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의료계, 맘모톰 실손보험금 반환 책임 놓고 '팽팽'
보험사-의료계, 맘모톰 실손보험금 반환 책임 놓고 '팽팽'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7일 대법 공개변론 진행···채권자대위권·무자력 요건 인정 '쟁점'
임의비급여 전체 소송가액 '900억'···실손보험 관련 파급효과 클 듯
(왼쪽부터) 노정희 대법관, 김재형 대법관, 안철상 대법관과 이흥구 대법관이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열린 대법원 3부 공개변론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왼쪽부터) 노정희 대법관, 김재형 대법관, 안철상 대법관과 이흥구 대법관이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열린 대법원 3부 공개변론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유은실 기자] 병원이 환자에게 안전성과 유효성이 확인되지 않은 시술을 했다면 환자에게 실손보험을 지급한 보험사는 병원 측에 보험금을 돌려달라고 요구할 수 있을지를 놓고 보험업계와 의료계의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보험사와 의료기관의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맘모톰' 소송 향방이 청구 금액만 1000억원에 가까운 실손보험 관련 소송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민사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17일 대법정에서 보험사들이 '맘모톰(Mammotome) 시술'을 한 의사를 상대로 낸 실손보험금 반환 청구 소송 사건의 공개변론을 열었다. 대법원이 전원합의체가 아닌 소부 사건의 공개변론을 연 것은 지난 2020년 가수 조영남의 그림 대작 사건 이후 두번째다. 

맘모톰은 유방조직에 삽입해 진공흡인을 통해 조직을 빨아들인 뒤 해당 부분을 잘라내는 장비다. 맘모톰을 이용한 시술은 유방 병변을 흉터 없이 제거하고 조직 검사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문제는 일부 병원이 맘모톰 시술 후 보험사에 보험금을 청구할 때 '맘모톰 시술'로 표기하지 않고, 법정 비급여처럼 분류하면서 환자들이 실손보험금을 받는 사례들이 생긴 것이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안 보험사들은 맘모톰 시술이 비급여항목으로 분류되지 않은 '임의 비급여' 행위라고 주장하며 의사를 상대로 보험금 반환소송을 냈다.

맘모톰을 이용한 유방종양절제술은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에서 정한 법정 비급여 진료가 아닌 이른바 임의 비급여 진료라는 게 보험사들의 주장이다. 맘모톰 시술이 신의료기술평가를 통해 안전성과 유효성이 인정된 시점인 2019년 8월 이전에 이뤄진 시술은 적법하지 않았기 때문에 당시 지급된 실손보험금을 돌려달라는 것이다.

보험사들은 국민건강보험법 등에 따른 법제화가 되지 않은 비승인 진료행위로, 보험수가가 정해지지 않은 항목을 임의비급여로 정의했다. 건강보험으로 보장이 가능한 급여, 실손보험으로 보장이 가능한 비급여와 다른 개념이다. 반면 의료계는 모든 진료는 급여 아니면 비급여로 나뉘며, 보험업계에서 주장하는 임의비급여 진료는 없다는 입장이다. 

이 사건 원심에서는 보험사들이 패소했지만 다른 관련 소송에서는 승소하면서 하급심 판단도 엇갈렸다. 트리암시놀론 주사 관련 소송에선 1·2심 재판부 모두 보험사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고 사회적 파장이 큰 사건"이라며 공개변론을 열었다.

이번 공개변론의 쟁점은 '부당이득 반환소송 대상'이다. 의료기관이 부당이득을 취했다 하더라도 반환소송은 환자의 몫이지 보험사에 배상할 근거는 없다는 의료계 주장과 달리, 보험사들은 약자인 소비자를 대신해 보험사가 '채권자 대위'를 행사할 수 있다고 맞서고 있다.

원칙적으로는 보험사는 실손보험금을 받아간 환자에게 반환 청구를 신청한다. 환자들이 보험금을 돌려줘야 할 경우 차후 다시 의료기관에 반환 청구를 하는 식이다. 보험회사가 직접 의사에게 진료비를 반환 청구하려면 환자의 재산이 충분하지 않다는 '무자력 요건' 필요하다.

그러나 무자력 요건에 충족하지 않더라도, 소비자들이 보험사와 소송을 벌이는 일이 어려울 뿐 아니라 보험사 측에서도 소비자 한명한명에게 반환소송을 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채권자 대위권에 대한 인정이 필요하다는 게 보험업계의 입장이다. 근본 원인을 제공한 곳이 의료기관이라는 점과 공익적인 면에서 보험사가 안정성이 보장되지 않은 비급여 진료를 견자할 수 있다는 점도 작용했다.

공개변론에 참석한 전문가들의 진술도 엇갈렸다. 먼저 여하윤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법원은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무자력 요건을 요구하지 않는다. 채권자 대위권이 뿌리를 두고 있는 프랑스 민법에서도 무자력 요건을 요구하고 있지 않다"며 무자력 요건이 필요하지 않다고 했다. 그러나 박수곤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보험사가 환자를 대신해 의사를 상대로 진료비 반환을 청구하려면 무자력 요건을 원칙적으로 증명해야 한다. 그것이 대위권 제도를 운용할 때 합리적"이라며 무자력 요건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맘모톰 시술이 임의 비급여로 인정될 경우 실손보험 관련된 다른 소송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임의비급여 관련 전체 소송액은 900억 수준으로 알려졌다.


관련기사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