건 △사내이사 류경표 선임의 건 △정관 일부 변경의 건 (그레이스홀딩스의 주주제안)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 등 총 6개 안건의 의결이 이뤄질 예정이다.

관전포인트는 KCGI가 산하 투자목적회사인 그레이스홀딩스를 통해 주주제안을 한 안건인 정관일부 변경 안건(전자투표 도입, 이사 자격 기준 강화)과 서윤석 사외이사 선임의 건이다. 이 가운데 가장 주목할 만한 안건은 이사 자격 기준 강화다. 배임·횡령죄로 금고 이상 실형 확정판결을 받은 자는 이사가 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이다.

이는 이사 결격 요건 강화를 통해 2018년 당시 '물컵 갑질' 논란을 일으킨 조현민 사장이 향후 사내이사로 진입할 수 없도록 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KCGI는 지난 달 보도자료를 통해 "조 사장 선임은 과거의 후진적 지배구조로 회귀를 의미한다"며 "사회적으로 논란의 여지가 있는 인사를 계열사 사장으로 선임하는 것은 회사의 신용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러면서 사외이사 후보로 서윤석 이화여대 교수를 추천했다. 서 후보자는 한국관리회계학회장을 역임한 회계전문가로, 2004년 포스코 사외이사로 선임된 뒤 감사위원장직을 지냈다. 

KCGI는 "한진그룹 자산총액의 75%, 매출액의 71%를 차지하는 대한항공이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뚜렷한 실적개선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한진칼은 2020년말과 2021년 3분기말 누적 기준 각각 2200억원, 1630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 중"이라면서 "자회사의 호실적이 지주사의 기업가치제고로 이어지도록 이사회가 노력해야 함에도 한진칼은 시장과의 소통에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며 주주제안에 나선 배경을 설명했다.

앞서 KCGI는 지난 2020년 이 같은 이유로 조원태 회장을 해임시키기 위해 반도건설과 조 전 부사장과 3자 연합을 결성해 경영권 분쟁을 일으킨 바 있다.  

아울러 이번 표대결은 '캐스팅보드' 산은의 선택에 달릴 것으로 전망된다. 

2021년 사업보고서 기준 KCGI의 지분은 17.41%다. 여기에 우호지분으로 꼽히는 대호개발(반도건설) 17.02%, 조 전 부사장 2.06% 을 합하면 총 36.49%에 달한다. 조 회장과 특수관계인 지분은 20.93%다. 여기에 조 전 부사장(2.06%) 지분을 제외하면 18.87%다. 우군인 델타항공 13.21% 등을 합치면 총 32.08%로, KCGI와 비교 시 4%p가량 밀리는 상황이다. 

결국 이번 주주 제안은 지분 10.58%를 보유한 산은의 손에 달린 셈이다. 앞서 산은은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지원키 위해 2020년 12월 8000억원을 투입해 2대주주로 올라선 바 있다.

업계에서는 산은이 조 회장에게 힘을 실어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현재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간 인수합병(M&A)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경영권 분쟁이 발생할 경우 해당 빅딜에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다.

만약 KCGI가 이번 주총에서도 패배할 경우 엑시트(투자금 회수)에 나설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업계에 따르면 KCGI의 한진칼 펀드 만기 시점은 이달 말까지다. 

최근 강성부 KCGI 대표는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KCGI 펀드는 큰 수익 구간에 진입했고 회사가 대폭 개선돼 엑시트를 위한 여건은 조성됐다고 본다"며 "매각은 부분 매각보다는 전량 매각이 원칙"이라며 투자금 회수와 관련한 언급을 한 바 있다.

KCGI가 보유한 주식 1주당 평균 단가는 3만원대 초반으로 추정된다. 당장 투자금 회수에 나서더라도 약 3400억원(전날 한진칼 종가 6만200원)의 차익을 거둘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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