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디폴트 위기···'외화유가증권 104조' 생보사에 미칠 파장은
러시아 디폴트 위기···'외화유가증권 104조' 생보사에 미칠 파장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러시아 관련 상품 투자 미미···디폴트 충격 강도 크지 않아"
환율 변동·투자 여건 악화 '리스크'···"단·장기 대응전략 준비"
러시아 루블화. (사진=연합뉴스)
러시아 루블화.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유은실 기자] 서방의 대(對)러시아 경제제재가 이어지면서 러시아의 '채무 불이행(디폴트)' 위기가 현실화됐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러시아가 달러화로 내야 할 국채이자를 제대로 지불하지 못할 가능성이 점쳐지는 등 상황이 급박하게 전개되자 금융권에서도 긴장감이 흐른다.

특히 100조원이 넘는 해외 자산을 운용하고 있는 국내 생명보험사들도 러시아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대응전략을 준비 중이다. 다만 러시아의 디폴트 파장에 큰 불안감을 내비치고 있지는 않다. 생보사 투자 성향이 안전투자·장기투자 성격이 강한 데다, 러시아 디폴트가 국제 금융시장에 제한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 "러시아 디폴트, 직접 영향 제한적"

16일(현지시간) 러시아가 만기 도래한 달러화 표시 국채의 이자를 달러로 지급했지만, 서방의 제재로 지급 처리가 승인됐는지는 미지수라고 밝혔다. 러시아가 채권만기 일정에 맞춰 이자 지급을 신청했더라도, 실제 채권자들이 이 돈을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낮아 사실상 디폴트 상황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겠다며 비교적 침착한 모습을 보였다. 러시아 디폴트 위기가 우리 경제·금융시장에 위험 요소인 것은 맞지만 러시아 관련 펀드나 채권에 대한 익스포저(위험노출액)가 전체 익스포저의 0.4% 수준에 불과하다는 이유에서다.

보험업계도 상황을 지켜봐야겠지만 투자 전략을 전면 수정해야 할 정도로 긴장해야 할 상태는 아니라는 분위기다. 보험사들의 투자처가 러시아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고, 글로벌 금융기관들이 집단적으로 위기에 내몰렸던 리먼 브라더스 파산 때와는 달리 예상이 가능했던 만큼 충격의 강도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 깔렸다.

한 대형보험사 관계자는 "보험회사는 대개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투자를 지향한다. 보험사가 가지고 있는 해외유가증권 중 리스크가 큰 러시아 관련 증권은 아주 적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과거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발생한 글로벌금융위기와는 다른 상황이기 때문에, 이번 러시아 디폴트 위기가 보험사 자산 및 투자 전략에 큰 후유증을 남길 것으로 보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 디폴트발(發) 환율 상승은 부담 

그러나 러시아 디폴트 위험이 글로벌 금리 상승 기조와 맞물리면서, 환율 상승과 투자 여건 악화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은 지속적인 경계가 필요하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생보사들도 러시아 디폴트가 불러올 수 있는 '도미노 현상'을 집중해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당장 재앙 수준의 파급효과가 없어도 운용자산이익률이 하락하면 책임준비금 적립 부담이 커질 수 있고, 유가증권투자가 환율에 민감한 만큼 환헤지 비용도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손보사에 비해 외화유가증권 운영 규모가 큰 생보사에 대한 우려가 상대적으로 크다.

2020년말 기준 생보사의 외화유가증권 잔액은 101조7000억원 수준으로, 손보사가 보유한 잔액(약 31조3000억원)의 3배 이상을 기록했다. 이후 2021년 11월 생명보험사의 외화유가증권 규모는 104조9436억원으로 1년 전에 비해 약 3.2% 성장했다. 외화유가증권은 채권, 주식, 수익증권, 기타증권 등을 포함한다. 

문제는 러시아 디폴트가 환율 상승을 자극하면 보험사의 환헤지 비용도 증가한다는 점이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외화 유가증권은 환율에 영향을 받는 구조다. 보험사는 환율 변동이 커지면 환헤지를 하는데, 위험 발생 회피에는 당연히 비용이 들어가 환헤지 비용도 커진다"며 "생보사들이 러시아 발행 국채를 사지는 않더라도, 디폴트 영향으로 환율이 지금보다 오를 경우 가지고 있는 외화 유가증권 규모가 커 보험사의 부담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가능성은 낮지만 장기적으로 생보사의 운용자산 수익률이 악화되면 미래에 기대되는 현금유입액이 감소하고, 생보사가 추가로 적립해야 하는 책임준비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금융당국은 2023년 보험계약 국제회계기준(IFRS17) 보험부채 시가평가에 대비해 LAT(책임준비금적정성평가)를 운영하고 있다. LAT는 결산시점의 할인율 등을 적용해 보험사의 부채를 재산출하고 이 값이 현행 부채보다 크면 책임준비금을 추가로 적립하게 하는 제도다.

생명보험업계 관계자는 "러시아 디폴트가 생보사의 해외투자 자산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힌다기 보다는 환율 변동성, 시장 불안감 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며 "아직까지는 시장에 주는 파장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되지만, 단기·장기적 관점을 나눠 대응전략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